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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발그니 서산동성당 주임신부]눈부셨다
2017년 01월 20일(금) 00:00
“너와 함께 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요즘 가장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날씨와 상황에 관계없이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것이 그만큼 황홀하며, 너라는 존재만으로 세상이 빛났다는 그런 의미일 것 같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올해는 작년에 일어났던 어두운 일들과는 다른 무언가 기쁘고 행복한 일들이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교회에서 살고 있는 저로서는 기도는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하나의 행동입니다.

2011년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309일간의 고공 농성을 하던 김진숙 지도위원을 살린 것은 전국에서 내려간 희망버스와 그 앞에서 밥 먹고 놀던 날라리들입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소녀상이 세워지는 이유는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한뎃잠을 자는 대학생들 덕분입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외롭지 않고, 그때부터 눈부시게 되는 것입니다.

교회가 세상의 아픈 곳에 가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연대하지 않는 교회는 그 자체로 모순입니다. 교회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연대가 계속 일어나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이 인간에게 계속 이어져야 하고, (교회는) 마침내 하느님이 모든 인간을 모으기를 바라시는 장소, 곧 사람들 가운데에 있는 하느님의 거처입니다. 교회는 모든 인간이 하느님과 이루는 일치 그리고 모든 인간이 서로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며 도구입니다. 교회는 주님의 모범에 따라 이 시대의 무기력한 이, 희생된 이, 가난한 이들과 연대를 이루어야 합니다. 하느님은 이러한 교회를 통하여 모든 문화와 민족들에게 다가가시어 그들을 도와주십니다. 인간이 세상을 인간적으로 가꾸려는 곳에 하느님이 함께 하십니다. 그러기에 교회는 하느님의 구원을 세상에 보여 주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과 연대합니다.”(DOCAT, 27항)

올해는 함께 하는 이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남의 아픔에, 남의 고통에, 남의 슬픔에 함께 하여 세상이 눈부셨으면 합니다. 라틴말로 ‘CUM’(꿈)은 ‘함께’라는 의미입니다. ‘함께’라는 말이 우리말로 꿈이라는 것은 우연히 아닐 듯합니다. 함께 꿈꾸는 것이 연대입니다.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때 힘이 나고, 혼자가 아니라 생각할 때 외롭지 않습니다. 혼자가 아닐 때 어둠에서 나와 빛이 될 수 있습니다. 남의 고통에 외면하면 그 고통이 언젠가 내 몫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월호, 백남기, 밀양송전탑, 평택쌍용차, 위안부 할머니들 그들의 아픔을 우리가 잊어버리면 그들은 어둠 속에서 헤맬 것입니다. 그들이 꿈꾸게 하는 것이 함께하는 우리들의 몫입니다.

이런 사건들, 사람들을 이야기할 때면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러느냐,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느냐’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잊어버리자 하면서 아픔을 켜켜이 숨겨두었던 것이 과거 청산이 되지 않는 지난 우리 역사입니다. 좋은 게 좋다며 덮어 두었던 것이 일제식민지의 잔재이고, 독재정권, 재벌부패이며 이것들이 최순실 국정농단의 중심이 됐습니다.

숨겨둘 게 아니라 눈부시게 해야만 꿈이 될 것입니다. 신앙이 생활이 되게 하는 것이 실천이며 실천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 “영이 없는 몸이 죽은 것이듯 실천이 없는 믿음도 죽은 것입니다.”(야고보서 2장 26절)

가톨릭교회에서 미사를 시작할 때 첫 말은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입니다. 그리고 미사가 끝날 때 마침말도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입니다. 함께하는 것은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부디 신앙인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이 세상과 함께 하는 새로운 2017년이 됐으면 합니다. 그래서 올 한해에 우리가 함께 하는 모든 것이 눈부셨으면 합니다. 날이 좋든, 좋지 않든, 적당하든 모든 날이 좋았으면 합니다. 그냥 옆에 있어주고 그냥 들어주고, 같이 소리치고, 같이 촛불을 들고, 같이 울어주고 웃어 줄 때 모두에게 눈부신 한 해가 될 것입니다.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합니다.”(코린토1서 12장 26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