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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차은선 광주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자녀의 마음에 한 발짝 더 다가가자
2019년 10월 22일(화) 04:50
“우리 아이는 어떤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있을까?” 이런 질문에 자녀의 심리적 어려움을 잘 알고 답을 하는 부모는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광주광역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연간 8만 건 이상의 청소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부모들은 인터넷·스마트폰 과다 사용, 학교생활 및 성적, 일탈 행동 등 자녀의 문제 행동에 대한 상담을 요청하는 입장이고, 청소년들은 친구 및 부모와의 관계 문제, 대화 불통, 갈등의 문제, 미래가 보이지 않는 막막함 등 현재 처한 심리적 어려움과 정서적인 면에 더 많은 불편감을 호소하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공통적인 고민은 부모-자녀 관계에 대한 어려움이다.

얼마 전 상담을 의뢰하신 아버님이 “병원에서 CT 촬영하면 어디가 아프다고 나오듯이 상담센터에서 심리 검사를 하면 우리 아이가 가슴 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옵니까?”라는 질문을 하셨다. 얼마나 답답하면 이런 질문을 하셨을까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많은 부모들은 청소년 자녀와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돈 버는 것보다 사춘기 자녀와 대화 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호소한다. 부모와의 대화에 ‘고답’(고구마 답답이 :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이란 신조어를 사용할 만큼 청소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부모-자녀 모두 서로 대화가 잘 되기를 바라고 있으나 현실은 서로에게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렇다면 대화란 무엇일까? 대부분 부모는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라고 비교적 정답에 가까운 답을 하지만, 청소년들은 “대놓고 화내는 것”이라고 한다. 청소년들은 대화를 주로 잘못을 했을 때 듣는 잔소리와 훈계로 느끼는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청소년 자녀와의 대화는 마음만 먹는다고 쉽게 되는 일은 아니기에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화하는 부모가 되려면 첫째, 자녀의 생활에 관심을 갖고 자녀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녀의 일상생활에 관심이 없다면 대화는 불가능해진다. 자녀를 관찰하며 이해하는 것에서 대화는 출발할 수 있다. 매일 5분간 자녀와 대화를 권유했을 때 많은 부모님들이 “오늘 다 물어봤는데 내일은 또 무엇을 물어야 할지, 할말이 없다”고 막막해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대화의 자리를 빌미로 부모가 자녀에게 가르쳐줘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자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자녀가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월 1회 정도 함께 하는 것도 자녀를 알아가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둘째, 자녀의 감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실 확인이나 맞다 틀리다 같은 방식이 아닌 지금 자녀의 기분과 감정은 어떨까?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할까? 무슨 얘기를 듣고 싶어 할까? 생각하며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상의 일들을 나열하며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기분과 감정을 꺼내어 이야기하기에는 쉽지 않다. 자녀가 얼마나 속상한지, 왜 화가 났는지 등을 말로 표현하도록 도와주면 자녀도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조금씩 길러지게 된다. 더불어 자녀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표현하는 것으로 공감해야 한다.

셋째, 충분히 듣고 공감한 뒤 부모의 입장을 이야기한다. 자녀와의 대화에서 부모의 생각을 먼저 전달하지 않고, 자녀가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게 하고 들어주어야 한다. 자녀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해결 방법이나 조언을 부모 관점에서 먼저 이야기하게 되면 자녀가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들어주는 태도를 보이고, 꼭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충분히 듣고 나눈 후에 전달하도록 한다. 때로는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부모의 역할에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소중한 우리 자녀와 잘 지내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로망이다. 바쁜 일상에서 부모는 자녀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함에 미안해 하지만, 우리 자녀는 양적인 시간보다는 진실한 마음을 전하고 내 얘기를 들어주는 질적인 대화를 더 좋아한다. 부모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모습들을 단순히 사춘기적 특성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자녀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고, 자녀가 바라는 부모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처럼 자녀 교육에 대한 이론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많이 알고 있는 것 보다는 한 가지라도 먼저 실천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늘부터 자녀가 바라는 부모의 모습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자녀의 마음에 한 발짝 더 다가가도록 노력하는 부모가 되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