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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상 봄한의원 원장] 춘곤증
2018년 03월 29일(목) 00:00
춥던 겨울이 지나고 어느새 날씨가 풀리는가 싶더니 이번 주부터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아파트 단지에는 매화가 만개하고, 거리에는 벌써 벚꽃 꽃망울을 내밀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특별히 피곤할 만한 일이 없는데 물에 적신 솜처럼 몸이 무겁고 피곤하고 졸린 듯한 느낌을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한의원을 찾아오는 환자분들도 요즘 들어 부쩍 피곤하고 잠을 자도 잔 것 같지가 않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것을 흔히 춘곤증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나른함, 졸림, 식욕 부진, 어지럼증, 근육통 등이 있고 때로는 두통,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겨울철 추운 실외에 있다가 따뜻한 실내에 들어오면 감각이 둔해지고 나른해지는 것과 같다. 겨울에 얼었던 땅이 봄이 되면서 녹는 것처럼 우리 몸도 겨울에는 움츠렸다가 봄이 되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적응하지 못하면 ‘춘곤증’이 나타난다.

그 원인을 동의보감에서는 봄에 특히 풍(風)이나 간병(肝病)이 발생하기 쉽다고 하였는데, 한의학적인 관점으로 보면 간은 피로와도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장부로 본다. 즉,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한의학적 간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 겨울 동안 운동이 부족한 사람이나 피로가 쌓인 사람일수록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춘곤증 극복 방법을 알아보자. 가장 먼저 실천할 것은 역시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다. 피곤하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오히려 춘곤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실내에 있을 때에는 스트레칭을 해서 근육을 풀어주고 하루에 30분∼1시간 정도,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산책하듯이 가볍게 걷는 것이 좋다. 하지만 운동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움직이게 되면 관절이나 근육에 쉽게 피로가 쌓일 수 있으니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해야한다. 자신의 움직임을 충분히 제어하고 관찰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하는 운동이 가장 효과적이다.

또한 충분한 수면은 필수이다. 수면 시간은 하루 7∼8시간 정도가 적당하고, 무엇보다 숙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면 커피 등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는 피하고, 졸리기 전까지는 침대에 눕지 않는 것이 좋다. 낮잠은 숙면을 방해할 수 있으니 가급적이면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너무 피곤해서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15분 정도 책상에 엎드리거나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서 눈을 붙이는 것이 좋다.

제철 음식은 신진대사에 도움이 됨은 물론 생활에 만족감을 주는 활력소라고 할 수 있다. 봄철에는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비타민 소모량이 늘어난다. 특히 비타민 B1과 C가 부족하기 쉬운데, 비타민 B1이 풍부한 돼지고기나 콩, 잡곡밥과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봄나물은 봄을 닮아 강한 생기를 지니고 있다. 냉이, 돌나물, 두릅, 씀바귀 등은 약간 쓰고 매운맛을 가지고 있다. 쓴맛은 입맛을 돋울 뿐만 아니라 열을 내리고 머리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다. 그리고 매운맛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충분한 휴식과 영양 섭취, 운동 등의 노력을 하였는데도 4주 이상 피곤하다면 간염이나 갑상선 질환 등이 원인이거나 허증(기운과 영양분이 부족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한의원을 찾아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봄은 계절의 시작이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본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법이다. 이미 우리 몸은 새로운 봄을 맞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에서 따뜻해진 봄을 맞아 우리 몸도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춘곤증을 단지 짜증나는 증상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아, 우리 몸이 지금 봄에 적응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내 몸을 챙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