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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헌권 서정교회 담임목사]광주 시민에게 보내는 편지
2018년 03월 16일(금) 00:00
지금 교회력에 의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의 길을 생각하는 사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광주 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철회 구조조정 저지 광주 지역 공동대책위’ 공동 대표인 장헌권 목사입니다. 봄 마중 하는 꽃 소식으로 안부를 전합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한 겨울입니다.

지난 3월 2일 새벽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자성어 그대로입니다. 맑은 푸른 하늘에서 갑자기 벼락이 떨어진다는 뜻이지요. 금호타이어 노조 조삼수 대표지회장과 정송강 곡성지회장, 두 분이 CCTV 송신탑에 올라 가셨다는 소식입니다. 제가 섬기는 서정교회와 멀리 떨어 있지 않는 영광통 사거리입니다. 너무도 마음이 저려오는 시간이었습니다. 계속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지요. 4일 저녁에는 천둥과 번개가 치는 궂은 날씨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현장에 가보았지요. 20미터나 되는 철탑은 한없이 높게만 보였지요. 그곳은 누워 있을 공간도 없는 좁은 공간입니다. 긴 현수막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지요. 거기에는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결사반대! 체불임금 해결하라!”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아린 가슴으로 조삼수 회장에게 문자를 드렸습니다. “대표님 응원합니다.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건강을 기도합니다. 힘내세요.” 바로 대표님이 답장을 보냈지요. “걱정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좋은 방향으로 성과내고 인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분은 광민회 공동 대표이지요. 저 거대한 자본의 물결 앞에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생명의 깃발을 보십시오. 얼마나 가슴이 아픈가요. 희망과 슬픔이 함께하는 막막한 시간 금호타이어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우리 모두 아들이며 형제입니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저렇게 높은 철탑에 올라갔을까요? 금호타이어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중국기업 더블스타로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발표 때문에 지회장님들이 이런 선택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50여년 가까이 광주전남 지역민들과 더불어 애환과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향토 기업입니다. 아마 타고 다니는 자가용이나 많은 차량의 신발과도 같은 ‘금호표’ 타이어가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영 실패로 2010년 워크아웃 때 노동 형제들은 실패한 경영자의 모든 빚을 임금과 복지를 헌납하면서 공장을 가동시키고 회사를 살려 냈습니다. 그러던 중 2014년 워크아웃 졸업 후 자율 협약으로 경영했지요. 그런데 또 다시 2017년 초부터 매각 논의를 하다가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해서 협상을 진행한 것입니다.

모든 책임을 노동 형제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고통을 분담하면서 4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호타이어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고통을 감수했는지 모릅니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광주 지역 경제를 한국GM 사태 제2의 군산이나, 상하이차 사태 제2의 쌍용차로 만드는 것을 그냥 방치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 금호타이어 노동 형제들은 주야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습니다.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십시오. 광주 지역 경제의 15%를 차지할 뿐 아니라 노동자와 2만여 가족들의 생존권이 달려 있습니다.

‘광주다움’이 무엇인가요? 더불어 사는 광주입니다. 바로 대동 정신이지요. 광주 정신은 주먹밥 정신입니다. 밥상 공동체입니다. 우리 금호타이어를 살리는 일은 광주 정신을 부활하는 것입니다. 노동 형제들은 주저앉아 당할 수 만 없어 또 다시 뭉쳤습니다. 요구르트와 빵을 나눠 먹고 서로서로 힘내자고 어깨 다독이며 손을 마주잡고 일어섰습니다.

이제 광주 시민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도와주십시오. “금호타이어 지키기”에 함께 해주십시오. 해외매각을 철회하고 구조조정을 저지해달라고 말입니다. 농성장에도 방문하시고 서명도 해주세요.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온다 할지라도 반드시 꽃 피는 봄은 옵니다. 고난과 십자가를 통해서 부활의 기쁜 소식이 들려오는 것처럼요. 여러분들의 따뜻한 가슴으로 손과 손을 마주 잡아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건강과 하시는 모든 일을 위해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