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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과 선택분업
심 상 돈
동아병원장
2013년 02월 27일(수) 00:00
올해로 의약분업이 실시된 지 12년째이다. 의약분업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있었지만 의약분업이 실시된 뒤 의약품 오남용의 감소와 국민의 의약품에 대한 알 수 있는 권리가 많이 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국민들의 의약 서비스 이용에 대한 불편감 증가와 사회적 비용 및 의료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한 부정적인 평가가 있다.

의약분업은 1994년과 1996년에 보건복지부장관의 자문기구인 ‘의료보장 개혁위원회’와 국무총리 자문기구인 ‘의료개혁위원회’에서 ‘외래환자에 대하여 처방전 발행을 의무화하되 약 조제의 선택권은 국민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직능분업의 원칙으로 준비를 시작하였다. 그 후 보건복지부는 1998년 구성된 ‘의약분업추진 협의회’를 통해 ‘의사와 약사의 직능분업을 전제로 국민의 부담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의약분업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그 주요 내용으로는 의료법에 ‘모든 의료기관은 외래 환자에 대한 원외처방전 발행을 의무화 하고, 입원환자를 위한 약을 조제하는 조제실이 있어야 하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경우는 병원 내외의 약국 모두에서 통용할 수 있는 양식으로 처방전을 발행하여 약을 조제하는 장소의 선택권을 의료소비자에게 일임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의약분업이 시행 될 경우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는 진료와 처방 및 조제가 병원 내에서 모두 해결되는 편의성으로 환자가 의원급의 의료기관보다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그 당시 환자의 대형병원으로의 편중을 막기 위해 추진중이었던 동네의원, 병원, 종합병원 및 대학병원으로 구성된 1차, 2차, 3차 의료기관간의 의료전달체계가 왜곡될 것이라는 의료계의 주장과 모든 의료기관 내에서의 외래환자의 약 조제를 금지하는 약사회의 주장이 있었다. 일부 시민단체 주도의 이해 조정이 있었고 1999년 5월 10일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가 시민단체의 의약분업 조정안에 합의 후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서만 조제, 일반의약품만 임의판매 가능, 병원에서 약 조제는 불허(입원환자, 응급환자, 정신질환자 예외)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약사법이 1999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2000년 7월 개정 약사법에 근거하여 의약분업이 실시되었다.

의사회 및 시민단체에서는 그동안 시행되어온 의약분업의 긍정적인 부분은 더 강화하고 부정적인 부분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수정 보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있다. 주요 내용은 선택분업으로의 전환이다. 지금은 불가능한 병원 내의 약국에서 외래환자의 약 조제 및 판매를 가능하도록 하여, 병원 밖의 약국에서만 약을 구입하도록 되어 있는 지금의 의약분업을 의료소비자가 처방된 약을 조제 및 구입할 약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형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는 의약서비스 이용에 편이성 증가와 병원 내외 약국 간의 경쟁을 통한 환자서비스 개선 및 의약분업 후 지금까지 계속 증가해 온 약제비와 같은 사회적 비용의 절감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대한의사회 차원의 자정선언과 같은 노력 및 약 거래를 통한 이윤창출을 법적으로 불허한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등 여러 제도들이 잘 유지되고 있고 시민사회의식이 성장하여 의약품거래의 투명성은 이미 확보되었다고 본다.

의약분업 제도 도입 시 병원 약국의 폐쇄는 의약분업의 조기 정착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하였으나 의료소비자의 편익을 무시한 조치였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다 풀고 다시 채우자는 것이 아니다. 장점의 유지 지속 및 단점의 보완이다. 병원 밖의 약사가 조제한 약과 병원 안의 약사가 조제한 약에 큰 차이는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