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발레, 인문학으로 춤추다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발레, 미술관에 가다, 한지영 지음
![]() ‘발레’ (1910) 세르게이 수데이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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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4세는 춤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오전에 승마 훈련을 마친 뒤에는 발레 수업을 받았다.
발끝부터 머리까지 휘황한 금빛은 왕의 위엄을 드러내지만 한편으로는 예술적 분위기를 환기한다. 얼핏 보기에 세련된 여자 무용수의 프로패셔널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포즈가 기막힌 예술의 한 장면이다. 몸은 대각선 방향으로 틀어져 있고 사선으로 내뻩은 한쪽 발은 금방이라도 발레의 동작을 취할 듯한 분위기다. 당당하면서도 권위가 느껴지는 정지된 장면은 왕이라는 존재가 발현하는 통치력, 발레가 환기하는 예술적 미가 정교하게 결합돼 있다.
사실 발레는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예술이다. 동작도 그렇고 복장, 시선, 손동작에 이르기까지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사뭇 ‘부담스러운’ 장르다. 그럼에도 점차 발레는 대중들에게 친숙한 예술로 자리매김을 해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TV 프로 ‘스테이지 파이터’(스테파)에 출연한 발레리노들의 역동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동작과 기품있는 자세 등은 시청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다른 무엇보다 책은 제목부터 인상적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발레를 의인화해 생동감을 부여할 뿐 아니라 마치 발레가 독자들을 초청하는 것과 같은 형식을 취했다. 발레에 이끌려 미술 작품을 관람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미술이라는 예술 장르에 담긴 발레의 역사, 문화, 사회 등이 다채롭게 엮여 있다.
저자는 15개 키워드를 그림에 결부시켜 인문학적 시선으로 발레를 들여다본다. 독자들이 익히 아는 ‘백조의 호수’, ‘지젤’ 같은 작품도 있고 안나 파블로바와 바츨라프 니진스키 등 불세출의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를 소개하는 부분도 있다.
‘발레리나의 화가’ 에드가르 드가를 비롯해 툴루즈 로트레크, 에두아르 마네 같은 화가들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에서 보듯 발레에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
책의 구성도 발레 작품의 형식을 차용했다. 발레가 2막으로 이루어져 있듯 책 또한 2개의 장으로 구조화돼 있는 것이다.
먼저 1막 ‘무대가 열리다’는 발레의 시작부터 예술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기까지를 다룬다. ‘발레의 어머니’ 카트린 드 메디치의 기복이 심했던 드라마틱한 삶, 최초 발레로 평가받는 ‘왕비의 코미크 발레’ 등 발레에 드리워진 다채로운 내용들을 만난다. 러시아 제국의 개혁이 파생한 고전 발레의 계통, 작품들의 나오기까지의 감춰진 이야기들도 펼쳐진다.
발레와 무대 위 이야기를 초점화한 2막 ‘별들이 춤추다’는 스타 무용수와 익명의 무용수들 이야기를 포괄한다. 천재 안무가를 비롯해 발레에 투영된 동양문화까지 아우르고 있어 지적 호기심까지 충족시킨다. 군무에 대한 저자의 애정은 특별하다. 조화와 균형, 통일을 위해 흘리는 땀과 눈물은 발레를 새롭게 보게 하는 기제다. ‘돈키호테’의 스페인 춤, ‘호두까기 인형’의 캐릭터 댄스 등 발레를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는 요소들은 인문학 교양서로서 흥미로운 사유를 제공한다.
<북피움·2만6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