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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 생각’(279) 재개발
또 그렇게 사라져 가는 도시의 풍경과 기억들
2019년 08월 22일(목) 04:50
박인선 작 ‘콘크리트 건물 03’
“···불도저의 힘보다 망각의 힘이 더 무섭다. 그렇게 세상은 변해간다. 나도 요샌 거기 정말 그런 동산이 있었을까 내 기억을 믿을 수 없어질 때가 있다. 그 산이 사라진지 불과 반년 밖에 안됐는데 말이다.”

몇 년 전 타계한 우리시대의 이야기꾼 박완서작가(1931~2011)는 자전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서 작가가 가장 좋아하던 동네 자그마한 동산이 아파트 재개발을 위해 어느 날 불도저에 의해 밀려 없어져버려 몹시 아쉬워한다.

작가의 탄식처럼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자주 되뇌게 되는 요즘이다. 자주 다니는 길목인 동강대를 지나 광주교대, 혹은 광주고를 거쳐 도심을 가노라면 중흥동, 풍향동, 계림동 등 주택이 많았던 곳들이 불도저로 밀리거나 공사 가림막에 가려진채 대대적인 재개발 현장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병원과 약국이 있었고, 딸아이 교복을 맞췄던 매장, 단골식당, 이불가게 등등 눈에 선한 풍경이 모두 사라져버려 하루아침에 동네 지도가 바뀌고 과연 상전벽해라 여길 만큼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비로소 실감하고 있다.

박인선작가(1982~ )의 ‘콘크리트 건물 03’(2015년 작)은 아파트 재개발을 위해 오래된 가옥을 불도저로 허물고 있는 순간을 사진 콜라주와 페인팅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한때는 번듯했을 건물이 도시 재개발의 뒷전에 밀려 허망하게 사라져가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광주시내 곳곳 구도심이라고 할 만한 곳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작가는 2006년 광주 까치고개에 위치한 외갓집이 아파트로 재개발된다는 소식을 듣고 헐리기 전까지 그곳에서 작업하기 시작하면서 도시의 오래되고 낡은 가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기억 속 도시의 모습들이 사라져가겠지만 또 그렇게 축적된 삶과 기억들 역시 우리들의 초상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