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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정신을 되새기자
장 필 수
정치부장
2014년 09월 17일(수) 00:00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 조성하는, 이른바 혁신도시를 당초 광역 시·도별로 한 곳씩 두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하지만,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는 2005년 6월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계획안을 확정하자 한 달만에 공동으로 혁신도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5개월 뒤에는 혁신도시 입지로 나주를 정하고 이름도 광주·전남을 동시에 상징할 수 있는 ‘빛가람’으로 정했다.

당시 빛가람혁신도시는 광주시민이나 전남도민 모두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했다. 광주시민들은 왜 전남에 주느냐는 것이었고, 전남도민들은 나주에 두면 수혜는 결국 광주가 누리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불만에도 빛가람혁신도시에는 현재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 등 16개 기관이 이전을 마쳤거나 조만만 이전을 마무리하는 등 전국 11개 혁신도시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빛가람혁신도시는 광주와 전남이 조금씩 양보해 서로 윈윈하는 상생의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빛가람혁신도시 조성 과정을 가르켜 ‘혁신도시 정신’이라고 부르고 있다.

빛가람혁신도시로 상징되는 광주·전남의 상생 행정은 민선 5기 시절인 지난 4년간 암흑기였다. 손뼉도 마주쳐야 나듯이 시장과 지사 간 불협화음으로 광주와 전남의 발전을 촉진할 만한 광역행정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광주공항 이전과 무안공항 활성화를 두고 엇박자를 냈고 표만 의식해 상대방 의견도 묻지 않고 군부대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가 불신만 초래했다.

호남으로 폭을 더 넓혀 보면 광주·전남은 물론 전북까지 가까워지기보다는 서로 멀리하는 시기를 보냈다. 민선 5기와 시기가 겹치는 이명박 정부시절, 광주·전남에 대해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던 전북이 ‘탈호남’을 선언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는 이명박 정부의 ‘호남 편가르기’가 한 몫을 했다.

이명박 정부는 영남권에 두 개를 주고 호남에는 하나만 주는 ‘5+2 광역경제권’이란 정책으로 호남을 차별하더니 전남이 먼저 추진한 J프로젝트(지금은 ‘솔라시도’로 이름이 바뀌었다)와 똑같은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을 전북 새만금에 줌으로써 호남마저 전북과 광주·전남으로 편가르는 정책을 폈다.

2006년으로 기억한다. 대권을 꿈꾸던 이명박 서울시장은 자신과 같은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내 구청장을 대거 데리고 광주 무등파크호텔을 찾았다. 명목상으로는 전남지역 22개 시·군과 서울 구청 간 협약을 통해 전남지역 특산품을 서울에서 판매해 주겠다는 것이었지만 속내는 대권을 염두에 둔 호남 구애였다.

빛가람혁신도시 조성 과정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호남정책에서 보았듯이 상생 광역행정의 성패는 정치인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지난 6월 출범한 민선 6기 광주시장과 전남지사가 상생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상생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더니 구체적인 실행 방안까지 마련했다. 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한 관광 활성화와 영산강 복원 추진 등 15개 상생안이 그것이다. 광주전남상생발전위원회를 만들기 위해 17일에는 첫 실무위원회도 연다.

여기에 지금까지는 상생 행보에 미온적이었던 전북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

19일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에 앞서 호남 광역단체장 간 간담회에 전북지사가 참석하기로 했다. 호남 시·도지사 3명만 따로 자리를 갖는 것은 5년만의 일이다. 첫 술에 배부를리야 없겠지만 자주 만나다보면 어떤 형태로든 성과는 있는 법이다.

요즘 ‘수충권(首忠圈)’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사람과 돈이 수도권과 충청권에 몰리고 있는 현상을 표현한 말이다. 지방을 대표하는 단어로 ‘영호남’이라 부르던 것도 충청권을 중심으로 이제는 ‘영충호’로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작년부터 호남 인구가 충청도에도 추월당했기 때문이다.

이번 인천 회동을 통해 호남의 광역단체장들이 혁신도시의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상생은 조금씩 양보하는데서 나온다.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