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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급한 일
2019년 09월 20일(금) 04:50
추석을 앞두고 태풍 링링이 지나갔지만 한낮의 더위는 여전하다. 이제 가을의 문턱인 백로도 지났으니 가을은 우리들 마음으로부터 찾아오리라. 태풍 링링은 강한 바람을 동반한다기에 바람을 맞을 준비를 했었다. 이제 링링도 지나가고 가을의 문턱에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대체로 중요하고 급한 일을 먼저 한다.

한 제자가 원불교 교조이신 대종사에게 질문을 했다. “수도인에게 가장 급한 일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으니 대종사 답하시기를 “모든 사람에게 천만 가지 경전을 다 가르쳐 주고 천만 가지 선(善)을 다 장려하는 것이 급한 일이 아니라, 먼저 생멸 없는 진리와 인과보응의 진리를 믿고 깨닫게 하여 주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 되나니라”고 하였다.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정산종사는 사람의 일 가운데 제일 급선무가 “각자의 허물을 찾아 고치는 일이니라”고 하였다.

우리 마음속에는 반드시 고쳐야 할 세 가지 놈이 있다. 좋은 놈, 무서운 놈, 이상한 놈이다. 첫 번째 좋은 놈은 욕심내는 마음, 탐심(貪心)이다. 욕심나는 것만 보면 가지고 싶은 마음이다. 권력에 대한 욕심, 재물에 대한 욕심, 명예에 대한 욕심이다. 불 나방이 자신의 목숨이 없어지는지도 모르고 불 속으로 뛰어들 듯 과욕은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의 인연들까지 패가망신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음은 무서운 놈이다. 무서운 놈은 성내는 마음, 진심(嗔心)이라고 한다. 나와 의견이 안 맞으면 무조건 화부터 낸다. 열 번 잘해주다가도 이 한 번의 화냄은 열 번의 선행을 다 날려버리는 무서운 놈이다.

마지막으로 이상한 놈이다. 이상한 놈은 아무리 가르쳐 주어도 알지를 못한다. 이상한 놈을 어리석은 마음, 치심(恥심)이라고 한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알면서도 죄를 짓고 모르기 때문에 죄를 짓기도 한다. 하지만 알고 짓는 죄는 언젠가 고칠 기약이 있지만 모르고 짓는 죄는 고칠 기약이 없으므로 그 죄가 더 무겁다 하겠다.

좋은 놈, 무서운 놈, 이상한 놈 이 세 가지를 불가(佛家)에서는 삼독심(三毒心)이라고 한다. 사람의 모든 허물이 이 삼독심에서 시작이 된다.

내가 아는 어느 지인은 직장인이던 젊은 시절엔 신발을 살 때 끈이 있는 신발은 사지 않았다고 한다. “왜 그리했냐?”고 물으니 동행한 사람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면 신발 끈을 매는 사람들이 많아서였다고 한다. 그 꼴이 보기 싫어서 신발 끈이 있는 신발을 사지 않았다고 한다. 본인은 신발 끈을 매지 않아도 되니 계산을 해버렸다고 한다.

왜 사람들이 멀쩡한 신발 끈을 다시 맬까? 체면은 잠시이고 지갑 속의 돈은 그 돈이 나가기 전까지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어서 그럴까? 굳이 말하자면 그 행복한 마음도 욕심 때문에 나오는 마음이리라. 우리는 육신을 가지고 있기에 육신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부정당한 육신의 편함은 결국 재앙의 씨앗이 될 것이다.

체면도 무시하고 인성도 마비시키는 허물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세 종류의 좋은 놈, 무서운 놈, 이상한 놈들 때문에 나오지만 이 세 가지 놈들은 교묘하게 포장을 해서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위장을 해서 세상에 나온다. 몸과 입과 마음을 통해서 세상에 나온다.

변산 시골 마을에 서울에서 박사님이 귀농을 했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 씨를 뿌리는지 모르겠어서 옆집에 평생 농사만 짓고 사는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올콩은 언제 심어요?” 할머니 왈 “응! 감꽃 필 때”, “ 할머니 그러면 메주콩은 언제 심어요?” “응 감꽃 질 때”라고 하더란다. 귀농 박사님은 농사가 제일 어렵다고 한다. 우리들이 게을러서 허물이 생기기도 하지만 몰라도 허물이 생긴다.

우리 마음 속에서 이 세 가지 놈이 공작을 못하게 견제를 해야 한다. 감시를 해야 한다. 누가 감시를 하는가? 바로 참 나이다. 가을에 문턱에 명상과 사색을 통해 참 나를 찾는 시간이 되기를 심축해 본다.



/정 세 완 원불교 광주 농성교당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