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규 원불교 사무국장]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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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규 원불교 사무국장]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밖에 없다
2018년 07월 27일(금) 00:00
며칠 전 서울에 일이 있어 기차를 타고 올라가던 중, 뒤쪽에서 큰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좌석에 앉은 사람끼리 내 좌석이 맞다며 다투고 있었다. 승무원이 와서 정리를 해주어 그 후론 조용하게 용산까지 갈 수 있었다. 용산에 도착하니 기차 방송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잊은 물건 없으신지 잘 살펴주시고 안녕히 가십시오’ 방송이 나오자 승객들은 모두 자기 짐을 꾸려서 기차에서 내리고 승무원은 의자를 정리하면서 빨리 내리라는 무언의 말을 전한다.

기차의 티켓을 끊어 열차가 운행될 때에는 그 자리가 나의 소유이고 내 자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해 티켓의 유효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그 자리는 내 자리라 할 수 없다. 도착하고 나서도 그 자리가 내 자리라 생각하며 앉아 있다간 기차 청소부에게 핀잔을 들을 것이 뻔하다. 우리의 삶과 죽음도 그러하다. 살아가면서 돈, 권력, 명예가 삶의 전부 일 것 같으나 언젠가는 그 전부라고 생각한 것이 나에게서 떠나가게 된다. 도리어 그것들이 살을 찢는 듯한 고통으로 다가온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단 하나 있다. 바로 ‘이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다. 나의 마음 또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우리 몸도 한순간 머무르지 않고 생성소멸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변해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 힘들더라도, 지금 슬프더라도, 지금 외롭더라도, 혹은 지금 기쁘더라도 지금의 마음에 집착해 미래를 살아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요즘 우스갯소리 말 중에 신혼 초의 사랑을 빗댄 ‘너 없이는 못살아’라는 표현이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신혼 생활을 마치고 3년만 지나면 ‘너 때문에 못살아’로 바뀐다고들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게 되는 것이 삶의 이치인 것이다.

이러한 변하는 이치를 알아서 그 변화에 집착하지 않으면 ‘나’라는 것이 확장이 된다. 하지만 그 반대로 변하는 이치를 모르고 집착하면 화병이 생기게 된다. 마음의 병인 ‘화병’은 영국 옥스퍼드사전에 ‘Hwa-Byung’(화병)이란 철자로 등재될 만큼 한국 문화에만 있는 특이한 질환이다. 그러나 몇 해 전 정식 질병으로 인정받지 못해 현재는 등재에서 누락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독 우리에게 많은 화병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리랑은 한(恨)이라는 정서를 담은 노래이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라는 부분에서 보듯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는 상황을 막지 못하고 바라만 봐야 하는 기가 막힌 현실은 혼자만 속을 태우는 애환에 다름아니다. 시간을 거슬러 그 여인을 만날 수 있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그에게 맞는 다른 임을 만나서 잘 살 수 있도록 축원 기도 해주고, 나는 변화에 빨리 적응해 내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물론 아리랑 노래가 단지 남녀의 애증만을 다룬 노래가 아니기에 다른 해석에 대해서는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들 마음속에는 어떤 아리랑이 있을까? 사회가 다양해진 만큼 수많은 아리랑이 있을 것이다.

마음 병의 원인은 이 괴로움을 주는 것이 상대방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햇빛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내가 서있을 때 비로소 그림자가 생기는 것이다. 내 마음에 집착된 마음, 욕심 된 마음이 있기에 괴로움이 생기는 것이다. 고통의 원인이 나에게 있으니,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도 내 자신에게 있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너를 어떻게 길렀는데’ ‘네가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등 이런 마음을 갖고 산다면 마음에 화가 늘 존재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내가 원하는 데로 되지 않을 때는 집착을 놓고 변화에 따라 순리대로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언젠가는 종착점에 다다르고 그 기차에서 내려야 한다. 하지만 기차의 좌석을 화려하게 꾸민들 내리고 나면 허망하기 그지없다. 우리가 진정 준비해야 할 것은 기차의 좌석이 아니라 기차에 타고 있는 나를 사랑하고,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나의 내면을 성장시키고 키워나가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진정으로 기차 창밖의 경치를 즐기며 여유롭게 삶의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행복이 아니겠는가. 그러기에 행복은 내 마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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