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정 광주시의원] 입춘에 봄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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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정 광주시의원] 입춘에 봄을 생각하며
2017년 02월 08일(수) 00:00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입춘이 지난 주말이었다. 겨울이 춥지 않고 눈 소식이 적어서 그런지 계절이 바뀌어 가는 것도 모르고 평범한 주말이겠거니 했는데 당일에서야 입춘인지를 깨달았다.

이제 몇 번의 꽃샘추위가 지나면 진짜 봄이 올 것이다. 사람들이 봄을 좋아하는 이유는 겨우내 얼었던 만물이 깨어나기 때문이며, 이번 봄은 자연과 함께 우리 사회도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기에 시민들의 기대는 남다르다.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기록될 만한 5·18광주민주화운동과 87년 6월 항쟁을 통해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이 군부독재보다 더 못한 겨울왕국 되어버렸다. 지난 시절이야 그렇게 하려고 하는 자가 군쿠데타로 정권을 가져갔으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그 시절 갖은 만행으로 부역을 했던 사람들이 반성은커녕 되레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더 큰소리를 쳐왔다.

국민에게는 고통을 감수하라면서 측근과 가신들에게 국가에 고루 배분되어야 할 이득을 가져가게 하는 농단을 벌였다. 정치 상황은 군부독재시절로 후퇴했지만 철학과 외교, 민생경제 등은 조선시대만큼 후퇴했다. 또 국가 경영에 참여하는 고위직 자리가 최순실을 통해 매관매직되었음이 밝혀졌는데 이는 우리역사 중 어디쯤으로 후퇴된 것인지 궁금하다.

사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는데도 발뺌만 하는 상류층의 민낯을 보면서 지인의 말이 떠오른다. ‘이만큼 밝혀지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진실과 죗값을 원하는데 끝까지 부인하고 감추는 모습에 부아가 치밀어 이번 겨울은 촛불 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추위가 온 세상을 덮어도 봄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알고, 그때가 되면 소복이 쌓인 눈 밑으로 감춰져 있던 것들은 드러날 것이고 새로 갈아엎어질 것이다. 해마다 깊어지는 국민의 의식을 보면 이번 봄에는 무엇인가를 해도 단단히 이뤄낼 것이라 믿는다.

그러기에 이번 봄에는 평소보다 더 바쁠 것이다. 먼저는 두터운 겨울옷 정리하듯 지금까지 축적된 적폐와 비리, 농단 관련자들을 정리해야 한다. 친일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모든 문제와 갈등의 근원인 점을 잊지 말고 이번에는 제대로 해야 한다.

이에 대해 “역사 앞에 떳떳한 계급과 역사를 계속 매장해야만 비로소 고개를 들 수 있는 계급의 두 사람이 손을 맞잡는 건 불가능하다. 비루하게 왜곡된 역사가 청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청산되지 못한 역사, 거짓이 계속 거짓을 부르게 만드는 이 고단한 시대의 패배자는 속죄의 길을 찾지 못하여 계속 비굴할 수밖에 없는 그들이다”라는 목수정 작가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두 번째로는 ‘입춘대길 건양다경’의 입춘첩을 붙이듯 세계에 우리나라의 정국이 안정되었음을 알리고 꼬일대로 꼬인 외교와 통상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사드문제와 미·중 사이에서의 등거리 외교 원칙, 소녀상으로 상징화된 위안부 할머니 문제, 국민에게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외교관들에 대한 비리척결과 국제적 위상 되찾기 등 하루아침에 풀 수 없는 일들에 대한 발빠른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앞으로도 몇 번은 더 남았지만 우리가 들었던 촛불과 탄핵이 봄을 맞이하기 위한 대청소였다면 이젠 장롱 속에 넣어 두었던 봄옷을 꺼내 입을 준비하듯 지금까지 실행하지 못했던 정책들을 내와야 한다.

이를 위해 대선주자들에게 제안을 하자면 상대방이 낸 공약이라도 대한민국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과감히 받아들일 것, 국가가 국민을 적으로 삼는 행위와 반민주적이고 ‘빨갱이’ 같은 근거 없는 주장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그리고 친서민적, 친약자적 정책의 실행을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 청취가 있다.

대선 예비 주자들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이번 국정농단으로 전 국민이 입은 트라우마를 하루빨리 치료해야 하고 이를 남의 잔치로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월호 인양은 물론이고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의혹들의 해소, 진실을 감추려 했던 자들에 대한 단죄까지 이뤄져 하루빨리 유가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하기 때문이다.

따뜻한 날씨에 취해 너무 이른 봄 얘기를 꺼내 경솔히 보일까 걱정이 들지만, 추운 겨울 쪽방에서 생활하는 가난한 어르신들과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지하며 걸어야 하기에 빙판길이면 그 어디에도 나가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그들의 희망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이른 계절 인사를 전해 보았다.



*은펜칼럼은 오피니언 기고 최우수작 수상자의 모임인 ‘은펜클럽’ 회원들의 칼럼을 싣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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