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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향수 품고 40년을 버텨왔구나
단풍 물든 늦가을 화순여행
2014년 11월 06일(목) 00:00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다. 화순 남산공원에서 도심 속 국화의 고운 자태를 만날 수 있다.
자연이 빚은 수려하고 신비로운 풍경. 그 아래에 사람들의 시간과 향수가 잠겨있다.

전남 기념물 제60호이자 ‘조선시대 10경’으로 꼽힌 화순적벽(赤壁). 자연을 빚은 절경의 속살은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화순 적벽은 1973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접근과 개발이 제한된 곳이다. 동복댐 건설 이후 출입이 통제되기도 했었다.

화순적벽 초소에서 10분 가량 비포장도로를 달리면 웅장한 대자연의 풍경과 만나게 된다. 산자락을 걸쳐 흐르는 7㎞ 물길에 펼쳐진 붉은 기암괴석. 이서적벽, 보산적벽, 창랑적벽, 물염적벽을 아우른 화순적벽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제한된 곳, 물소리 바람소리만 고요하게 퍼진다. 붉은 빛이 물든 바위틈새로 낙엽까지 조금씩 붉을 빛을 띄면서 가을을 얘기하고 있다.

뚝 잘라낸 듯 서있는 붉은 벽과 푸른 하늘과 물, 신선의 풍경이다. 이곳에서 산은, 자신의 모습을 담은 물이 되고 물은 그 형세를 품고 산이 된다.

적벽을 마주하고 선다. 적벽을 비추고 있는 물길 아래 15개 마을이 가라앉아있다. 5600여명의 고향과 옛이야기는 조용히 물이 되어 흐르고 있다. 뒤를 돌아보면 고향을 잃은 이들의 애잔한 마음이 고요하게 속삭이고 있는 것 같다. 망향정이 한때는 누군가의 고향이었던, 사람들이 떠난 터전을 내려다보며 서있다.

망향정에서 신선의 풍경에 취한 뒤 걸음을 옮긴다. 작은 숲길을 따라 내려가면 송석정의 팔작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조선 숙종 때 광산김씨 31대손 석정처사 한명이 건립한 정자다. 한국전쟁 당시 소실되었던 것을 2003년 복원했다.

‘하늘이 좋은 강산을 열어, 그대가 이곳에 정자를 지으셨네, 바람이 때때로 학을 부르니, 소나무 아래 유건 쓴 선비 한가로워라.’

대나무와 소나무가 송석정을 둘러싸고 있고 앞에 펼쳐진 암석 위로 물이 출렁인다. 호수와 바람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철썩철썩 소리를 낸다. 바스락 거리는 마른 나무 잎과 그 나무 사이를 헤집고 날아오르는 새들의 날갯짓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가을을 울린다. 물 위에 부서지는 햇살은 가을을 금빛으로 물들이며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어렵게 사람들을 맞게 된 적벽의 속살. 지난달 23일 부분 개방이 됐지만 무작정 찾아갈 수는 없는 곳이다. 겨울철 3개월(12∼2월)을 제외하고 주 3회(수·토·일) 오전 9시30분, 오후 12시, 오후 2시30분 개방된다. 전용 셔틀버스를 타고 망향정으로 이동해 관람을 하는 코스로 적벽투어 홈페이지(bus.hwasun.go.kr)에서 사전에 신청해야 한다. 차량 이용료는 2000원이다.

저물어가는 가을의 마지막 자취를 느끼기 위해 사람들의 품속으로 걸음을 옮겨보자. 화순 남산공원에 국화향이 은은하다. 지난달 26일 ‘도심 속 국화향연’을 테마로 한 꽃놀이가 시작됐다. 9일까지 행사는 계속된다.

키 작은 해바라기가 한데 옹기종기 모여 해를 쫓고 있고, 가녀린 코스모스도 살랑살랑 바람을 따라 몸짓을 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색색의 꽃, ‘도심 속 국화향연’이라는 이름답게 이곳의 주인공은 역시 국화다. 가을 국화가 고운 자태를 하고 꽃망울을 활짝 피웠다. 국화가 만들어낸 꽃길 터널에서, 국화로 만들어진 공룡 앞에서 추억을 눈과 카메라에 담느라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중간 중간 귀여운 마스코트가 꽃밭을 지키고 서있다. 의자에 앉아서 걸음을 쉬어보기도 하면서 늦가을 정취를 만끽한다.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한 가을의 풍경이다.

10월을 넘어 11월이 달려오면서 햇살을 잔뜩 머금고 있던 꽃잎이 기운을 잃기는 했다. 그래도 아직 가을의 꽃향은 남아있다. 제법 매서워진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꽃으로 수놓아진 남산 공원을 걷는다. 꽃이 피어날 다음 계절을 기약하면서.

/글·사진=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

/화순=조성수기자 cs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