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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철성 전남도로관리사업소 주무관] 전남의 풍수를 블루 관광 자원으로
2019년 08월 27일(화) 04:50
최근 전남도는 블루 이코노미 경제 선포식을 갖고 ‘블루 이코노미 전남’을 향한 원대한 비전을 발표했다. 블루 이코노미 5대 전략 중 하나인 ‘남해안의 기적, 신성장 관광 벨트’가 필자 눈에 들어왔다. 굴뚝 없는 공장이라 불리는 관광 산업은 어느 지자체나 선망하는 청정 상품이 아닌가. 남해안 관광 벨트 역시 무한한 상품을 만들어 내 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값진 자산이다. 필자는 여기에 한 가지 더, 한국 풍수의 비조 탄생지가 바로 전남 영암이기에 풍수를 주제로 한 관광 상품을 발굴해 넣자는 의견을 내 본다.

지난 2012년 2월 풍수를 학문에 반열에 올려놓은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가 순창군을 찾아 ‘순창의 지리적 여건과 관광 발전 방안’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최 교수는 당시 “한국인의 의식 저변에 깔린 명당에 대한 관심을 관광 마케팅에 활용한 풍수 기행 코스를 만든다면 색다른 여행 상품이 될 것”이라며 “풍수 기행은 좋은 경치로만 관광을 하는 일반 여행과 다른 테마 관광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남은 말 그대로 풍수의 텃밭이다. 예컨대 지난 2014년은 갑오년으로 말의 해였다. 당시 전남도에서 관내 말 지명을 분석한 결과가 화제로 떠오른 적 있다. 도내 말 지명이 142곳으로 전국 최다였다는 것이다. 다수의 말 명칭은 풍수 형국에 의한 지명으로 풍수 문화 유산의 백미 아닌가. 특히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있는 운조루는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도 언급됐듯 거북이가 진흙에 들어간 자리라는 금구몰니형 명당으로 유명하다. 운조루는 남한의 3대 명당 중에서도 으뜸이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인천에 거주할 때 풍수 서적을 모으며 탐독하다가 풍수 명당인 지금의 전남도청 터에 대한 글을 보고 남악 어느 귀퉁이에 작은 집 한 채 짓고 살고 싶다고 욕심을 낸 바 있다. 남쪽의 ‘의뜸뫼’라는 남악은 다섯 마리 용이 여의주를 갖고 노는 형국인 오룡쟁주형 명당이다. 게다가 한국 풍류도에서 회자되는 유불선의 삼교가 회통하는 터라고 한다. 삼교는 무안 승달산, 목포 유달산, 영암 선황산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승달산 동서를 관통하는 도로 개설로 명당(생태계)이 파괴돼가고 있다.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 역시 풍수의 문외한이라도 나주 봉황산과 식산 등의 산줄기를 배산으로 삼고 지석천과 영산강이 합수돼 반달처럼 감싸고 휘도는 곳 가운데에 위치라고 있음이 확인된다. 은연중에 풍수가 입지 선정에 반영됐을 것이다.

특히 최 교수는 한국 풍수의 종주국이 중국이라는 풍수 역사에 대해 한국 자생 풍수를 제기했다. 한국 풍수의 통설은 신라 말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풍수를 정착시킨 사람이 도선 국사(827~898)라고 하지만, ‘삼국유사’의 석탈해의 반월성 집터와 선덕여왕의 여근곡 사건에서 확인되듯 우리나라에는 이미 자생의 풍수적 관념이 있었고, 거기에 중국으로부터 체계화된 풍수가 수입돼 비로소 우리 풍수의 기초가 확립됐다. 최초 공로자가 바로 도선이다.

전남에서의 도선의 행적은 크게 영암, 구례, 광양 등에서 발견된다. 지난 2001년 EBS 풍수 기행에서는 영암에 현존하는 다수의 도선 출생지에 대한 관련 유적들을 소개한 바 있다.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는 도선이 지리산 이인에게 자생 풍수를 전수받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문척면 죽마리에 있는 사성암은 섬진강이 반달처럼 감싸면서 흐르는 곳인 산진수회 명당으로 도선 국사가 공부했던 곳이다. 또한 광양에는 도선의 말년 은거지인 옥룡사지가 있다.

전남은 한국 풍수의 비조인 도선이 태어난 곳이기에, 조금 과장한다면 한국 풍수의 성지가 되는 셈이다. 그러니 전남 곳곳에 남아있는 도선의 자취 및 전남 풍수 유적 및 자료들을 모아서 ‘전남 풍수 자료집’같은 거라도 하나 만들어 놨으면 좋겠다. 풍수 공부를 한 사람들은 잘 안다. 풍수 속에는 그 시대의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박혀있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풍수 자료의 가치는 블루 오션의 든든한 밑천이 될 것이다.

언젠가는 영암에 한국풍수박물관 조성의 공감대가 형성될 날도 올 것이다. 만약 풍수박물관이 세워진다면 그곳에서는 풍수 유물의 보존 전시뿐 아니라 풍수학교도 열어 난개발에 의한 자연 파괴를 막을 수 있을 생태 사상으로서의 풍수의 진면목이 전수됐으면 한다. 또 한국 자생 풍수를 주창했던 풍수 학인들의 풍수 관련 유물도 보존·전시한다면 의미 있는 인문학 볼거리로 관광객들의 지적 욕망까지 충족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