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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꿈’을 응원한다
김 미 은
문화1부장
2015년 01월 14일(수) 00:00
스물 아홉 안나씨는 지금 남극에 있다. 대한민국 남극 세종과학기지 28차 월동대 생물연구원. 400여 일간 그녀의 이름 뒤에 따라붙을 직함이다.

며칠 전 남극에서 날아온 첫 편지엔 펭귄과 빙하 이야기, 생물 연구에 대한 소식은 없었다. 대신 유류·물자 하역과 기지 설비 보수 작업에 참여해 추위를 느낄 겨를도 없다는 인사를 전했다. 드릴 들고 박스 나르며 허리 통증, 땀과 싸우고 있는 중이란다. 안나씨는 앞으로 한 달에 한번 광주일보에 연재하는 ‘안나의 남극 통신’을 통해 흥미로운 남극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극으로 떠나는 안나씨를 인터뷰하며 오랜만에 ‘꿈’이라는 걸 생각해 봤다. 무언가 정말 간절히 원해 본 적이 있었던가. 꿈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달려본 적이 있었던가. 그녀가 부러웠다.

중학생 소녀는 집에 있던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보고 남극을 동경했다. 이후 남극은 그녀의 모든 것이었다. 동경과 정보 수집 차원에 머물던 남극 행(行)은 2012년 여름, 세종기지 의료담당 대원이었던 고경남씨가 펴낸 책을 읽고 현실의 목표로 다가왔다. 책을 읽은 그녀는 장문의 편지를 보냈고, 그가 근무하던 병원으로 찾아갔다.

남극 행 소식을 들은 고씨는 “내 책을 보고 남극을 꿈꾼 이들은 많았지만 실제로 남극을 찾은 이는 안나씨가 유일하다”고 격려했다. 남극 관련 석사학위 논문을 쓸 때는 해외 기지 사례를 알아보기 위해 일본, 뉴질랜드, 독일까지 날아가 대원들을 인터뷰했다. 세살바기 아들을 둔 엄마로 육아의 부담도 있었지만 그녀는 꿈을 향해 전진했다. 여러모로 힘들 남극 생활이겠지만 남극에서 행복하고, 재미있게 보내려 한다.

우여곡절 끝에 남극에 안착한 그녀를 보면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등장하는 유명한 글귀가 떠올랐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그렇게 되고 온 우주는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또 있다. 지난 연말 청년문화기획자들의 송년 모임에 들렀다가 ‘코끼리 공화국’ 회원에게서 재미있는 명함을 받았다. ‘셀프 어워드’를 소개하는 명함이었다.

지역에서 문화기획자로 사는 건 아직은 미래가 불투명한 일. 열정 가득한 청년을 추천해 달라고, 외롭고 힘들었던 청년을 위로해 달라는 멘트와 함께 스스로 상을 주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시상 부문은 ‘뭣 좀 하려다가 받은 상’, ‘쓴 맛 보고 받은 상’, ‘될 대로 되라 상’, ‘알게 모르게 대상’이다.

지난해 광주일보 문화부는 지역 젊은 문화기획자들을 소개하는 시리즈 ‘그들의 유쾌한 상상-문화판을 바꾸다’를 진행했다. 엉뚱하고 발칙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그들은 자신들을 ‘재미’에 눈 뜬 세대라고 표현했다. 일상이 문화라는 말도 했다.

“저것들 시덥잖은 거 하는 것 같은데 즐거워 보인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다.”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춘들은 주인이라는 생각보다는 하숙생이나 사랑방 손님 정도였다. 재미와 주인 의식이 나를 움직이는 힘이다.”

청춘들의 패기 넘치는 기운을 수혈받으려 올해 시즌 2를 다시 시작해 볼 생각이다.

젊은 청춘들의 상상력을 포용하는 건 지역 문화계와 지자체의 역할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단체나 기관에 소속되면 상상력이 닫혀버리는 일은 없어야한다.

마침 전남도와 광주시가 ‘청년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도정 목표를 ‘생명의 땅,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으로 잡은 전남도는 60명 규모로 ‘전남 청년의 목소리’를 구성했다.

광주시는 전국 최초로 청년인재육성과를 만들었다. 또 광주지역 청년들의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할 ‘광주청년센터’(가칭) 개설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가 옛 질병관리본부센터에 만든 ‘청년 일자리 허브’를 찾았을 때 느꼈던 활기찬 기운이 퍼지길 기대한다.

지난 연말 들었던 건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2015년은 신나고 재미있게 노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통장에 찍히는 행복보다 마음에 찍히는 행복’을 꿈꾸며 달려가는 청춘, 유쾌한 판을 벌일 궁리에 바쁜 청춘들과 함께라면 나도 멋진 ‘노는 놈’이 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듯하다.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