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칼럼] 이찬일 담양동산치과 원장 ‘입 속 세균 생태계 균형을 맞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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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칼럼] 이찬일 담양동산치과 원장 ‘입 속 세균 생태계 균형을 맞춰라’
2018년 04월 02일(월) 00:00
좋은 입 속 세균을 살리자! 최근 세균을 통해 난치성 현대병을 치료하려는 ‘박테리오테라피(Bacterio-therapy)’가 주목받고 있다.

박테리오테라피란 스웨덴에서 개발된 예방 프로그램이다. 노벨 생리의학상 심사 본부가 있는 세계 최대의 종합의과대학인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과 국제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업인 바이오가이아가 공동개발한 유해균을 관리하는 새로운 예방의료 기술이다. 이는 건강한 모유에서 추출한 모유유산균을 이용한다. 항생제의 문제나 내성이 없는 안전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입 속 유해균 80∼90% 억제, 중증의 치은염 58% 개선, 입 냄새 원인균 억제, 임플란트 주위염 억제 등의 효과가 있다. 특히 치과치료와 병행할 경우 치료효과가 3배나 향상된다는 점이 다수의 논문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세균에 대해 너무 많은 편견이 존재한다. 세균들은 오염원이며, 곧 불결함 및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불공평한 고정관념이다. 사실 대부분의 세균은 무해하고 건강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입 속과 위장관에 서식하는 수천 종의 세균 가운데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종은 100가지 미만이다.

인간과 세균은 운명 공동체다. 입 속 세균 생태계의 평화와 공생은 입안 건강 및 전신 건강을 위해 아주 중요하다. 입 속에는 대략 1000여 종의 세균이 있다. 세균이 없으면 생명은 유지될수 없다. 좋은 세균, 나쁜 세균이 공존해야 우리 몸은 세균의 생태계가 조화를 이룬다. 그 조화가 깨지면 면역시스템도 파괴된다. 그러므로 지나친 청결로 인해 세균을 죽이기 위한 항생제의 남용은 오히려 인간을 나약하게 만든다.

아토피 환자 증가와 항생제 보급은 비례한다. 실제 현대사회에서 전염병은 급감하는 반면 아토피,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 등 면역 질환은 급증하는 추세다. 왜 그럴까? 대답은 간단하다. 몸에 좋은 세균이 우리가 쳐 놓은 ‘위생 및 살균’이란 덫에 걸려 설자리를 잃어 가기 때문이다.

런던대 임상 미생물센터 그레함 루크 교수의 ‘위생 가설’에서 과도한 위생 상태는 오히려 면역력을 약화시킨다고 보고하고 있다. 최근 일본 게이오대학 등 공동연구진은 입 속에 흔히 사는 특정 세균 종이 세균생태계의 균형이 깨진 환경에서 정착해 면역반응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염증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실험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보고했다. 입 속 세균은 치주염에서 심혈관 질환, 장 질환, 심지어 알츠하이머병까지 온몸 건강에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면역은 좋은 세균에 감염될수록 강해진다. 면역력은 수없이 많은 세균들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완성된다. 건강한 생명체는 세균에 감염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세균에 감염이 돼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면역 기능이 잘 작동하는 상태다. 엄마는 본능적으로 아기들에게 좋은 세균을 물려주기 위해 건강한 감염을 시도한다. 출산과 모유가 그렇다. 자연분만을 통해 태어난 아이와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난 아이의 몸 속 세균 상태가 현저히 다르며, 모유의 신비는 더욱 놀랍다. 모유 속에 든 성분 중에는 아기가 소화시키지 못하는 올리고당이 많이 들어있다. 올리고당은 아기의 먹이가 아니라 비피더스라는 세균의 먹이다. 아기를 위해 세균의 먹이까지 준비해 놓은 것이다.

입 속 및 장의 세균 생태계 균형을 맞춰야 한다. 나쁜 세균을 죽이는 대신, 좋은 세균을 더 많이 살리는 방법을 통해 세균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답은 건강한 감염이다. 현대인은 영양 밸런스가 깨지기 좋은 환경에 놓여있다. 황무지가 된 땅을 개간하듯, 세균 밸런스가 깨졌다면 다시 유익균을 보충해야 된다.

입 냄새를 없애기 위해 안 해 본 것이 없다지만 입 냄새는 여전히 우리를 힘들게 한다. 기존에 할 수 있는 건, 입 안을 병적으로 닦고 관리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좀 더 근본적인 개선책들이 나오고 있다. 입 냄새가 지속될 경우 입 냄새 유발 원인 분석 검사와 입 속 병원성 미생물 유전자 검사에 따른 맞춤형 치료가 그것이다. 입 냄새가 심각한 경우 입 속 세균 유전자 분석검사를 하면 입안에 나쁜 세균이 다른 사람보다 유독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나쁜 균들을 죽이면 되는 걸까? 아니다. 입냄새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는 미국의 치과의사 해롤드캐츠가 제시한 방법은 입냄새를 유발하는 나쁜 세균을 살균하는 화학적 방법이 아니었다. 즉 나쁜 세균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세균이 잘 자라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소독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99.9% 살균을 목표로 하는 청결한 삶은 더 이상 답이 아니다. 우리가 세균을 지나치게 공격하면 세균들 역시 강력하게 반발한다. 이제는 인간의 정상적인 발육과 생리활성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좋은 세균’들과 친구가 되어 공생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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