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관심가져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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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관심가져야 할 때
김 일 환
편집부국장
2015년 04월 08일(수) 00:00
인터넷에서 진정한 맛집을 찾는 기발한 방법 한가지.

우선 검색 창에 가고자 하는 지명과 맛집이라는 단어 그리고 그 뒤에 ’오빠’와 ‘졸라’라는 키워드를 치면 된다. 이유인즉 포털이나 블로그에 나온 맛집을 다 다녀봤지만 ‘오빠’가 데리고간 맛집이 ‘졸라’ 맛있었기 때문이란다.

사이버 정보 홍수시대에 참 씁쓸한 유머가 아닐 수 없다. 쏟아지는 인터넷 정보 속에서 변별력을 갖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더욱이 요즘같이 어디를 가던 스마트폰만 있으면 정보 슈퍼맨이 되는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칫 잘못하면 거짓된 정보에 낚시질을 당하고, 붕어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사실 인터넷 공간은 정보는 넘쳐나지만 진실은 보장되지 않는다. 흘러 넘치는 정보에서 참과 거짓을 가려내는 것은 오롯이 자신들의 몫이다. 악의적인 이야기들이 선한 가면을 쓰고 한동안 돌아다녀도 분별하지 못하는 게 그 세상이다.

또 그곳에서 얻어지는 지식이라는 것은 어떤가. 전문가를 위장한 짝퉁들의 거짓 지식이 우리 사회 곳곳에 참지식인 양 유통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인터넷 붕어’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나마 사리분별이 가능한 어른들이야 본인 스스로 변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인터넷 거짓 정보를 가려내는 능력이 아이들보다는 낫다.

하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어른들보다 변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잘못된 정보를 습득하게 되는 위험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또 청소년들은 지식 흡수력이 어른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극단적인 편향에 쉽게 빠질 수도 있다.

최근 다소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지인의 중학생 자녀에 관한 이야기인데. 초등학교 시절부터 신문 활용교육이니 방송반 활동이니 하여 제법 사회문제에 밝고 곧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아이가 중학교 들어서서서는 갑자기 극단적인 용어들을 뱉어내며 우리 사회체제를 비난하더라는 것이다.

그 또한 도가 지나쳐 부모가 나서 설득도 해보고 토론도 해보았지만 허사였다는 것이다. 고민 끝에 심리상담사의 도움을 받아 그 원인을 찾아보니 인터넷에 가입한 한 사이트가 문제였던 것이다.

이 사이트는 이미 잘 알려진 극단주의자들의 사이버 놀이터였고, 이곳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정보들은 익명에 가려진 ‘시한폭탄’과도 같은 위험한 것들이었다고 한다.

아직도 부모와 아이는 인터넷을 사이에 두고 전쟁 중이다. 그 집의 비극은 쉬이 끝날 것 같지도 않다. 상황이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요즈음 인터넷 공간에 회자되는 키워드가 하나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그것인데 디지털 문해력, 즉 디지털 기기를 통해 습득한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이라는 의미다. 글을 읽을 줄 안다고 해서 그 의미를 모두 다 파악할 수는 없다. 유치원생이 어려운 대학원 논문을 이해할 수 없듯이 글자만 읽어서는 알 수 없는 세상이 인터넷 세상이다.

그러기 때문에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가려내어 이해하는 능력과 다양한 관점으로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것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인데 그 범주에는 개인이 지식의 능동적 수용자이자 생산자로서의 역량과 자신의 지식을 타인과 공유할 때 진실의 책임을 다하는 의무를 함께 배양시키는 것이 포함된다.

지난 3월 서울시 교육청이 ‘고 1 자유 학기제’ 시범운영기관인 오디세이학교를 출발시키면서 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핵심 교과수업에 편입시켰다. 아직은 수업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평가는 어렵지만 옳은 결정이라는 판단이다.

광주시·전남도교육청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가능하다면 하루빨리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주길 당부한다. 새로운 교육에 대한 부담으로 차일피일 미루면 안 된다. 인터넷 난장에 방치된 아이들을 하루빨리 구해내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책무다.



/kih8@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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