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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공행상
2019년 10월 28일(월) 04:50
조선의 선조는 7년에 걸친 임진왜란이 끝나자 공적에 따라 상을 내리는 논공행상(論功行賞)을 단행한다. 이에 따라 이순신을 비롯해 권율·원균 등 모두 18명이 선무(宣武) 공신의 칭호를 받았다. 선무 공신은 무공을 세운 공신을 뜻한다.

문제는 칠천량해전에서 조선의 수군을 궤멸에 이르게 했던 원균이 이순신과 동일한 급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선조가 자신의 피난길에 동행했던 86명에게 호성(扈聖) 공신 칭호를 하사한 것이다. 심지어 왕의 수발을 드는 환관이나 말을 관리하는 이마(理馬) 등도 공신 칭호를 받았다. 그러나 전장에서 왜군과 직접 싸웠던 고경명·김천일·조헌과 같은 의병장은 선무공신에 포함되지 않았다.

조선 중기에는 무신 이괄이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고 역성혁명을 도모한 일도 있었다. 광해군을 축출하고 서인 정권을 세운 이른바 인조반정에 기여했지만, 일등공신이 아닌 이등공신에 책봉된 탓이었다. 당시의 역모로 인조는 즉위 1년도 안 돼 한양을 떠나야 하는 위급한 상황에 처해졌다. 그러나 이괄의 난은 ‘삼일천하’로 막을 내렸는데 전세가 불리해진 것을 안 측근의 배신 때문이었다.

최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조국 TF’에 표창장을 수여한 데 이어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일명 ‘논공행상’을 시행하겠다는 것인데 ‘올바르게 정치 저항에 앞장선 분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논리를 폈다. 나 원내대표는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의 수사에 대해 줄곧 엄정한 법 집행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작 선진화법을 위반해 수사를 받고 있는 자당의 의원들에게는 상을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선조에게는 백성을 버리고 도망 간 군주라는 오명이 따른다. 역사학자들 간에는 선조의 몰락이 잘못된 논공행상에서 비롯됐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논공행상으로 촉발된 이괄의 난은 이후 국력이 쇠약해진 탓에 후금이 조선을 침략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특권만 있고 의무는 방기하는 행태는 공정과 정의를 해하는 적폐다. 표창장과 가산점으로 대변되는 한국당의 논공행상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