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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시 광주’ 명성 이어가려면
2010년 04월 05일(월) 00:00
지난 2005년 6월 서양화가 진시영(37)은 선·후배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지역작가로는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창동스튜디오 입주작가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창동스튜디오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국내외 유망청년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작업실을 무료로 제공하는 일종의 레지던시(Residency) 프로그램. 매년 20∼30명 모집에 국내외에서 수백여 명이 문을 두드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합격’ 그 자체만으로 국립 현대미술관으로부터 ‘검증받은 작가’라는 프리미엄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업실뿐만 아니라 유명비평가들과의 만남, 국내외 홍보, 전시회 등 다양한 특전이 주어진다. 이 때문에 미술계에서는 ‘창동스튜디오=하늘의 별 따기’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특히 지역작가들에게 ‘창동’은 말 그대로 ‘꿈의 산실’이다. 서울 출신 작가들에 비해 큐레이터, 비평가들과 교류할 기회가 적은 지역작가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다. 아니나 다를까. 1년간 창동스튜디오에서 내공을 쌓은 진씨는 이후 타이페이 아티스트 빌리지 입주작가 선정에 이어 신세계미술제, 하정웅 청년작가상 등을 연거푸 수상하며 입지를 굳혔다.

설치작가 손봉채(44) 역시 ‘레지던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아티스트다. 오늘날 ‘국제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지난 2006년 3월 중국 상하이의 듀오론 미술관 창작스튜디오의 입주생활이 큰 힘이 됐다. 이 미술관에서 5개월 동안 머문 그는 작업은 물론 근래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급부상한 상하이의 에너지를 생생하게 체험했다. 이 경험을 발판으로 2006 광주비엔날레를 필두로 스페인 세비야 비엔날레, 미국, 일본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이들만이 아니다. 신창운, 박소빈 등 요즘 지역에서 ‘잘나가는’ 작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른바 ‘레지던시 파(派)’다. 서양화가 신창운(41)은 2년간의 인도 국립현대미술관 입주작가를 통해 한층 무르익은 ‘작품’을 지난달 귀국전에서 보여주었다. 또한 지난해 뉴욕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박소빈은 올 하반기 이탈리아에 진출하는 등 탄력을 받았다.

바야흐로 요즘 미술계는 레지던시가 대세다. 이를 뒷받침 하듯 광주시립미술관을 필두로 사립미술관·갤러리의 레지던시가 경쟁적으로 세워지고 있다. 특히 ‘레지던시의 효과’가 알려지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들 가운데 광주시는 단연 돋보인다. 팔각정, 양산동 창작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광주시립미술관은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에 레지던시를 세워 전국적인 화제를 모았다. 지자체가 외국에 레지던시를 개설한 것은 광주시가 처음이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프로그램에 비하면 2% 부족하다. 우선 작업실 공간이 협소하고 입주작가들을 끌어주는 기획인력이 없다. 특히 작가들을 국내외 작가나 전시기획자·비평가들에게 소개하는 네트워킹은 미미한 실정이다. 상당수의 입주작가들이 국내외 미술계와의 ‘연결고리’를 원하고 있는 만큼 이젠 프로그램 내실에 힘써야 한다. 그래야만 레지던시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광주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다.

/문화생활부장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