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속에서도 꽃은 핀다’ 탄자니아에서 만난 희망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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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속에서도 꽃은 핀다’ 탄자니아에서 만난 희망의 노래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나태주 지음
2026년 01월 30일(금) 20:00
나태주 시인은 80이 되던 지난해 자신이 후원하는 탄자니아의 소녀를 현지에서 만났다. <달 제공>
“선인장이 나무로 자라고/ 유카의 꽃대궁도/ 전신주만큼 자라는 땅/ 그렇다!/ 풀이 끝내/ 나무가 되는 땅.”(‘아, 탄자니아’ 전문)

동아프리카의 국가로 대부분이 평야와 고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으로 인도양이 펼쳐져 있고 북으로 우간다, 케냐 등과 닿아 있다. 공식수도는 도도마다. 열거된 내용만으로는 어떤 나라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 나라에는 탕가니카호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 깊은 호수가 있다.

바로 탄자니아다. 위의 시는 나태주 시인의 작품이다. 우리네 자연과 서정을 압축적이면서도 리듬감 있는 시어로 노래해 온 시인이 웬 탄자니아를 소재로 시를 썼을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 시인은 80세를 맞아 “생애 최상의 여행”이라 꼽는 탄자니아를 여행했다. 팔순이 넘은 노(老) 시인이 장장 21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날아간 그곳에는 시인이 6년 동안 후원해온 아이가 살고 있었다. 후원을 시작할 당시 여덟 살이었던 아동은 소녀로 자라 있었다.

시인은 “더 일찍 이 나라를 보았더라면”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제라도 가보았으니” 괜찮다는 마음도 들었다.

최근 시인이 펴낸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는 탄자니아 여행을 매개로 창작한 시 등을 모은 작품집이다. 모두 신작시 134편이 실렸다.

저자는 인생을 바꾸는 변곡점, 다시 말해 터닝 포인트를 네 가지 들었다. 질병, 실패, 독서, 여행이다. 전자 두 개는 위험한 일이어서 될 수만 있으면 권유하는 것이 후자인 두 가지 즉 독서와 여행이다.

시인은 조금 일찍 여행을 갔더라면 시와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아주 많이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었다”면서도 “느낌의 결과를 시로 남길 수 있었다”는 사실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다.

책에는 시인이 직접 그린 연필 그림도 수록돼 있다. 62점의 연필화와 윤무영 화백의 그림 15점이 담겨 있어 시에 대한 이미지와 분위기를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다.

탄자니아로까지의 여행길은 한국 월드비전의 도움이 있었다.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월드비전은 세계의 취약한 아동, 가정 등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랑을 실천하는 글로벌 NGO다. 시인이 탄자니아 아동을 후원하는 데 월드비전이 다리역할을 해주었을 것 같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탄자니아의 시’는 말 그대로 탄자니아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먼지 속에서도 꽃은 핀다’는 현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감성이 배어나오는 시다. “…/ 붉은 땅에서 솟아오르는 불은 흙먼지/ 도로변 나무나 풀에 쌓여/ 나무나 풀들 숨도 못 쉬고 시들어가는데/ 신기하기도 해라/ 새로 핀 꽃들은 어느 것이나 싱싱하고 깨끗하고/ 예쁘기만 하다/ 이것이 오늘의 희망 아니겠나/…”

작품은 탄자니아 칸사이 마을을 찾아가는 여정에 보았던 차창 밖의 풍경을 형상화한 것이다. 화자는 자욱한 흙먼지를 뒤집어 쓴 풀이나 나무가 시들지만 새로 꽃망울을 틔운 꽃들은 하나같이 예쁘다고 노래한다. 흙먼지 길에서 희망을 보는 화자의 시선은 차를 향해 손을 흔드는 아이들에게로 향한다. ‘나 어려서 어느 한 날의 모습’을 떠올림으로써 희망은 점차 확대된다.

2부 ‘생명의 선물’은 시인이 삶의 여정에서 함께한 이들에 대한 감사를 이야기하는 시들로 채워져 있다.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꽃밭에 물을 준 뒤’ 등 작품들은 특유의 다정하면서도 담백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시들이다.

3부 ‘먼 곳’은 일상의 만남, 인연, 자연 등을 담담하게 노래한 시들이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시들에선 시인의 정감어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달·1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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