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감동의 연대 드라마를 펼쳐라
임 동 욱
서울취재본부 부본부장
2016년 03월 09일(수) 00:00
야권 통합 및 연대 여부가 20대 총선에서의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이는 당초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과 국민의당으로 야권이 분열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호남에서 출발한 국민의당 바람은 전국을 강타하는 태풍으로 북상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새누리당-더민주의 양당 체제를 넘지 못하면서 여권 지지층을 흡수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야권의 분열과 총선 필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하게 만들고 있다.

야권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 승리는 고사하고 개헌 저지선(100석)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계산은 간단하다. 호남(28석)을 석권하고 비례대표(47석)에서 20석을 차지한다고 해도 분열된 야권이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50석 이상을 얻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시간도 충분치 않다. 4·13 총선은 이제 35일 앞으로 다가왔다. 최소한 이달 말까지 야권은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최근 국민의당에 통합을 제안했다. 일단 분열과 불신으로 막혀 있던 야권의 소통 구조에 물꼬를 튼 셈이긴 하다.

하지만 김 대표의 제안은 다목적 포석으로 읽힌다. 야권 통합의 명분은 부인할 수 없지만 정략적 계산이 섞여 있는 것이다. 별다른 전제 조건 없이 통합하자는 제안은 국민의당에 사실상 무릎 꿇고 투항하라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주자이자 창당을 주도한 안철수 대표에게는 정치권을 떠나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김 대표의 제안에서 진정성을 느끼게 하려면 통합을 주장하되 현실을 감안해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 놨어야 했다. 기습적인 제안에 앞서 국민의당과 진정성 있는 소통도 필요했었다. 김 대표의 진정성을 믿고 싶지만 노회한 그가 이를 간과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당장 김 대표의 제안으로 국민의당은 내분에 휩싸인 모습이다. 안철수 상임대표가 통합 불가론을,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선대위원장은 야권 연대 검토 입장으로 맞서며 갈등을 보이고 있다. 총선 공천을 앞두고 전열을 정비해도 시원찮을 국민의당에는 최대의 악재가 터진 셈이다.

반면 더민주는 통합 제안으로 야권 주도권 경쟁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더민주 일각에서는 새누리당-더민주-국민의당 3자 구도로도 승산이 있지 않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고 착각이다. 더민주에 대한 민심의 신뢰는 아직 복원되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최근 지지율은 40%대 초반인 반면 더민주는 20%대 중후반에 불과하다. 여기에 국민의당은 10%대에 머물고 있지만 무시하기 힘들다. 국민의당 지지율의 근간은 야권의 절대 지지층인 호남 민심이라는 점을 절대 간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감동의 연대 없이는 야권의 필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거대 여당의 탄생을 막을 수 없다. 소통은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제안은 진정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9일 발표될 예정인 더민주의 2차 컷오프는 야권 연대에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컷오프 결과가 더민주의 친노 패권주의 청산의 신호가 된다면 국민의당을 야권 연대의 테이블로 불러들이는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민주는 한쪽 팔을 떼어 줄 각오를 할 필요가 있다. 담대한 연대의 제안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 일부 세력의 이탈을 기대하는 꼼수로는 총선 승리라는 대마를 잡을 수 없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대표의 유연한 자세도 필요하다. 광야에서 죽는 것은 방법이 아니다.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양당 체제를 허무는 제3의 길을 위해서라도 연대를 통한 정치적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통 큰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는 생전에 야권의 분열 및 통합과 관련, “자신을 버리면서 큰 틀로 연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야권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재야 세력과의 통합, DJP 연대를 통한 정권 창출 등으로 이를 증명하기도 했다.

야권 연대는 더민주나 국민의당 모두에 해당되는 정치적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야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이 ‘호남에서는 피 터지는 경쟁을 통한 변화를, 수도권에서는 감동의 연대 드라마’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이 연대를 통해 정권 창출의 희망을 제시할 것인지, 분열의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하고 공멸의 길로 들어설 것인지 엄중한 시대의 눈길이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