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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재 약사] 대한민국이 의지할 대상은 결국 국민뿐이다
2016년 12월 21일(수) 00:00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운 촛불은 이제 우리의 자긍심처럼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정치적 집회나 노동자들의 소위 데모에 대한 인식은 어떤 특정한 사람들의 과격한 의사표현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번의 촛불집회는 하나의 거대하지만 매우 차분한 문화의식과 같은 장엄한 행사 같은 것이었다. 남녀노소가 관광이나 문화제에 참여하는 것과 같은 분위기마저 느끼게 하는 정치집회였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지인의 말에 의하면 그 자리에 서있는 그 자체가 감격스러웠다고 한다.

그동안 나는 그 나라의 정치수준은 국민 수준과 같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대부분 국가들이 선거를 통한 대의 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 수준은 곧 국민의 정치의식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왕정 국가라 하더라도 국민의 참여 수준이 높다면 그 또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혁명과 가깝게는 2011년에 시작된 ‘아랍의 봄’이라 불리는 시민혁명에서 경험한 것과 같다.

나는 촛불집회 이전까지는 최소한 우리의 정치의식 수준은 매우 낙후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친일청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쿠데타에 의한 정권을 용납하고 각종 비리와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책임을 준엄하게 꾸짖지 못했던 것은 우리의 정치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촛불집회는 나를 참으로 부끄럽게 하면서도 동시에 눈시울이 뜨거워질 정도로 행복하게 해주었다. 우리 미래를 밝혀주는 소중한 촛불이었기 때문이다.

역사는 진화하기도 퇴보하기도 하면서 발전해나간다. 역사적으로도 어떤 민족이건 흥망성쇠를 거듭하면서 사라지거나 번성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민족은 참으로 대단한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 역사에는 영웅들이 존재한다. 그 영웅들 때문에 우리 민족이 지금까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영웅들은 우리들의 조상, 바로 민초였다. 역사의 뒤꼍에서 홀대받으며 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 목숨을 바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력을 소유한 조상이었다.

임진왜란에서 이순신장군과 함께한 백성들, 독립만세를 외치며 왜경들의 총탄 앞에서 당당히 태극기를 흔들던 시민들, 현대사에서 최루탄과 곤봉에 저항했던 학생과 시민들, 그리고 오늘의 촛불들이 우리민족의 영속성과 대한민국 번영의 실질적인 주체였다. 우리들은 자랑스럽고 세계는 부러워할 민족의 정신력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을 지켜보면, 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부패는 늘 있던 일이라 치더라도 장관을 비롯한 행정부 공무원들의 행태는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자신의 생계가 달려있다고 하더라도 국가를 이끌어가는 중추적인 자리에 있는 자들이 한 방울의 자존심도 없이 비굴하게 처신하면서 부화뇌동하였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이들 공무원들의 뒤에는 든든한 국민이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잘못된 정권은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경험이 있었다면, 그리고 올바른 처신은 반드시 그에 대한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는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면, 이처럼 많은 국민이 추위에 나서지 않더라도 몇몇 장관과 공무원들에 의해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진즉 들통이 나고 좌절했을 것이다.

장엄한 촛불과 함께 한 민중의 함성이 쉽게 잊혀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사회적 구조 곳곳에 촛불의 빛이 스며들고 함성이 전달되어야 한다. 정치권은 국민을 두려워하도록 하여야 하고, 정직함과 날카로움을 잃은 언론은 반성해야 하며 모든 공무원들은 정권보다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세를 갖추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선거에서 잘못된 선택은 국가와 나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고 다음 선거에서는 부디 신중하고 현명하게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은펜칼럼은 오피니언 기고 최우수작 수상자의 모임인 ‘은펜클럽’ 회원들의 칼럼을 싣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