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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리 H+양지병원 과장] 취업난과 청년 건강
2018년 02월 22일(목) 00:00
인생의 황금기인 20대, 건강과 활기에 넘칠 것 같은 세대다. 그러나 최근에는 20대의 건강이 다른 연령층보다도 더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통계지표 자료에 따르면 연령별 요양급여 비용 증감률에서 20대의 증가율이 60세 이상을 제외하고 가장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연간 통계에서는 20대 증가율이 30.8%로 30대 21.1%, 40대 20.3%, 50대 26.8%보다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7년 상반기 진료비 통계지표 자료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였다. 요양급여 비용의 증가는 그 연령대의 병원 이용 빈도 및 의료비 지출이 늘어났다는 것으로,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2016년 사망 원인 통계’에서도 20대의 고의적 자해(자살) 구성비가 가장 높고 암으로 인한 사망 또한 3위를 차지하는 등 20대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20대는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여러 데이터를 분석하면 ‘젊음=건강’이라는 공식에 오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 20대들은 ‘N포 세대’라는 말처럼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데,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몸은 물론 마음의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이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이 요구된다.

20대의 건강지표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위장질환이다. 특히 20대의 사망 원인 3위는 암인데, 그 중 위암은 백혈병(1.1명)과 뇌암(0.5명)에 이어 사망 원인 3위(0.3명)를 차지하고 있다. 위암은 환경적인 요인과 유전적인 요인이 여러 단계에 작용해서 발생하게 된다. 그 중 20대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한 위암 발생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학업이나 취업 준비에 바쁜 가운데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없어 ‘혼밥’ 등으로 급하게 끼니를 해결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혼밥’ 으로 식사를 대충 하게 된다는 답변이 35.8%, 인스턴트식품을 주로 먹게 된다는 답변이 19.2%에 달했다. 이러한 식습관으로 인해 신선하지 못한 음식의 섭취, 염분이나 질산염이 많이 함유된 음식(포장된 육류제품, 훈제육 등)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위암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20대의 잘못된 식습관은 단순히 위암 위험성을 높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위·식도 역류질환의 경우 지난 2016년 20대 환자 수는 34만 3736명으로 2012년 대비 20.6%가 증가했다. 이는 10대(11.8%)는 물론 30대(8.3%), 40대(16.0%)보다 높은 수치다. 장염 또한 비슷하다. 2016년 환자는 65만 6303명으로 2012년 대비 28.4%가 증가했는데 이 또한 10대(9.6%), 30대(23.7%), 40대(25.6%)보다 높다.

20대의 건강 악화는 신체뿐만이 아니다. 20대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인데, 이는 20대가 정신건강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자살 외에도 20대들의 정신질환 환자 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2015년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주요 우울장애로 병원을 방문한 이들(20∼24세)은 2만 7642명으로 2011년 대비 24% 증가한 바 있다. 특히 자살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주요 우울장애 유병률이 20대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20대의 정신건강이 한계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20대의 건강이 점차 악화되는 것은 그들 잘못만은 아니다. 그러나 건강은 한 번 잃으면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20대 스스로도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소견이다.

먼저 위장질환은 건강한 식생활 유지가 중요하다. 특히 아침 식사 결식률이 다른 연령에 비해 가장 높은 20대는 삼시 세끼를 규칙적으로 챙기는 것이 필요하며, 식사 시간은 최소 15분 이상 넉넉하게 잡는 게 좋다. 식단은 인스턴트는 피하고 필수 영양소가 골고루 든 음식을 다양하게 선택해야 한다.

우울증과 불면증 등 정신질환 증상이 발생하면 숨기지 말고 주위에 알려 도움을 청해야 한다. 또한 불규칙한 생활 습관은 호르몬 균형을 무너뜨려 감정 변화 조절을 어렵게 만드는 만큼 주저하지 말고 수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증상이 계속 되는데도 수면유도제 등에 의존하면 치료 시기를 놓칠 우려가 있다. 한 달 이상 불면증이 지속되면 수면 장애 원인을 찾기 위해 병원 진료를 꼭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