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새정치민주연합, 생사기로에 섰다
기 현 호
수석논설위원
2015년 02월 11일(수) 00:00
“새정치민주연합은 깨져야 한다.” 이제 막 전당대회라는 축제를 통해 대표를 새로 뽑고 재탄생한 정당에 보내는 언사치고는 고약하다. 주변에서는 그보다 더 험한 소리가 오래 전부터 들렸다.

공감한다. 그래서 거듭 강조한다. 지지자들의 여망을 실현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실마리조차 보여주지 못 할 바에는 사라지는 게 낫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고 있다. 집권 초기부터 계속되는 인사의 난맥상에다 세월호를 통해 보여준 무력감, 청년실업, 심화되는 양극화, 늘어나는 부채 등 실망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세·복지문제까지 크고 작은 논란과 실정의 연속이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 사실상 꺾인 상황이라고까지 진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대안이어야 하는데 그들도 마찬가지다. 정권의 추락으로 인한 반사이익마저 누리지 못한 채 호재와 호기를 지나 보내고 있다. 여당보다 더 못하다는 지탄마저 받고 있다.

왜 그러는지 국민은 다 아는데 야당 자신들만 모른다. 민생은 안중에 없고 네 편 내 편 가르며 다투는 모습에 지지자들은 등을 돌렸다. 내부 이념갈등과 강온대립이 그들의 민낯이다. 국회의원을 어떻게 한 번 더 할 것인가에 목을 걸뿐 정권교체를 위해 당력을 모으는 것은 관심 밖이다. 희생과 양보가 없다.

10여 년 전 아들이 리틀야구 선수로 활약할 당시 같은 팀 선수들을 모아놓고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애들에게 스포츠맨십과 팀워크, 승부근성 등에 대해 강의를 했는데, 기억나는 대목이 ‘사이클링히트’다. 타자가 한 경기에서 홈런과 3루타, 2루타, 1루타를 한꺼번에 치는 것으로 30년이 넘는 한국 프로야구사에도 10여 개뿐인 기록이다. 선수에겐 최고의 영예다.

그래서 물었다. 만약, 여러분이 홈런과 3루타, 2루타를 치고 이제 1루타 하나면 대기록이 수립되는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쳤는데 공이 펜스까지 굴러가면서 2루타도 충분한 상황이 벌어졌다. 어떻게 하겠냐고. 애들은 하나같이 ‘무슨 소리냐, 무조건 뛰어야지, 이기기 위해서는 내 기록이 중요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로 그것, 팀 승리를 위해 일생일대 한번 올까말까하는 기회를 과감히 내던지는 희생정신이 팀워크라며 다독여줬다.

후보단일화에 실패했던 김대중, 김영삼에게서 보듯 정치의 속성상 희생이나 양보가 어렵다. 정치인들과 그 언저리에 있는 부류들은 권력의 달콤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 영달만 추구하는 행태가 바로 야당 혐오의 비수가 되어 꽂히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이번 당권 경쟁이 국민의 관심조차 끌지 못했던 것도 그런 연유다. 계파와 지역싸움이 전부였다.

오죽하면 ‘흥행, 감동, 비전 전무(全無)’ 전당대회라 했을까. 거기다가 문재인 당선으로 친노정당의 색깔이 강해졌다. 앞으로도 계파 간 대립은 이어질 것이고 총선을 앞두고 이전투구는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지역에서는 ‘한번 실패했는데 변한 것 없는 브랜드로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냉소까지 퍼져있다.

문재인 대표와 야당의 선결과제는 자신과 당을 바꾸는 것이다. 영혼 없는 ‘노무현 당’으로 회귀는 의미 없다. 이미지 탈피를 넘어 완전 탈바꿈해야 한다. 호남의 민심은 당을 살리는 강력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당 회생의 최고 자양분은 바로 자기 희생과 양보다.

친노 당직 배제 정도로는 어림없다. 국회의원 공천에서 친노와 관계 단절을 무기로 통합에 나서야 한다. 정책역량을 키우는 것은 그 다음이다. 팀워크를 회복해서 정권교체의 싹을 키워야 한다.

그것이 안 된다면 늦기 전에 당을 깨는 것도 좋은 방편이다.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면 결딴을 내고 흩어지는 것도 볼품없는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는 용기있는 자기희생이다.

유권자들은 진영에 따라 움직인다.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끼리 뭉쳐 보수든, 진보든 자신들의 이념 층을 수용하고 야당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 야권분열로 보이지만 세력확장이다. 그것이 후일을 도모하는 기반이다. 그런 차원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의 최근 발 빠른 좌클릭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선수를 뺏길 수 있다.

민심은 정치인들보다 훨씬 앞서간다. 야당이 민심을 따라잡지 못하고 또다시 각자 욕심만 챙긴다면 애들만도 못한 자(者)들이란 소릴 듣게 된다. 호남은 그런 집단에 더 이상 표를 주지 않는다.

/ki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