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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범 화순전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간암 치료에도 적령기가 있다
2017년 11월 09일(목) 00:00
우리에게 익숙한 말로 ‘결혼 적령기’라는 단어가 있다.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적령기란 ‘어떤 일을 하기에 알맞은 나이가 된 때’를 뜻하는데 녹록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 하루 살기도 힘든 청춘들에게 어느덧 세간의 결혼 적령기라는 말도 서서히 허물어져 가고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변함 없이 중요한 적령기가 있으니, 바로 ‘치료 적령기’이다.

‘치료하기 알맞은 질병 진행 단계가 된 때’를 말하는 치료 적령기를 두고 의료 현장에서는 치료 ‘적기’라고 부른다. 특히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간암의 경우, 치료 적기가 무척 중요한 질환이다. 게다가 2016년 전국 간암환자 유병률을 살펴보면, 전남 지역이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아서 지역 내에서 간암 예방 및 적기 치료에 대한 활발한 활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간암은 조기에 발견될 경우 치료 효과가 높지만,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거의 없어 이미 병이 진행된 뒤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환자가 진행된 상태에서 간암 판정을 받게 된다. 간암 예방의 첫 걸음은 발암 주요 원인인 B형, C형 간염을 피하는 것이며 간염 외에도 알코올성 간질환이나 지방 간염과 같은 만성 간질환을 가지고 있을 경우 반드시 정기 검진으로 간 건강을 확인할 것을 권한다.

간암을 뒤늦게 발견한 경우, 환자 질병 진행 상태와 간 기능 등 개별 특징에 맞는 치료법을 적기에 선택하는 것이 환자들의 생존율 연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간암 진행 단계는 일반적으로 조기 간암을 1, 2기, 중기를 3기, 전이가 있거나 진행된 암을 4기로 나누고 있으며 간 기능 등급을 추가적 요소로 반영하고 있다. 간암을 뒤늦게 발견한 대다수의 환자들은 3기나 4기를 진단받게 된다. 국립암센터에서 제정한 ‘2014 간세포암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3기에는 색전술을 4기에는 표적 치료를 우선 권장하고 있다.

잔존암이나 재발에 대해 6개월 내 3회의 반복적인 색전술을 시행했음에도 암이 진행된 경우에는 색전술 실패 또는 무반응으로 간주하고 표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색전술만을 반복할 경우 치료 반응률이 낮아지고 간 기능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 반응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표적 치료법 도입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표적 치료의 경우, 국내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한 표적 치료제가 병이 진행된 상태로 진단되는 간암 환자를 위한 표준 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1차 표적 치료 실패나 내성 발생 이후 적용할 수 있는 2차 치료 옵션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는데 최근 10년 만에 생존 연장 효과가 입증된 간암 2차 표적 치료제가 등장했다.

새로운 치료 옵션 등장은 국내 중기 이상 간암 치료 패러다임 변화가 점쳐지는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제 1차 치료제에 불응한 환자들도 최적의 시기에 2차 치료를 통해 생존 연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1차 표적치료제와 2차 표적치료제 연속 치료요법을 통해 전체 생존기간이 26개월까지 연장됐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5년 생존율이 32.8%밖에 되지 않는 간암에서 생존 연장이 입증된 치료법이 등장했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중요한 중기 이상 환자들에게 또 다른 희망이 등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으로 전체 생존율 증가뿐 아니라 병기별 간암 치료 전략에도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간암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전체 암종 중 사망률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하지만 난공불락은 없다. 간암 조기 발견과 새로운 치료 옵션 개발이 활성화되어 많은 환자들이 간암을 훌훌 털고 일어날수 있는 날이 오기를 의사로서 간절히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