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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SRF 협상 순서를 바꾸자
2019년 09월 06일(금) 04:50
지난 8월 30일 협상 타결을 기대했던 빛가람 혁신도시 13차 SRF(고형 연료) 거버넌스 회의가 성과 없이 끝났다. 고형 연료 사용과 광주 SRF 반입의 한시적 허용에 관해 주민 대표와 한국난방공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7월 22일 11차 회의에서 “1차 합의서에 서명했을지라도 최종 합의서가 타결이 되지 않으면 1차 합의서를 무효로 한다“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매몰 비용과 운영 손실을 물어내라며 생떼를 쓰는 난방공사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8월 14일 12차 회의에서 난방공사의 강력한 요구로 “주민 수용성 조사 이전에 손실 보전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추가됨으로써 협상 타결의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난방공사가 과도한 손실 보전 방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 합의서(1차 합의서)에 서명했을 지라도 나중에 거버넌스가 파기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이 경우 주민 입장에서 소각장 가동을 멈추게 하거나 광주 SRF 반입을 막을 아무런 수단이 없었다. 역설적으로 기본 합의서만 타결되면 난방공사는 꽃놀이패를 쥐게 되고 거버넌스를 깨기만 하면 바로 시설을 가동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13차 회의에서 주민측 협상 대표는 최소한의 담보 장치로 ‘한시적 연료 사용 허가와 광주 SRF 반입’을 주장했으나 난방공사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6시간 반 동안 격론을 벌였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소송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난방공사가 한시 허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손실 보전 방안 마련의 시기를 기존의 ‘주민 수용성 조사 이전’까지에서 ‘시험 가동 착수 전’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새로 제안한다. 현재 협상안은 ‘기본 합의서 서명→환경 영향 조사→손실 보전 방안 마련(부속 합의서 서명)→주민 수용성 조사’의 순으로 진행하게 돼 있다. 이 순서를 ‘기본합의서 서명→환경 영향 조사 용역 발주→부속 합의서 서명(손실 보전 방안 마련)→시험 가동→주민 수용성 조사’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렇게 바꾸면 주민 수용성 조사까지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기존 합의안의 추진 일정을 살펴 보자. 환경 영향 조사를 위해 ‘용역 발주 2개월 + 시험 가동 3개월 + 보고서 작성 1개월’로 최소 6개월이 소요된다. 9월 초 시작하면 빨라야 내년 2월 말이 돼야 환경 영향 조사를 완료한다. 환경 영향 조사를 하는 동안 손실 보전 방안을 마련한다. 기존 안의 핵심 사항이다.

그러나 중간에 4월 총선이 끼어 있다. 이것이 변수다. 총선을 기점으로 2개월 전후에는 주민 투표를 시행할 수 없다. 주민 수용성 조사는 빨라도 내년 6월이 돼야 가능하다. 총 10개월이 소요된다.

수정안의 일정을 살펴 보자. 기본 합의서 서명 후 4개월 내에 손실 보전 방안을 마련한다. 동시에 2개월 가량 소요되는 환경 영향 조사 용역의 발주 및 계약 절차를 완료해 둔다. 손실 보전 방안이 마련되면 부속 합의서에 서명한 이후 ‘시험 가동 3개월 + 보고서 작성 1개월’의 환경 영향 조사를 시행한다. 이 시점이 내년 4월이다. 거기에 주민 수용성 조사 2개월을 보태면 총 10개월이 걸린다. 주민수용성 조사 완료 시기는 내년 6월로 원안과 동일하다.

시험 가동 이전에 손실 보전 방안을 마련한다면 장점은 뭐가 있을까? 한시적 연료 사용 허가나 한시적 광주 SRF 반입에 관한 격렬한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 난방공사는 본인들 주장하는 바 ‘소송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아우러 SRF 폐쇄시 손실 보상 방안을 시험 가동 착수 이전에 모두 마련했기 때문에 원안보다 보장 장치가 더 확실하다.

주민들도 중간에 거버넌스가 깨지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산자부·전남도·나주시도 어차피 손실 보전 방안 마련에 동참하기로 한 이상 한두 달 뒤로 미룬다고 해서 더 나아질 것도 없다. 순서만 바꾸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14차 거버넌스 회의가 모처럼 밝은 낯으로 기본 합의서에 서명하는 날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조진상 동신대 도시계획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