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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태 전남대 사학과 교수]호남에선 자유경쟁, 비호남권에선 연대·협력을
2016년 03월 02일(수) 00:00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의 말을 빗대어 말하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호남인의 피를 먹고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많은 희생을 치르며 발전시킨 민주주의가 박근혜 정부에 의해 유신 시대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 기막힌 일이지만, 이런 반역사적 행위를 제지할 유능한 야당이 없는 것도 한탄스럽다. 호남인들이 많은 희생을 치르며 지지해 준 야당인데 말이다. 주어진 역할은 못하고, 희망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무조건 지지만 해달라는 야당, 한 마디로 짜증나는 집단이 아닐 수 없다.

광주를 흔히 민주화의 도시라고 말하지만 지역정치는 전국에서 가장 후진적이다. 전략적 선택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호남인들이지만 정작 자신들이 뽑은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불만투성이다. 왜 이런 모순된 현상이 일어나는가? 한 마디로 경쟁구도의 부재와 일당독주 때문이었다. 경쟁이 없다보니 당이 좋은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고, 간혹 좋은 사람을 선출해도 현실에 안주하다가 2류 정치인으로 전락해버리곤 했다. 정권교체에 모든 것을 거는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식의 접근방식, 그리고 이런 심리를 악용한 중앙 정치권의 약탈적 행위도 지역발전을 후퇴시킨 배경 중 하나였다. 이제 이런 식의 선거는 그만 하고, 지역과 민주주의가 함께 발전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야권이 분열하였고, 신당이 출현하였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분열 덕분에 호남에는 경쟁구도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정체성에 있어서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 모두 도무지 믿음이 안 간다. 더민주당은 국보위에 참여한 전두환 시대의 구 인물을 당 대표로 영입했고, 국민의당은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민주진영에 얼마나 인물이 없었으면 이런 사람들을 대표감으로 영입했을까? 배신감이 느껴진다. 정당의 정체성과 정치윤리가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 당을 보고 투표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번 선거에서는 철저하게 인물 중심으로 투표를 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래야 시민주권과 호남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다.

신당 출현 후 두 야당이 호남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양당 모두 현역 정치인들을 대거 교체하고 뉴DJ들을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좋은 일이다. 이제 비로소 지역정치에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그런데 한 가지, 현역정치인의 교체와 신인의 발굴에는 일정한 절제와 조화가 필요하다. 정체성, 의정활동, 지역에 대한 헌신도 등을 평가하여 상대적으로 유능한 현역 정치인들은 재신임하고, 수준 이하의 정치인들은 교체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신인들의 경우 시대정신에 투철하면서도 유능한 사람이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정치적 경험이 많은 전·현직 의원들이 절반 정도, 유능한 신인들이 절반 정도 당선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인물을 키우고 지역의 정치력을 증대시키는 방식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을 정치의 주체로 삼는 정치제도이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대의제 민주주의, 경제적 자유를 핵심적 가치로 삼는 이데올로기이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새누리당은 진정한 의미의 자유민주주의 정당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들의 사고는 유신과 전두환 시대에 머물러 있으며, 그들이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란 오로지 경제적 자유에 토대를 둔 천민자본주의일 뿐이다. 한국 정치를 정상화하려면, 국토를 균형발전 시키려면, 남북화해와 통일을 도모하려면 이런 수구적 정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제3당의 출현은 긍정적·부정적 측면을 함께 지니고 있다. 제3당이 바람직한 정계개편을 견인하고, 캐스팅 보트 역할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우선 특정정당의 과반 의석부터 저지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평화가 중대한 위기를 맞이한 엄중한 시기에 야권은 분열에 따른 미움을 극복하고 대승적 차원의 협력을 도모하라. 비호남권에서 연대와 협력으로 상생의 진정성을 보여주라. 비호남권에서의 연대와 협력에 부정적인 정파들에 대해 호남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 거부운동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점을 유념하라. ‘호남에서는 자유경쟁, 비호남권에서는 연대·협력!’, 이것이 중앙정치와 호남정치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