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을 사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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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을 사도 될까요?
노 경 수
광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2015년 09월 07일(월) 00:00
최근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광고가 대로변 현수막이나 신문광고란에 넘쳐나고 있다. 아파트 청약 경쟁률도 수십 대 1은 기본이고 100 대 1이 넘어가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아파트가 우리 지역에서 팔려 나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광주 외곽 지역을 둘러보면 동서남북 대부분이 아파트인데, 이렇게 많이 지어도 괜찮은 건지 걱정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구가 크게 늘지도 않는데 수요가 많다는 것은 수도권의 분양 전문팀이나 외부 자본, 그리고 부동산중개소의 투기적 바람이지, 실수요는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집을 사도 될 것인가? 달리 말하면 집을 사놓으면 오를까? 낙관적인 전망을 갖게 하는 근거도 의미는 있다. 광주시의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는 선진국 완전 공급 수준인 440호에 비해 60채가 모자라는 380호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은 451호로 이미 초과함으로써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본다. 통계청은 광주시 인구증가가 2018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주택수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구 수는 2035년까지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인 에코 세대의 시장진입, 외국인 거주자 증가로 실거주 수요 확장과 연속적인 주거 상향 이동이 예상되는 등 2030년까지는 주택시장이 나빠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지난 2011년 이후 전남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13.3%, 광주는 36.2% 정도 상승해 불안한 점도 있다. 그러나 2014년 12월 중위 아파트 지역별 평균 매매가격을 비교해 보면 광주가 1억3611만 원으로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의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남·북 및 강원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실제보다 저평가되어 있어 투자가치로서도 좋게 보는 측면이 있다.

한편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주택 관련 전문연구원들은 주택 주 수요층 감소와 베이비부머 은퇴 등 인구 구조의 변화로 국내 주택시장은 조정 국면을 거쳐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시점은 연구기관마다 차이가 있으나, 2020년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시장 활성화 명분으로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그로 인해 가계부채가 늘자 얼마 전 또다시 가계부채 종합 관리 방안을 내놓았다. 대출을 까다롭게 하고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도록 함으로써 빚내서 집 사는 것을 어렵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주택 구매 및 투자 심리가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국은행도 방어 차원에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최근 아파트 청약경쟁률도 높고 가격도 상승하였지만, 반면 기존 주택 거래는 그다지 늘어나지 않았다. 올 상반기 서울과 경기에서 기존 주택 거래량이 각각 0.49%, 0.39% 늘어난 것과 달리 광주의 거래량 증가폭은 0.2% 안팎에 불과해 거의 증가하지 않은 것이다. 청약 규제가 거의 없어 시세 차익을 노린 가수요자들이 청약시장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프리미엄(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파는 전매 거래량을 보면 수도권보다 지방이 두 배 이상 높다는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주택시장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그 중에서도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과 주택담보대출금리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최근 정부 기류는 가계부채 증가와 주택시장 과열에 따라 규제 강화로 움직이고 있고, 미국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다면 주택시장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하반기에는 광주시와 빛가람혁신도시에 1만3600여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전문연구기관에 따르면 광주시의 연간 주택수요가 9000∼1만 호 정도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시적이기는 하나 공급이 많은(많을) 것 같다. 내년에도 입주 물량은 1만여 가구가 넘게 될 전망이다. 주택전문기관이나 부동산업계는 향후 전망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주택 관련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대토론회라도 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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