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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성공 위해…등굽은 어머니의 새벽기도 (290) 정화수
2019년 11월 21일(목) 04:50
김행신 작 ‘정화수 떠놓고’
지난 달 중순에 세상을 떠난 김행신 전남대 명예교수(1942~2019)의 부음을 얼마 전에 들었다. 지난 봄 광주시립미술관 ‘남도미술-뿌리전’ 참여 작가로 개막식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던 기억이 선했는데 뒤늦은 명복을 빌어본다.

만화 캐릭터 머털도사처럼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듯 촌스럽지만 한편으론 예술가스러운 단발머리를 부지런히 쓸어 넘기고, 오십년 이상 돌을 다듬느라 거칠고 투박해진 손을 내밀며 우악스럽게 악수하던 모습, 제자들 결혼식 주례할 때 말고는 양복을 입은 적이 없을 정도로 늘 함께 했던 작업복은 제자들이 추념하는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광주·전남 조각 1세대 작가로서 76년부터 40년 이상 전남대 예술대에서 후학들을 이끌어온 작가는 특히 제자사랑이 남다르기도 했는데 장례식장에는 전국에서 달려온 제자들의 통곡소리가 가득했다고 한다. 남도 구상조각의 기수로서 활동해왔던 작가는 대신증권 사옥 황소상을 비롯 주요 빌딩에 수많은 모뉴먼트를 남겨 길거리에서도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조각가이다.

김행신작가의 ‘정화수 떠놓고’(1989년 작)는 새벽이면 정화수 앞에서 아들의 성공을 빌던 어머니의 기도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고흥 출신으로 불우했던 어린 시절 무작정 상경하여 고학하면서 서라벌예고, 예대를 다녔던 작가의 가슴 속에는 언제나 가족 뒷바라지에 고생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펑퍼짐한 몸매에 쪼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아들을 위해 기도하던 어머니는 작가에게 예술적 모티프가 되었고 그 후로도 모성, 평화, 불성의 이미지로 승화되었다.

“둔중하면서도 볼륨이 큰 작품” “어둡고 긴 황야에서 들려오는 야성의 부름소리-어떤 주술과도 같은 이미지가 가득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작가는 이 작품에서도 원만한 곡선과 풍만함을 유지하면서 추상적인 두상에 동그란 입모양을 강조함으로써 기도의 언어와 간절함을 우리에게 전해주려는 듯하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