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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섬’ 나오시마에서 배울 것들
박 홍 근
양림플랫폼 대표·건축사
2014년 12월 03일(수) 00:00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본출신 건축사가 있다. 그는 안도 타다오(1941- )다. 오사카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일본은 물론 세계적인 건축사로 우뚝 서있는 인물이다. 그는 제주도에도 여럿 작품을 남겼다. 본태미술관, 지니어스로사이, 글라스 하우스 등이다.

1998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안도 타다오 전시회가 있었다. 당시 30대 후반의 필자는 전시회의 감동으로 안도 타다오의 작품만 답사하는 여행도 하고, 다른 답사코스 중에도 그의 작품이 있는 곳이면 별도로 가보기도 했다. 전시회 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미술관 호텔인 ‘베네세 하우스’의 숙박동인‘오벌’이였다. 일본 나오시마에 있는 미술관호텔의 숙박동이다. 언덕위에서 바다의 잔잔한 물결을 바라볼 수 있는 숙박동인데, 타원형 평면의 내부 중정엔 연못이 있다. 연못에 빛이 반사되어 환상적인 공간을 연출하는 건물이다. 꼭 가보고 싶었다.

지난달 나오시마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꼭 들러야겠다고 맘먹었던 ‘오벌’이라는 숙박동은 애석하게 근처도 못 갔다. 다른 건물처럼 최소한 외관이라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곳은 접근 자체가 곤란했다. 왜냐면 그곳은 호텔 숙박객만 모노네일을 타고 접근할 수 있는 언덕위에 있기 때문이다. 단 서비스 차량만 반대편 능선으로 접근이 가능했다. 준비 부족이었다. 전시회 감동 이후 16년간의 기다림은 아쉬움만 남기고, 멀리 언덕위에 있는 건물을 현지에서 구입한 책속의 사진과 맘으로만 보고 올 수밖에 없었다. 이담에 다시 오게 된다면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든지, 어떤 대책을 세워 보리라 맘 먹어 본다. 그러나 이곳에서 안도 타다오의 건축과 예술가들의 작품만 보고 감동하고 만다면 본질을 못 본거나 마찬가지다.

나오시마가 ‘예술의 섬’으로 불릴 수 있게 된 본질을 알아야 할 것 같다. 그 역사는 1987년부터 시작된다. 베네세 그룹 후쿠타케 소이치로 회장의 주도면밀한 계획과 섬세하면서도 지속적인 노력의 결실이다. 산업폐기물로 오염된 섬을 예술, 그것도 일반적으로 난해하다고 하는 현대미술과 접목하여 세상에 없는 새로운 명소를 만들어냈다. 그 본질의 바탕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첫째, 문화경영 마인드다. 후쿠타게 회장은 기업 활동의 목적은 ‘문화’이며, ‘경제는 문화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토대로 나오시마에 건축과 예술작품과 자연환경이 어우러지는 문화사업을 전개했다. 지중미술관, 이우환미술관, 집프로젝트 등을 통해 예술의 섬으로 만들 수 있었다.

둘째, 기획력과 지속성이다. 설계자와 작가들을 기획단계 부터 참여시켰다. 안도 타다오와 같은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사, 미국의 대지미술 작가인 월터 드 마리아, 빛의 작가로 불리는 제임스 터렐, 이우환 작가 등등. 이들은 장소의 선정과 전시 방법, 공간의 크기 등에 대해 설계자 및 작가들과 공동 작업을 했다. 또한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꾸준히 문화경영 철학을 실천하면서 완성도를 높였고, 타 지역으로 예술공간을 확대해 가고 있다.

셋째, 지역 활성화 효과다. 장소성을 살리는 작품을 만들었다. 예술가들이 직접 섬을 방문하여 ‘나오시마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도록 했다. 건축물은 그곳의 자연과 전시될 작품에 합당한 형태와 공간으로 지어졌다. 주민참여를 통해 예술과 지역사회의 접점을 강화시켜 마을만들기 활동에 자극을 주고,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생기도록 배려했다.

우린, 이 지역사회는 어찌하고 있는가? 문화경영 마인드로 실천하는 기업은 어디에 있으며, 문화행정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그간의 사업 중 좋게 평가 받는 사업은 무엇이며, 그 중 오랫동안 발전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또 무엇인가? 지역사회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는 사업은 있는가? 무언가 있을 것도 같은데 머릿속에서 곧바로 떠오르지 않는 것은 나의 무지 탓인가? 지금부터라도 지역의 정체성을 간직한 숨은 진주를 찾아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나오시마의 성공사례를 통해서 배울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