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미래 위한 ‘사회 투자’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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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미래 위한 ‘사회 투자’ 확대해야
2017년 12월 26일(화) 00:00
2017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탄핵 정국 때만 해도 정치 사회 혼란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고 경제성장률도 2% 후반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반도체 특수 수출 호조로 2017년 경제성장률이 3%를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에 비해 고용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수출의 고용 창출 효과가 예전보다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용 상황이 개선되려면 소비 등 내수가 활성화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20년 동안 기업소득 증가에 비해 GDP 대비 가계소득 비중은 감소했고 노후 불안으로 소비 성향마저도 하락해 GDP 대비 소비 비율은 외환 위기 때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추경 예산과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최근 소비가 늘었지만 아직 견고한 소비 증가세라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연금이 용돈 연금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못 받는 노인들이 많다. 한국의 자살률이 OECD에서 가장 높은 것도 노인 자살률 때문이다. 사회복지가 부족한 상태에서 기대수명 연장은 중장년 이상 세대에게 노후 불안이란 공포로 다가온다. 중장년 이상 고령층은 기대수명 연장만큼 노후 대비 저축을 늘려야 하고 그만큼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고령층 부동산 투자의 부작용



박근혜 정부의 ‘빚져서 집 사라’는 정책 부추김도 있었지만, 중장년층 이상이 부동산 투자에 집착하는 근저에는 노후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 2032년부터 인구 감소로 부동산 전망이 불투명한데도 불구하고, 조세 구조가 부동산 투자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짜여 있기에 부동산 투자와 가격 상승은 지속되고 있다.

노후 대비 부동산 투자가 개인 입장에서는 합리적 선택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오히려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중장년 고령층이 저축자산을 부동산에 집중 투자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자, 청년 계층은 집 사기 위한 목표 저축액을 올리고 전·월세 소득이 다주택 소유자로 이전하면서 소비를 위축시킨다.

저출산·고령화로 15∼64세 생산 가능 인구는 올해부터 이미 감소하기 시작한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계속 증가해 생산 가능 인구 1백 명당 부양할 인구는 2065년 108.7명에 달할 전망이다. 사회가 유지되려면 미래 세대가 이런 높은 노인 부양비를 감당할 수 있도록 현세대 저축자산은 미래 세대의 생산력을 높이는 데 집중 투자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 중장년 고령층의 저축자산이 부동산 투자에 집중됨으로써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청년 세대의 주거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키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잠재성장률 하락이 예상되면 그렇게 되지 않도록 투자를 해야 한다. 즉 청년에게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경력 단절로 출산을 기피하는 여성에게 일·가정 양립 정책 지원을 통해 여성 경제 활동 참가율을 올리고,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교육 투자로 한 명의 인재라도 사장되지 않게 과감하게 사회 투자를 해야 한다.



사회복지 확충으로 고용 유발



그런데 한국의 재정 보수주의자들은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 지금부터 재정 건전성을 중시해야 한다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 투자 증대에 반대한다. 저출산·고령화로 미래 재정이 악화될 것이므로 지금부터 재정 지출을 아끼고 국민연금 적립금도 더 쌓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정 보수주의자들이 사회 투자에 반대하고 재정 건전성만을 강조하는 이유는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해결될 수 없고 결국 잠재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헬조선’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들고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근본 원인인데도, 원인은 놔두고 돈만 쌓자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의 원천은 쌓아 놓은 금이 아니라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라고 중상주의를 비판했다. 우리는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 돈을 쌓아 두자는 한국판 신중상주의가 아니라 지금부터 미래 세대의 수와 생산 능력을 높이는 데 과감하게 사회 투자를 해야 한다. 노후 불안으로 부동산 투자에 집착하는 개개인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헬조선’을 악화시킬 뿐이다. 청년 세대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부동산 지대 추구 행위에는 조세를 부과해 현 세대의 사회복지 확충과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사회복지는 기초연금 같은 소비성 지출만 있는 게 아니다. 사회복지 서비스도 국민이 꼭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생산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고용 유발 효과는 사회복지가 최고다. 한국 국민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회복지를 정부가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 채 시장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전문성이 부족한 간병인을 개인 돈으로 고용해야 하고, 아이를 국공립 어린이집보다 더 비싼 민간 어린이집의 비정규직 보육 교사에게 맡겨야 하는 등 비효율이 만연해 있다. 저출산 대책으로 미래 세대 부담을 줄이려면 적극적 재정 정책으로 사회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해 복지 부족이 야기하는 사회 비효율부터 먼저 줄여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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