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천정배 국회의원(광주 서구을)] 호남 발전 이끌 대안 정치 세력 필요하다
2019년 09월 19일(목) 04:50
1995년 당시 김대중 총재님의 부름을 받아 정치를 시작한 나는 수도권에 터를 잡아 정치 개혁에 매진했다. 안이하게도, 나는 나라를 바로 세운다면 광주와 호남이 겪고 있는 문제도 자연스럽게 잘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후보가 경선에 나왔을 때 영남 출신인 그 분을 나 홀로 앞장서서 밀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호남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은 수평적 정권 교체 이후 두 번의 민주 정부가 수립됐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국민 소득은 세계 사상 유례가 없는 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는 극단적인 양당제 싸움판 정치로 전락해 있다. 상대 세력만 꺾으면 집권할 수 있는 기득권 양당은 극한 대립을 통해 각자의 지지세를 결집하는 ‘적대적 공존’ 관계에 있다.

이들이 승자 독식을 위해 싸움에만 몰두하는 동안, 개혁은 지지부진하고 민생은 내팽개쳐지며 이 나라의 미래는 어두워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재벌 중심의 발전 전략이 시효를 다하여 주력 산업들이 구조적 위기에 처해 있다. 많은 국민들을 경제적 무능력자로 전락시킬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불확실성도 발등의 불이다. 하지만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한 준비는 실종돼 있다. 촛불 국민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단 한 건의 개혁 입법도 완수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기득권 양당 체제 하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실이다.

이런 비생산적인 정치를 끝내기 위해 나는 오래전부터 다당제·합의제 민주주의로 가야만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호소해왔다. 세 개 이상의 정당이 정립해 있는 다당제 하에서는 어느 정당도 승자 독식을 할 수 없기에 상생과 협력의 생산적 정치가 실현될 가능성이 커진다. 세계적으로도 민주주의 수준이 높고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들의 절대 다수가 다당제·합의제 민주주의 제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광주와 호남에는 반드시 제3의 대안 세력이 필요하다. 오랜 일당 독점으로 인해 호남 정치는 극도의 무기력에 빠져있고, 호남에 대한 정치적 차별과 경제적 낙후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근 경북의 ‘구미형 일자리’에 LG화학이 5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울산형 일자리에도 현대모비스가 33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한다. 광주형 일자리에 현대차가 투자하는 금액은 437억 원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호남의 낙후 상태가 개선되기는커녕 다른 지역과의 격차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민주당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호남 지역 발전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할 강력한 의지를 지닌 대안 정당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광주와 호남을 필두로 전국적으로 많은 국민들은 국민의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함으로써 3당 체제를 만들어주셨다. 문재인 정부가 호남에 각별히 신경을 쓴 데에는 경쟁 관계에 있는 국민의당의 존재도 한몫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나를 포함한 국민의당 정치인들은 이러한 성원에 부응하지 못하고 흩어지고 말았다. 이 점에 대해 나는, 특히 광주와 호남의 주민들께 깊이 사죄를 드린다.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대안 정치 세력은 다음과 같은 목표와 임무를 설정하고 그 실현에 매진하고자 한다.

첫째, 전국 차원에서 기득권 양당의 싸움판 정치를 극복하고 다당제·합의제 민주주의의 한 축이 될 유능하고 개혁적인 제3 세력이 되고자 한다. 둘째,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세력이 다시는 이 나라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무력화시키는 데에 민주당과 흔쾌히 연대·협력하고자 한다. 셋째, 촛불 혁명이 명한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한편 채찍질하고 한편 협력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개혁을 완수하고자 한다. 넷째, 무기력한 호남의 1당 독점을 극복하고 강력한 정치적 경쟁 체제를 구축하며 확고한 의지와 비전·정책으로 낙후된 호남의 발전을 이끌어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룩하고자 한다. 이상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개혁을 이끌어 온 광주와 호남에 부여된 시대적 사명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