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마지기 쌀농사, 92만원 적자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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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마지기 쌀농사, 92만원 적자의 현실
2005년 11월 16일(수) 00:00
올해 쌀농사 20마지기를 지었더니 남은 것은 92만원의 적자였다는 나주 한 농민의 ''가계부''는 차라리 ''절규(絶叫)''라 하겠다. 올해부터 공공비축제가 실시돼 벼 수매물량이 줄어들고, 수매하지 못한 벼는 시중판매를 해야 하는데 쌀값이 급전직하(急轉直下)로 떨어지고 있어 창고에 쌓인 볏가마가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정부는 논농업직불제 등으로 쌀소득을 일정부분 보전해 주겠다고 하지만 농민들에겐 ''코끼리에게 비스킷 던져주는 꼴''이다.
20마지기 농사를 짓느라 한여름 뙤약볕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죽어라 일한 대가가 오히려 92만원을 까먹는 일이었다니 어처구니없다. 농민들의 허탈한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쌀이 원수''가 된 실정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농민들이 가을추수를 완전히 끝내지도 못하고 거리로 뛰쳐나와 ''벼 야적시위'' 등을 벌이겠는가. 지난 15일에는 서울 여의도에 1만여명의 농민이 집결해 ''쌀 투쟁''을 벌이다 농민과 경찰 130여명이 다치는 불상사(不祥事)도 있었다. 최근 담양에서는 젊은 농민이 농촌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농민출신 강기갑 국회의원은 어제로 21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충북에서는 자매결연차 마을을 찾은 한덕수 부총리 앞에서 농민들이 쌀을 길바닥에 뿌려버리기도 했다. 벼랑 끝에 서있는 농민들이 죽기를 각오한 행동들이라 할 것이다.
정부는 농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미국.중국 등 쌀 수출국과의 협상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협상안이 국회비준을 받기도 전에 쌀값이 지난해보다 30%나 떨어진 것이 무엇을 말하겠는가. 이는 쌀 협상안 비준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농촌 살리기''에 대한 근본 대책이 절실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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