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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룡 시인·문학들 발행인] ‘문학관’과 광주, 바람 없는 공중의 깃발
2016년 05월 30일(월) 00:00
지난 25일 마감된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공모 사업에 전국 24개 지자체가 참여했다고 한다. 광주 전남에서는 광주 동구, 광산구 그리고 전남 장흥이 응모했다. 장흥군이 일찌감치 팔을 걷어붙이고 유치전에 뛰어든 데 비해 광주시는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은 지난해 말 도종환 의원이 대표발의한 문학진흥법이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본격화됐다. 문학진흥법은 문학진흥 기본계획 수립, 국립 한국문학관 건립, 문학 전문 인력 양성 및 지원, 한국문학번역원 설립 등이 핵심이다.

문학진흥법을 살펴보면 “문학관이란 문학관 자료를 수집·관리·보존·조사·연구·전시·홍보·교육하는 시설”이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문학 진흥을 위하여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의 의견을 들어 문학진흥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그동안 영화, 음악, 공예, 대중문화 등 다른 장르는 별도의 법률이 제정되어 시행해 왔지만 문학을 지원하는 법은 없었기에 국가 차원의 지원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국립한국문학관은 그 가시성과 상징성 때문인지 가장 먼저 화두가 된 느낌이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먼저 그 용도에 맞는 구상이 필요하다. 어느 땅에 어떤 모양의 집을 짓고 무슨 물건을 들이며 누가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부지 따로, 설계 따로, 사람 따로, 물건 따로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집을 지으려면 사전에 설계와 건축, 부동산, 인테리어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와 오랫동안 상의해야 한다.

사정이 이러한데, 국립한국문학관 사업은 오는 7월에 부지를 선정하고 2019년까지 건립하여 이듬해 개관할 계획이다. 문학진흥법에 명시된 규모와 내용으로 보자면 국립한국문학관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 역사적인 자료를 수집하여 보존·관리하고 조사와 연구를 수행한다. 전시·홍보·교육 등의 기능도 한다. 국비 450억 원을 들여 1만5000㎡의 터에 지어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문학 진흥의 핵심거점 역할을 할 만도 하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집’을 어떻게 운영할지, 내용은 무엇으로 할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 ‘시행령과 시행 규칙’ 제정 과정에서 논의되고 있는 ‘문학진흥정책위원회’는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 15인으로 구성된 위원들이 연 2회 정기회의를 갖는 비상설 기구로 운영될 예정이란다. 연 2회의 만남으로 ‘문학진흥정책 5개년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까.

한국작가회의,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시인협회가 지난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런 걱정 때문일 터이다. 단체장들은 문학관 부지 선정 과정에는 그 어떠한 지역 안배나 정치적인 힘의 논리가 배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24개 지자체 중 어느 곳이 낙점을 받을지는 하느님도 제발 몰랐으면 좋겠다.

기억하기로, 이러한 ‘집’을 짓기 위해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선 곳은 장흥군이다. 장흥군은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문화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되었다. ‘맨 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을 비롯하여 이청준·송기숙·이승우·위선환·김영남·이대흠 등 현대문학 등단 작가만도 120여 명을 배출했다. 관련 법안이 통과되자마자 유치의 당위성으로 내세우며 옛 교도소 부지를 일찌감치 후보지로 추천했다.

다른 지자체는 어떠한가. 서울시는 법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을 내세우며 지난 4월 관내 문인·언론인 등 120명의 인사로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인천시는 인천 문인과 시민이 참여하는 ‘범시민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위원회’를 만들었다. 대구도 ‘대구 유치위원회’를 출범시키고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는 막판에 춘천을 단일 후보지로 조율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중소기업지원위원회 위원 20명이 춘천 유치를 지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군포시는 ‘시민독서운동의 요람’임을 내세웠고 안양·광명·안산·과천·시흥·의왕시 등 경기도 중부권행정협의회 소속 지자체들이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유독 광주만이 조용하다. 광주시는 그동안 졸속으로 추진하다 수많은 잡음 끝에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빛고을문학관’(가칭) 건립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공모 마감 직전에야 광산구와 동구를 후보지로 추천한 광주시는 “지역 문학인들이 한국문학관 유치를 위해서 위원회 등을 조직한다면, 지원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는데 광주시는 그렇다 치고 문인이나 관련 단체들도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