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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계절에 지역축제를 생각하다
이 승 권
조선대 아시아문화교류사업단장
2014년 10월 13일(월) 00:00
축제가 되어버린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전통적 의미의 축제는 커다란 의미가 없다. 자연을 극복한 인류가 정착생활을 하기 위해서 만든 도시가 기능적 도구로 전락해 버린 오늘날, 과거 지향의 축제는 현대인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결국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등장한 이래로 지구상에서 벌어진 제의적(ritual) 축제는 21세기의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에게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다.

탈근대의 신인류가 살아온 환경은 근대를 무대로 살아온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의 환경과 다르다. 하이퍼링크(hyperlink)로 연결된 환경에서 성장한 디지털 원주민은 실시간 반응하고 멀티태스킹(Multi tasking)에 익숙하다. 따라서 신인류의 관심을 축제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축제 콘텐츠가 제시되어야 한다.

인간의 의례적 활동이 전통을 계승하고 사회통합을 바라는 욕망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축제는 인간의 사회적 속성(homo socies)을 보여주는 행사인지도 모른다. 현대사회는 디지털 원주민과 같이 자신의 일에 몰두하여 살아가는 광기의 인간(homo demens)이 너무 많다.

도시공간도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장소로 변화되었다. 그럼에도 인간의 유희적 속성(homo ludens)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축제가 성공하려면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본능, 즉 디오니소스적 속성을 찾아내서 콘텐츠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지역축제를 점검해 본다면, 축제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지역의 대표 축제인 ‘충장축제’는 충장로가 번성하였던 ‘70·80년대의 추억’을 중심 테마로 시작한 축제다. 충장축제는 1970∼80년대에 충장로를 누볐던 70·80 세대에게 추억을 선물함으로써 공감을 얻었다. 매회 진화하는 충장축제에서 눈여겨 볼 것은 ‘거리 퍼레이드’다. 이러한 시도는 충장축제가 세계의 축제로 발전하기 위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10년 전에 충장축제에 폭발적인 호응을 보냈던 70·80세대는 이미 은퇴했다. 떠오르는 40대와 50대의 참여는 물론 신인류로 불리는 20·30대를 유인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충장축제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세계의 축제로 성장하기 위한 장기 비전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의 축제로 발전하기 위한 과감한 방향 전환이 거리퍼레이드를 통해서 모색되기를 기대한다.

축제는 인간의 디오니소스적 세계가 유희 본능과 만날 때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속성은 가장행렬과 같은 거리 퍼레이드를 통해서 구현될 수 있다.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의 대표적 행사인 카니발이 성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카니발은 인간이 가진 아폴론 세계관과 디오니소스 세계관의 이율배반적 속성(homo duplex)을 마음껏 발산하는 장치를 갖추고 있다. 카니발의 현장은 이성적 사고와 감성적 욕망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체험은 일상에 찌든 현대인에게 짜릿한 일탈의 기쁨을 준다.

이러한 점에서 카니발은 인간의 놀이 본능, 즉 축제의 본질에 매우 충실한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충장축제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축제의 본질을 세계인과 신인류의 취향에 맞게 콘텐츠화 해야 한다. 거리 퍼레이드를 스토리를 가진 행사로 전환하여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속성(homo narrans)을 자극해야 한다. 이것이 거리퍼레이드를 성공으로 이끄는 조건이며 독창적인 충장축제를 만드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2015년에는 세계의 젊은이들이 몰려오는 유니버시아드대회가 광주에서 열린다. 광주시민들이 학수고대하던 아시아문화전당도 개관된다. 이러한 행사들은 ‘충장축제’가 지역을 넘어서 세계로 웅비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다. 특히, 아시아문화전당은 충장축제의 세계화를 위한 전진기지가 되어야 한다.

남녘의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특히, 풍요로운 산과 들, 가을 바다의 넉넉함은 충장축제의 성공을 위한 기본 조건이 될 것이다. 충장축제가 세계적인 축제가 되려면, ‘추억’을 매개로 신·구세대를 통합하고 세계인이 공감하는 콘텐츠를 통해서 세계인을 불러들여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풍성함과 품격을 더해가는 ‘충장축제’가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