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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우 단국대 천안캠퍼스 강의교수]다문화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
2017년 06월 07일(수) 00:00
첫 번째 이야기, 동성 결혼이 다문화 현상이라고?

학생들의 광고 캠페인을 평가하러 갔을 때 있었던 일이다. 특정 주제에 대해 학생들이 팀을 이뤄 광고 캠페인을 제작하여 발표하는 과목이었는데 당시 주제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결혼 이주 여성이나 이주 노동자를 대상으로 캠페인을 만들어서 발표했다. 그런데 중국 유학생은 아주 다른 작품을 내놨다. 그것은 동성 결혼에 관한 것이었다. 평가하는 교수들은 좀 당황했다. 우리나라에선 다문화라고 하면 으레 한국에 정착한 결혼 이주민에 대한 것이려니 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중국 학생들의 설명은 태연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중국은 55개 소수민족이 어울려 사는 다민족국가이다. 문화가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이것을 새삼 다문화로 말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 일을 계기로 다문화에 대해 얼마나 좁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두 번째 이야기, 다문화 시대에 웬 지역갈등?

영호남문화교류를 위한 시민단체 행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광주의 시민단체와 부산의 시민단체가 1년에 한 차례씩 교차 방문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지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행사를 하고 있는데 상호 방문을 통한 세미나도 그 중 하나이다. 벌써 20년 이상 이어오고 있다.

몇 년 전 보성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판소리의 고장인지라 세미나 중에 국악 공연이 있었는데 그때 출연한 여성 국악인의 한마디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지금 농촌은 다문화 시대인데, 웬 영호남 지역갈등이냐? 다문화에 비하면 지역갈등은 문제도 아니다.” 라고 하는 것이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농촌에는 결혼 이주민이 많이 들어와서 글로벌해진지 오래다. 말도 통하기 어렵고 문화도 다른 외국 출신 이민자와 섞여서 살고 있는데 아직까지 지역 타령이냐는 것이다. 정말 글로벌한 사고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글로벌 지수가 높은 지역이 농촌이란 말을 들었는데 사실이었다. 글로벌 사고방식의 척도는 외국 사람과 일상생활을 조화롭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농촌지역은 가장 앞서 있다.

세 번째 이야기, 실리콘 밸리 기업의 44%가 이민자에 의해 설립.

잘 알다시피 미국의 주요한 힘은 다문화주의에서 나온다. 미국 실리콘 밸리의 고급 인력의 상당수는 이민자들이다. 통계에 따르면, 실리콘 밸리 기업의 44%가 이민자에 의해 설립됐으며, 미국 고교생 대상 과학경진대회에서 본선진출자의 80%가 이민자 집안 출신이다. 스티브 잡스는 시리아에서 온 이민자의 아들이고,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구소련에서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온 이민자이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노벨상을 받은 미국 사람은 모두 7명인데 그 중에서 6명은 이민자들이었다.

다문화주의가 혁신의 원동력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연구에 따르면,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에서의 경험이 인지적 유연성을 기르고 이질적인 것들을 연관 짓는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교류하고 소통하는 일이 자의식을 고취하고 스스로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는 데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에 체류하면서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면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외국에 살면 고향에서 접해 보지 못한 수많은 새로운 생각과 개념을 대하게 되므로 창의적 사고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는 실제로 경험인 것이고 세 번째는 흥미로운 기사를 보고 함께 엮어봤다. 싫든 좋든 어느덧 우리는 다문화의 중심에 있다. 다문화가 우리에게 축복이 될지 혼란이 될지는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고 본다.



*은펜칼럼은 오피니언 기고 최우수작 수상자의 모임인 ‘은펜클럽’ 회원들의 칼럼을 싣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