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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훈 호남대 축구학과 교수] 자율과 즐기는 축구가 일궈낸 ‘월드컵 준우승’
2019년 06월 18일(화) 04:50
2019 FIFA U-20 월드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U-20 대표 선수단이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대한민국 축구 역사를 새롭게 썼고, 세계 축구 역사도 새롭게 장식하였다. 준우승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엄청난 사건이고, 이강인 선수의 월드컵 골든볼 수상은 혁신이다. 이번 FIFA U-20 월드컵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전 국민을 다시 한 번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번 대회의 MVP 이강인 선수는 일곱 살에 모 방송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강인은 인천유나이티드 유소년 아카데미를 거쳐 스페인으로 축구 유학을 떠나 스페인 발렌시아 FC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이강인은 메시에 이어 두번째로 어린 선수로는 최초로 ‘2019 FIFA U-20 월드컵 골든볼’을 거머쥐었다. 이제 이강인은 손흥민과 함께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어 갈 대들보로 성장했다.

2018-2019 UEFA 챔피언스 리그가 끝난 지 불과 2주 정도 지났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토트넘을 결승까지 진출시킨 손흥민 선수의 활약을 보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환호하고 행복감을 느꼈다. 두 선수가 자신만의 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유소년 시절 즐거움과 자율적인 축구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가능성을 발견한 부모님의 뒷바라지로 세계적인 축구 스타가 탄생한 것이다. 손흥민 선수는 초등학교 시절 부친의 개인 레슨을 통해 자율 축구를 접하며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력을 향상시켰고, 득점 기회가 오면 주저함 없이 결정할 수 있는 결단력을 키워왔다. 이강인 선수는 2011년 스페인 유학길에 올라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축구를 배우며 자신만의 창의적인 축구를 키웠다.

필자가 자율과 즐거움을 강조하는 것은 훈련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축구계의 지도 방식과 선후배를 따지는 축구 문화를 개선 하고자 함이다. 억압하고 강제성을 띤 훈련은 축구를 멀리하게 되고 인지와 사고 능력을 제한한다. 또한 훈련과 시합에서 나이와 학년은 별개의 요인이다. 경기장 안에서는 오직 실력만이 존재한다. “기술 축구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선수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초등학교 축구 감독인 제자가 있다. 6년 전 호남대학교 축구학과를 졸업하고 부산 해운대FC를 창단하여 전국유소년축구대회 우승 등 많은 업적을 올렸다.

부산 해운대FC 감독에게 “어린 나이에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묻자 감독의 대답은 단호했다. 대학 시절 호남대 축구학과에서 배운 대로 축구를 통해 선수들에게 즐거움을 줬고, 플레이에 대한 선택은 선수 본인이 할 수 있도록 지도해 온 게 전부라는 것이다. “즐기는 축구, 자율 축구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만들뿐만 아니라 ‘메시’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양성할 수 있다고 교수님이 늘 말씀하시지 않았냐”며….

2005년 국내 최초로 개설된 호남대 축구학과는 한국 축구와 축구 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와 전문가를 발굴하고 양성하는데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졸업생들은 부산 해운대FC 감독을 비롯 40여 명이 유소년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고, 중·고·대학 지도자들로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며 이강인, 손흥민 선수 보다 더 훌륭한 선수 발굴과 양성에 헌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티모르, 중국 등에서 경기 분석관, 에이전트, 피지컬 코치, 재활 트레이너로 활약하는 등 국내외 축구 산업 전 분야에서 축구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2019 FIFA U-20 월드컵’을 통해 대한민국 축구는 세계 축구 역사를 새롭게 써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동력을 얻었다. 하지만 여기서 안주해서는 안된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세계 우수 축구 인프라를 자국으로 모으고 있고, 일본은 이미 우리보다 30년 앞서 우수 유소년 선수 발굴과 양성 등을 통해 국제 무대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숙제는 이번에 우리가 지켜본 즐기는 자율 축구를 어떻게 제도권 안에서 경쟁력으로 승화시킬 것인가이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고, 경험보다 좋은 스승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