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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조선대 법학과 4학년] 지역 대학생들, 광주극장과 친해지길
2019년 10월 29일(화) 04:50
최근 광주극장이 개관 84주년을 맞았다. 전국 유일의 단관 극장인 광주극장. 처음 들어섰을 때 800석 이상의 복층 구조로 되어 있는 큰 규모에 압도당했다. 영화 한 편을 본 뒤 상영관 밖으로 나갔다. 광주극장의 역사가 담긴 사진들과 함께 1990년대부터 간판을 그려온 ‘간판쟁이’ 박태규 화백의 손 간판 작품들을 극장 건물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마치 근대로 짧은 시간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 들었다.

광주극장은 지난 1935년에 개관해 급변하는 영화 콘텐츠 시장과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광풍 속에서도 84년째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오고 있다. 광주극장이 생존하기 위해 선택한 행보는 독립 영화와 예술 영화를 상영하는 예술 영화 전용관으로 탈바꿈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광주극장을 지키기 위해 응원과 후원을 아끼지 않은 지역민들의 역할도 컸다고 할 수 있다. 폐관될 위기를 여러 번 겪은 광주극장은 지난 2015년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 광주극장은 영화진흥위원회 ‘예술 영화 전용관 사업’ 지원으로 보조금을 받으며 운영됐지만 2015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이 사업 자체를 폐지했고, 2016년부터 사전 심사를 통해 선정된 영화들을 의무 상영하는 극장에만 보조금을 지원하는 ‘예술 영화 유통 배급 지원 사업’을 강행한 것이다.

광주극장은 정부 지원에 따라 극장의 존폐가 좌우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광주극장 후원 회원제 방식’을 도입했다.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지역민들이 지속적인 후원에 동참함으로써 광주극장은 운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찾아가고 있다. 이를 통해 광주극장은 지역의 ‘공동체 극장’으로서 모범을 제시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지난 10월 18일부터 광주극장은 ‘개관 84주년 광주극장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영화제는 오는 31일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광주극장은 이번 영화제에서 15편의 예술 영화를 상영하고, 지난 10월 18일 오후 7시께에는 광주극장만의 각별한 개막식도 진행됐다. 박태규 화백이 직접 그런 손 간판을 관객들이 참여해 들어 올리는 ‘손 간판 상판식’이었다.

더욱이 이번 영화제에서 조선대학교 교수인 김희정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감독을 맡은 영화 ‘프랑스 여자’가 개막작으로 선정돼 조선대학교 학생인 나에게 더욱 뜻 깊은 영화제가 됐다. 영화 ‘프랑스 여자’는 전주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 초청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예술 영화다. 내년 개봉이지만 광주극장에서 영화제 개막작으로 특별 상영돼 미리 감상할 수 있었다. ‘소문대로’ 배우들의 내면 연기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25일 상영 이후에는 김 교수와 출연 배우인 김지영 씨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이어졌다고 한다.

안타까운 점은 광주극장의 이 같은 노력에도, 많은 지역 대학생들은 광주극장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멀티플렉스에서는 좀처럼 만나볼 수 없는 예술 영화들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모른다는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이색적인 경험을 찾아 해외까지 헤매면서 ‘인스타’에 사진을 올린다. 이런 대학생들에게 ‘가까이에 있는 광주극장에 가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현존하는 유일한 단관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자체가 ‘이색적인 경험’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영화관에서는 단순히 영화만을 본다면, 광주극장에서는 영화를 보는 동시에 상영관에 살아있는 ‘클래식함’까지 느낄 수 있다.

물론 예술 영화들이 일상적인 이야기보다는 심층적인 세계관과 철학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대학생들에게 흥미롭지 않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광주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은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도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은 비교적 ‘대중적인’ 예술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다. 예술 영화를 통해 상업 영화가 담지 못한 다양한 가치를 엿볼 수 있다. 대학생들이 예술 영화를 주류 문화처럼 소비한다면 예술 영화계가 활성화될뿐더러 사회를 보는 관점도 더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