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은행 민영화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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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은행 민영화의 고민
최 재 호
경제부장
2013년 10월 23일(수) 00:00
350만 광주·전남지역민의 사랑을 받아온 광주은행의 새 주인은 누가 될까?

광주은행 인수전 예비입찰에 참여한 7곳 중 지구촌영농조합이 숏리스트(입찰 적격자)에서 제외돼 본입찰에서 광주전남상공인연합, 광주은행 우리사주조합, 신한금융지주, JB금융지주(전북은행), DGB금융(대구은행), BS금융지주(부산은행)등 6곳이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이를 재구성 하면 광주전남상공인연합과 광주은행 우리사주조합 등 ‘지역자본’과 JB금융지주, DGB금융, BS금융지주 등 3개 ‘지방은행’, ‘시중은행(신한은행)’의 3각 구도의 각축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당국은 광주은행 민영화에 대해 공적자금의 보다 많은 회수를 위해 ‘최고가 입찰’ 원칙을 세웠다. 당초 예상보다 많은 6곳이 경쟁을 벌이다 보면 낙찰가가 높아져 광주은행 인수대금은 1조∼1조 2000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광주은행 인수전은 자금 동원력이 승부수가 된다는 얘기다.

광주상공인연합과 광주은행 우리사주조합 등으로 대별되는 지역자본은 광주은행이 지방은행으로서 가진 영향력과 상징성 등 지역정서를 배려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방은행의 ‘지역 환원’이라는 명분과 지역민의 정서라는 후원을 업고 있는데다 지역사회 기여도가 평가 배점에 포함돼 유력 후보군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정책당국의 ‘최고가 입찰’이라는 원칙 앞에 자금 동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JB금융지주는 두 은행이 합병할 경우 광주·전남과 전북이 모두 ‘윈-윈’하는 상생전략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수가격만 놓고 보면 막강한 자본력을 보유한 신한은행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수도권을 기반으로 영업력을 펼치는 시중은행이 지방에까지 손을 뻗친다는 반감이 아킬레스 건이다. 같은 맥락으로 BS금융과 DGB금융은 경남은행 인수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데다 영남지역에 기반을 둔 은행이 호남의 대표은행을 인수할 경우 더 큰 반발에 직면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여진다.

이처럼 6곳의 본 입찰자들은 각자의 장점을 어필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광주은행 인수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광주은행의 민영화는 지역경제의 기초 인프라로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을 생각하는 쪽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은행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태동됐다. 지역자본을 모아 지역기업을 지원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확대 재생산시키는 심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지역민의 금융편의 제공, 지역의 고용창출, 지역인재 육성, 지역문화예술 선도 등 공익적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광주은행이 지역으로 환원된다면 이러한 기능들을 더욱 강화해 나갈 수 있다.

광주은행은 지방은행의 순기능적 역할을 그동안 수행해 왔다. 그러나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시중은행이나 다른 지방은행 등에 의해 인수된다면 단순히 지역기업 하나가 사라지는 의미 이상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소외 심화, 지역은행으로서 경제 및 고용유발 효과 등이 사라져 광주·전남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IMF 외환위기 후 지역은행이 사라진 충청·강원도에서는 지역은행을 다시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충청·강원지역 경제 주체들은 항상 자금애로와 사업을 키우려 해도 기회가 원천 봉쇄되고, 지역자금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이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당국은 당장의 가시적인 공적자금 최대 회수보다는 광주·전남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튼튼한 국가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고 보다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새 주인이 누구냐’보다는 인수자의 지방은행에 대한 비전과 역할 제시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진정한 지방은행은 그 지역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젖줄’이 돼야 한다. 지방은행 인수전에 ‘지역감정’이나 ‘최고가 매각’보다 중요한 것은 인수자가 지역은행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지에 무게를 둬야 한다. ‘지방은행’의 역할에 대해 진정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 li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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