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고전에서 서양 철학까지…문학으로 길을 여는 인문학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상처와 화살,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임헌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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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화가 장 레옹 제롬이 그린 ‘법정에 선 프리네’. 1861년 작품으로 “이렇게 아름다우니 제발 용서해달라”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변론 한마디로 그리스 최고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미녀 프리네의 모습을 담고 있다. |
인문학의 위기라고 한다. 너무 많이 들어 귀에 익숙할 정도다. 인문학 위기에 대해 전공자나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그러한 흐름에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로 인문학이 위기일까. 어떤 이는 인문학 자체가 위기가 아니라 ‘인문학을 외면하는 시대의 위기’라고 한다. 사실은 후자가 더 설득력이 있다.
자연히 인문학은 설 자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인문학에는 희망이 없다’는 식의 ‘자기 비하’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인문학은 고유의 힘이 있으며 그 인문학을 최전선에서 떠받치고 있는 문학의 힘을 믿고 있는 이들이 있다. 문사철로 대변되는 인문학 중에 문학을 가장 앞자리에 두는 것은 인간의 의식과 행위 등을 다면적이고 중층적으로 다루기 때문일 터다.
‘상처와 화살,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는 동양 고전에서 서양 철학까지 문학을 매개로 인문학을 접근한 책이다. “영혼의 비타민이라는 문학은 그리움의 대명사”라고 말하는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국립한국문학관 관장)의 노고와 열정이 투영된 역작이다. 서양철학, 동양철학, 사회학 등도 포괄하고 있어 인문학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오랫동안 문학평론가로 활동해온 임 소장은 전두환 시기에 두 차례 옥고를 치른 바 있다. 지금까지 ‘불확실 시대의 문학’, ‘대화’,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문학가 임헌영과의 대화(대담 유성호)’ 등을 썼다.
책은 모두 6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진짜 아름다움과 가짜 아름다움’, 2부 ‘악인들의 천국’, 3부 ‘나약한 인간, 신앙에 빠지다’, 4부 ‘일란성 쌍생아인 문학과 역사’, 5부 ‘전쟁과 평화, 그리고 혁명’, 6부 ‘전위주의 미학을 향한 모험’ 등이다. 각 부는 몇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문학 전공자와 교양을 생각하는 일반인들 모두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들은 ‘미’, ‘역사’, 종교, ‘평화’, ‘미학’ 등이다. 각각의 내용들은 독립적이면서도 연계돼 있어 마음이 가는 부분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월든 호수가 세계 평화 운동의 상징적 공간이 된 것은 헨리 소로우의 영향 등에서 비롯됐다. 그는 1845년 월든 호숫가에 작은 오두막집을 짓고 2년 2개월여를 거주했다. 당시 체험을 기록한 ‘월든-숲속의 생활’은 이후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변화를 주었다. “진실로 바라건대 당신 내부에 있는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되라”는 명구는 독자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소로우를 ‘월든’의 저자로만 안다. 그는 흑인노예제를 반대한 인권운동가이기도 했다. 인두세를 거부해 감금당하기도 했으며 “지배하지 않는 정부가 최상의 정부다”라는 명언이 담긴 ‘시민 불복종’을 발간하기도 했다.
소로우의 평화사상은 이후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작가와 명사들에게 전이됐다. 톨스토이를 비롯해 예이츠, 헤밍웨이, 실클레어 루이스, 마크 트웨인 등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상처는 문학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본다. 상처를 딛고 평화를 견인한 그리스 신화의 영웅 필록테테스의 이야기가 이를 방증한다. 천하무적의 활을 갖고 있었기에 악취가 풍기는 상처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멈추게 했다는 것이다.
임 소장은 “문학예술 또한 궁극적으로 감내해야 할 주제는 오로지 평화이다”며 “이런 모든 논제를 두루 살필 수 있는 안목을 길러 주는 것이 인문학적인 통섭의 문학일진대”라고 언급한다. <보리·3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