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미래, ‘생태 문화 전환’이 답하다 - 오치옥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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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미래, ‘생태 문화 전환’이 답하다 - 오치옥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부원장
2025년 11월 28일(금) 00:20
가을의 햇살이 부드럽게 감싸지만 광주는 계절 변화와 함께 도시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올 여름 폭염과 집중호우는 더 이상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광주는 물길 순환이 끊기고 열섬 현상이 심해졌다. 비가 오면 도로는 금세 잠기고 복개된 하천은 기능을 잃었다. 시민들이 걷고 쉴 수 있는 그늘과 바람이 통할 길도 부족하다. 지금 광주에는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전환이 필요하다.

해법은 하천, 녹지, 문화로 도시 전체를 잇는 새로운 길에서 찾아야 한다. 전국 대표 걷기길처럼 광주 순환길은 도시 한 바퀴를 잇는 산책로이자 일상과 쉼, 체험이 만나는 광주만의 생태·문화길을 지향한다. 동서남북을 잇는 세 축을 엮어 도시 생태 흐름을 회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첫째, 광주역과 송정역을 잇는 철도길은 단계적으로 보행과 자전거 중심의 녹색길로 전환하여 끊긴 구간을 이어준다. 둘째, 복개된 하천을 열고 수변길, 바람길을 복원한다. 셋째, 문화와 관광 거점을 이 순환길에 연결해 시민과 관광객이 머무는 생태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킨다.

순환길이 완성되면 시민은 10분 안에 공원과 하천, 문화공간에 접근 가능하다. 하천 복원은 침수 위험을 줄이고 도시 열기를 완화하며 녹지는 그늘과 보행 환경을 개선한다. 문화, 관광 활성화는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도시의 안전, 건강, 활력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지속가능한 구조가 마련되는 것이다. 아울러 친환경 기술과 스마트 도시 관리도 도입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한다.

하천기후 적응 길에서는 광주천과 용봉천 등 복개 구간을 단계적으로 개방해 물길을 되살린다. 완만한 유속 조절과 임시 저류지 확보로 폭우 피해를 줄이고 수변 숲과 그늘길을 만들어 도심 열기를 낮춘다. 유모차,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는 무장애 수변길과 야간 안전조명으로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생활녹지 순환길은 철도 부지를 녹지보행길로 바꿔 공원과 생활거점을 잇는다. 도보 10분 이내에 공원 접근성을 높여 시민 휴식과 여가를 지원한다. 주민들이 산책하고 운동할 수 있는 쾌적한 녹지 공간을 확충해 도심 속에서 자연을 체감하게 한다. 광주공항 이전 부지는 대규모 숲공원으로, 유휴지는 소공원으로 전환하며 새로 조성된 공원들은 연결해 촘촘한 녹색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문화관광 길은 아시아문화전당, 동명동, 양림동을 중심으로 하고 다른 순환길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지역 예술가, 청년 창작자,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축제와 이벤트가 곳곳에서 열려 도심 공원을 활기있는 머무는 공간으로 만든다. 이 순환길은 무등산권, 광주천, 중앙근린공원 등 광주 내 주요 생태 공간과 연결되어 자연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 경관을 완성한다.

순환길 곳곳에는 캐노피형 태양광, 스마트 안내판 등 친환경 시설이 고르게 배치된다. 태양광 캐노피는 그늘과 휴식 공간을 제공하며 생산된 전력은 공원 관리와 지역 공동체, 에너지복지에 활용된다. 저영향 개발 원칙에 기반한 자연친화적 설계는 도시 환경 부담을 줄이고 광주 순환길을 지속 가능한 도시 모델로 자리잡게 한다.

이 세 길은 각각 독립된 사업이 아니라 도시를 하나로 묶는 순환길로 작동한다. 끊긴 보행 동선을 잇고 생활권 진입부 간격을 고르게 배치한다. 도보 10분 공원 접근을 설계 기준으로 삼아 공간 형평성을 높인다. 생활 취약 지역부터 미니파크와 그늘 시설, 무장애 설계를 배치하고 대중교통과 연계한다.

작은 시범 사업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단기에는 침수 취약 하천 일부를 시범 복원하고 광주역과 송정역 단절 구간을 임시 보행로로 연결해 시민이 변화를 체감하게 한다. 중기에는 생활거점을 잇는 보행길을 확장하고 장기적으로 하천, 녹지, 문화를 아우르는 종합계획으로 발전시켜 예산과 거버넌스를 통합해 일관된 추진력을 확보한다.

정책 실현의 관건은 시민 참여와 데이터 투명성 강화다. 체감온도, 침수면적, 공원접근율, 보행·자전거 이용률, 관광 방문율 등을 공유하며 시민 제안, 피드백을 반영하는 순환형 정책 구조를 갖추면 광주는 시민과 함께 성장하는 참여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기후위기의 시대, 광주가 걸을 길은 분명하다. 시민이 걷고 쉬며 머무는 시간이 바로 광주의 미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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