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남도 체험로드-담양 세가지 테마 정원이야기
![]()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국립정원문화원 전경. |
예로부터 대밭이 많았던 담양은 맹종죽, 왕대, 솜대 등 다양한 종류의 대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대나무의 고장’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조선 전기 임금에게 담양의 특산물로 대나무 제품을 바쳤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담양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활용해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상징적인 대나무 외에도 수백년간 묵묵히 자리를 지킨 고목들로 가득한 관방제림과 계절을 알리는 키가 큰 나무들로 빽빽한 메타세쿼이아거리, 이야기가 가득한 정원까지 담양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죽화경
담양군 봉산면 유산리의 굽이진 시골길을 따라가다 보면 촘촘하게 엮인 대나무 울타리에 둘러쌓인 ‘죽화경(竹花景)’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름 그대로 대나무(竹)와 꽃(花)이 어우러져 절경(景)을 이루는 이곳은 2017년 전남도 민간 정원 제2호로 지정된 6000평 규모의 생태예술 공간이다.
죽화경의 풍경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정돈된 정원과는 결이 다르다. 구획을 나누어 줄지어 심는 일반적인 식재 방식 대신 서로 다른 식물들이 자연스럽게 뒤엉켜 자라는 ‘혼식’ 기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교목 59종과 관목 260종 등 총 400여 종의 식물이 서로의 어깨를 기대며 자란다.
이 거대한 정원을 일군 이는 유영길 대표다. 그의 손끝에서 피어난 죽화경은 단순한 조경 공간이 아니라 한 소년의 오랜 꿈이 실현된 무대이기도 하다. 산림직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를 보고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흙과 나무의 언어를 이해했다.
그가 정원 조성을 결심한 계기는 중학생 시절 선진국에서 열린 정원박람회에 다녀오면서다. 그는 박람회 방문 이후 한국의 정원은 고작 초가집과 장독대로만 묘사된 것을 보면서 큰 충격과 실망에 빠졌다.
그는 언젠가 세계적인 박람회에 한국의 미를 품은 정원을 출품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30대부터 본격적으로 땅을 일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넓은 부지의 땅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담양 곳곳의 땅을 찾아다니며 터를 잡았고, 조금씩 부지를 넓혀가며 나무를 심고 돌을 날랐다.
청년이었던 그는 어느덧 머리가 희끗한 60대가 되었지만, 2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정원이라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왔다. 꿈꾸던 대로 그는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정원 디자이너로 선정됐으며, 중국 정원엑스포에도 참여해 한국 정원의 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4월부터 11월까지 1년 365일 중 220일만 문을 연다는 이곳에는 매년 2만 5000명의 방문객들이 찾는다.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는 데이지와 장미가 주인공이다. 순백의 데이지가 바닥을 수놓고, 그 위로 붉은 장미가 대나무 기둥을 타고 오르는 풍경은 황홀경 그 자체다. 곧게 뻗은 대나무의 절개와 화려한 장미의 열정이 대비를 이루며 묘한 긴장감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는 유럽 수국축제가 열린다.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동면에 들어간다.
◇달빛여행정원
달빛무월마을 주변 대덕면 금산리에 자리잡은 달빛여행정원은 사진작가 출신의 라규채 정원지기가 사랑으로 가꾼 공간이다. 지난해 10월 전남 제31호 민간정원으로 등록된 이곳에는 정원 내 조각상 하나, 풀꽃 하나까지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있어 둘러보는 재미를 더한다.
정원에 들어서기 전 건물 입구에는 중년 남성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종배 총감독이 사진작가이자 정원지기인 라규채 대표를 그려낸 작품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족’을 테마로 꾸민 마당이 한 눈에 들어온다. 1300여 평 규모로, 결혼 42년차를 맞은 부부의 사랑이 엿보인다. 입구에는 아내와 닮은 조각상을 경매장에서 보자마자 구매한 작품, 돼지띠 부부가 환갑을 기념해 설치한 마주보는 돼지 조각상, 손녀를 그리며 구매한 조각상이 설치돼 있다.
라규채 대표는 정원 조성 과정에서 자연주의 식재의 대표인물인 피트아우돌프 조경 디자이너의 스타일을 참고했다고 귀띔했다. 날씨가 좋을 때는 멀리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이는 아름다운 경관을 빌려 정원 안으로 끌어들이는 ‘차경정원’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정원 관람료는 8000원, 관람료에는 음료가 포함돼 있다. 음료는 2층 카페에서 즐길 수 있다. 대표 메뉴는 대추차이며 생강차, 오미자차, 매실차와 유자차, 꽃차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검이블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삼국사기 백제본기 속 백제미를 표현하는 말이다. 달빛여행정원은 소박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정원을 꿈꾼다.
◇국립정원문화원
국립 정원문화원은 한국형 정원의 문화 확산과 산업화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지난해 9월 정식 개관했다. 금성면 금성리에 2만 2000여 평 규모로 조성된 국립 정원문화원은 국내 유일 정원 전담기관이다.
정원문화원은 방문자 센터(행정동), 갤러리 온실, 수풀재(한옥 쉼터), 정원 누리관(교육연수동), 야외정원(4개 지구, 15개 주제정원)으로 조성돼 있다. 방문자 센터 1층에는 실내정원과 강의실, 카페, 정원 도서관 등이 있으며 2층은 직원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립정원문화원은 생활정원 지구, 문화정원 지구, 소재정원 지구, K정원 지구 등 크게 4개로 나뉜다. 지구별로 테마에 맞는 정원이 크고 작게 꾸며져 있다.
입구 방문자 센터 건너편에는 갤러리 온실이 있다. 이곳에서는 진한 향기를 풍기는 식물들이 식재돼 있다. 5월경 상큼한 향을 풍기는 하귤, 초여름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를 풍기는 꽃치자, 만 리까지 향이 간다고 해 ‘만리향’이라 별명 붙여진 금목서까지 만나볼 수 있다.
온실에서 나오면 텃밭정원과 약초 정원, 축제 정원, 실습 정원 등 테마정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테마정원을 지나 수풀재에는 봄의 전령사 매실나무와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 크고 화려한 꽃을 피워내는 작약, 여름의 시작을 알리며 물을 머금고 피어나는 수국이 심어져있다.
매주 월요일 휴무이며 하절기(3~10월)에는 오후 6시까지, 동절기(11~2월)에는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무료 관람.
/김다인·한동훈 기자 kdi@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 담양군 봉산면의 6000평 규모 정원 죽화경에는 400여 종의 식물이 혼식 기법으로 심어져 있다. |
죽화경의 풍경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정돈된 정원과는 결이 다르다. 구획을 나누어 줄지어 심는 일반적인 식재 방식 대신 서로 다른 식물들이 자연스럽게 뒤엉켜 자라는 ‘혼식’ 기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교목 59종과 관목 260종 등 총 400여 종의 식물이 서로의 어깨를 기대며 자란다.
그가 정원 조성을 결심한 계기는 중학생 시절 선진국에서 열린 정원박람회에 다녀오면서다. 그는 박람회 방문 이후 한국의 정원은 고작 초가집과 장독대로만 묘사된 것을 보면서 큰 충격과 실망에 빠졌다.
![]() 죽화경에 식재된 야생초가 초겨울 햇빛에 반짝이고 있다. |
청년이었던 그는 어느덧 머리가 희끗한 60대가 되었지만, 2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정원이라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왔다. 꿈꾸던 대로 그는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정원 디자이너로 선정됐으며, 중국 정원엑스포에도 참여해 한국 정원의 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4월부터 11월까지 1년 365일 중 220일만 문을 연다는 이곳에는 매년 2만 5000명의 방문객들이 찾는다.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는 데이지와 장미가 주인공이다. 순백의 데이지가 바닥을 수놓고, 그 위로 붉은 장미가 대나무 기둥을 타고 오르는 풍경은 황홀경 그 자체다. 곧게 뻗은 대나무의 절개와 화려한 장미의 열정이 대비를 이루며 묘한 긴장감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는 유럽 수국축제가 열린다.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동면에 들어간다.
◇달빛여행정원
![]() 하늘에서 바라본 달빛예술정원의 모습. 1300여 평 규모로 테마별 이야기가 다양하다. |
정원에 들어서기 전 건물 입구에는 중년 남성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종배 총감독이 사진작가이자 정원지기인 라규채 대표를 그려낸 작품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족’을 테마로 꾸민 마당이 한 눈에 들어온다. 1300여 평 규모로, 결혼 42년차를 맞은 부부의 사랑이 엿보인다. 입구에는 아내와 닮은 조각상을 경매장에서 보자마자 구매한 작품, 돼지띠 부부가 환갑을 기념해 설치한 마주보는 돼지 조각상, 손녀를 그리며 구매한 조각상이 설치돼 있다.
![]() 달빛예술정원 메인 가족 정원을 지나면 곳곳에 마련된 작은 돌담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
정원 관람료는 8000원, 관람료에는 음료가 포함돼 있다. 음료는 2층 카페에서 즐길 수 있다. 대표 메뉴는 대추차이며 생강차, 오미자차, 매실차와 유자차, 꽃차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검이블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삼국사기 백제본기 속 백제미를 표현하는 말이다. 달빛여행정원은 소박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정원을 꿈꾼다.
◇국립정원문화원
![]() 국립정원문화원은 2만 2000여 평 규모로 지난해 9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
정원문화원은 방문자 센터(행정동), 갤러리 온실, 수풀재(한옥 쉼터), 정원 누리관(교육연수동), 야외정원(4개 지구, 15개 주제정원)으로 조성돼 있다. 방문자 센터 1층에는 실내정원과 강의실, 카페, 정원 도서관 등이 있으며 2층은 직원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립정원문화원은 생활정원 지구, 문화정원 지구, 소재정원 지구, K정원 지구 등 크게 4개로 나뉜다. 지구별로 테마에 맞는 정원이 크고 작게 꾸며져 있다.
![]() 국립정원문화원 갤러리 온실. |
온실에서 나오면 텃밭정원과 약초 정원, 축제 정원, 실습 정원 등 테마정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테마정원을 지나 수풀재에는 봄의 전령사 매실나무와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 크고 화려한 꽃을 피워내는 작약, 여름의 시작을 알리며 물을 머금고 피어나는 수국이 심어져있다.
매주 월요일 휴무이며 하절기(3~10월)에는 오후 6시까지, 동절기(11~2월)에는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무료 관람.
/김다인·한동훈 기자 kdi@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