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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광주는 왜 비엔날레를 하는가
2016년 01월 27일(수) 00:00
베이징, 베니스, 싱가포르, 이스탄불, 홍콩, 상파울로….

이들 외국 도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얼핏보면 우리에게 친숙한 유명도시인 것 같고 한편으론 볼거리가 많은 관광도시인 것도 같고….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바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도시들이다.

최근 뉴욕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온라인 미술플랫폼 ‘아트시’(ArtSY)는 평론가들의 추천과 미술시장 규모, 인프라, 미술이벤트(아트페어, 비엔날레) 등을 토대로 ‘세계의 15대 미술도시’를 선정·발표했다. 아트시는 현재 세계 현대미술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를 구축하고 있는 ‘미술계의 구글’로 미국의 구겐하임 미술관, 영국의 대영박물관 등 230여 개의 미술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아트시가 발표한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도시’ 에 따르면 이들 6개 도시 이외에 뉴욕, 런던, 파리, 베를린, LA, 바젤, 브루셀, 디트로이트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트시는 이들 15개 도시를 미술도시로 선정한 근거를 개관적인 지표로 제시하며 아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 이어 1위를 차지한 뉴욕은 갤러리 1000개 이상(2015년 기준), 미술관·기관 75개, 미술이벤트 30개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미술품 옥션의 3분의 2(판매액 1백만불 이상)가 거래되는 큰손들의 도시이자 수백개의 갤러리들이 참가하는 아트페어 아모리 쇼와 프리즈(Frieze)의 개최도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베이징, 싱가포르, 홍콩, 이스탄불 등 아시아도시들의 비상이다. 이들 ‘아시아의 빅 4’가 풍부한 미술인프라를 갖춘 서구권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힘은 다름아닌 이벤트와 미술 특구다. 한때 문화 불모지였던 홍콩은 지난 2013년 부터 개최해온 ‘아트바젤’로 국제미술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고, 싱가포르는 불과 10년 사이에 아시아의 최대 아트페어로 성장한 ‘싱가포르 스테이지’와 지난 2012년 갤러리 지구로 조성한 ‘길먼 배럭스’로 현대미술의 메카로 부상했다. 또한 베이징은 군수공장지대를 창작촌으로 꾸민 ‘798 예술특구’로 , 이스탄불은 14회를 맞은 비엔날레 등을 통해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최근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창설 20주년의 발자취를 정리한 ‘비엔날레 20년 백서’를 펴냈다. 마침 아트시의 발표시기와 맞물려서일까, 여러 궁금증이 스쳐 지나갔다. 세계 5대 비엔날레라고 자부해온 광주비엔날레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지, 왜 광주는 15대 미술의 도시 명단에 없는지 등등.

물론 아트시의 선정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순 없다. 하지만 20년 동안 1천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비엔날레를 지켜온 광주가 미술의 도시로 불리지 못한다는 건 자존심을 떠나 회의감 마저 들게 한다. 게다가 미술이벤트의 후발주자인 싱가포르와 홍콩 보다 존재감이 없다니. 그렇다면 ‘광주는 왜 비엔날레를 개최하는가’. 20주년 맞은 비엔날레 재단이 초심으로 돌아가 자문해봐야 할 때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