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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미술의 계절’ 즐겁지 아니한가!
2016년 08월 24일(수) 00:00
“아트바젤홍콩은 도시 전체가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다도해(多島海) 같다. 신진작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이지만 행사기간에 도시 곳곳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전시회들을 둘러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큐레이터이자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영국 미술잡지 ‘아트리뷰’ 선정) 중 1위로 꼽히는 스위스 출신의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48)가 ‘2016 아트바젤홍콩‘을 관람하고 내린 평가다. 아트페어나 비엔날레 등이 열리는 전 세계의 수많은 아트신(art scene) 가운데 홍콩만큼 역동적인 도시도 없다는 얘기다.

얼마 전 그의 인터뷰를 보면서 문득 지난해 지인들과 함께 방문한 ‘2015 아트바젤홍콩’(이하 홍콩바젤)이 떠올랐다.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만큼 많은 미술도시를 다녀보지 못했지만 기자의 눈에 비친 홍콩바젤은 기대이상이었다. 아니 ‘문화적 충격’이라고 표현해야 하는 게 맞겠다. 행사장인 홍콩컨벤션센터 주변에는 ‘Art Basel Hon

gkong’ 로고가 선명한 수십 여대의 셔틀버스가 몰려들었고 매표소 입구에는 입장권을 끊기 위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방문객들이 줄지어 있었다.

1시간 동안의 기다림 끝에 입장한 전시장은 제대로 관람하기가 힘들 만큼 인산인해를 이뤘다. 근래 국내 아트페어나 비엔날레에서 보기 힘든 인파였다. 어찌나 부러운지 이들 가운데 10%만이라도 ‘아트광주’나 광주비엔날레에 옮겨놓으면 좋겠다, 라는 엉뚱한 상상도 했었다.

6년 전 일본 나오시마 세토우치 국제예술제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세상에 하나뿐인 땅속미술관’이라는 명성 때문인지 지추(地中)미술관 입구에는 수백여 명이 입장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술관측은 쾌적한 관람을 위해 1일 평균 약 1000명으로 입장을 제한하지만 ‘그날’만큼은 5000여 명으로 늘렸다. 평소에 비해 3∼4배 정도 늘어난 관람객들을 되돌려 보낼 수 없어서였다.

당시 관광객들이 대거 밀려든 이유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2010’ 때문이다. ‘버려진 섬을 예술의 낙원’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세토우치 예술제가 약 100일동안 세토나이카이의 나오시마, 데시마, 메기지마, 이누지마 등 7개 섬과 다카마쓰항 주변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토우치 예술제의 가장 큰 성과는 지역사회와의 소통이었다. 2년에 한번씩 열리는 축제기간 동안 7개 섬의 주민들과 작가들은 마을 곳곳에 작품들을 함께 만들고 설치한다. 인근의 오카야마현과 가가와현의 미술관, 호텔, 식당, 도서관 등 대중시설에도 지역작가들과 학생들의 작품이 내걸린다.

그렇다고 너무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광주에서도 24일 ‘아트광주 2016’(24∼28일)을 시작으로 ‘2016 광주비엔날레’(9월1일∼11월6일)가 개막하는 등 본격적인 ‘미술의 계절’이 도래한다. 특히 올해는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의재미술관 등 도시 곳곳에서 펼쳐져 마음만 먹으면 미술축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세계적인 미술축제를 ‘우리 동네’에서 즐기는 것. 쉽게 누릴 수 없는 축복이자 선물이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