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가을 축제’, 광주를 물들이다 - 박지현 문화토리 대표
![]() |
지난 10월 22일 프랑스 낭트 신문에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낭트의 오미자 레스토랑 미슐랭 원스타 셰프 로맹 보네가 한국에서 며칠을 보냈다. 그는 프랑스 요리에 필수적인 한국적 감성을 더해 소개했다. 한국식 만두에 나주 남파고택의 장조림을 찢어 넣고 레드와인 소스를 곁들인 요리, 김치와 김칫국물을 곁들인 홍합 요리, 솔방울 향을 입힌 고등어 요리, 그리고 삶은 나주 배에 종갓집 된장을 넣은 초콜릿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중략) 이번 방문으로 그는 몇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몇 주 후면 그의 레스토랑 메뉴에 호박김치가 등장할 예정이다.”
축제가 끝나고 돌아가는 그의 짐에는 고춧가루와 액젓, 참기름이 가득했다. 짐 무게가 초과되어 추가 요금을 냈지만 그는 웃으며 떠났다. 지원이 넉넉지 않아 걱정도 많았지만, 이번 교류는 분명 성공이었다. 그 성공은 숫자가 아닌, 마음에 남은 온기로 증명된다. 공간의 한계로 모든 이를 모시지 못했고, 툇마루에 앉아 공연을 보던 관객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크다. 하지만 이 작은 자리에 오신 분들이 보내준 따뜻한 찬사는 잊을 수 없다.
우리는 한불 미식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축제 마지막 날, 로망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랑받아서 행복했습니다.” 그의 눈가가 젖었다. 그는 지금도 프랑스 곳곳에서 한식의 매력을 전하며, 한국인의 따뜻함을 이야기한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그는 ‘조용한 외교관’으로 한국을 알리고 있다.
예전 내 일기장의 글귀다. “관계란 맺는 게 아니라 스며드는 것이다.” 소금물이 딱딱한 메주에 스며 된장을 만들 듯, 사람과 문화도 서로에게 배어 새로운 향을 낸다. 이번 축제의 교류가 바로 그랬다. 행사 준비 초기에 우리는 남파 고택의 씨간장과 된장, 안유성 명장의 다시마 간장과 식초를 로맹 셰프에게 보냈다. 그는 그것으로 한식을 연구했고, 그 결과 프랑스 요리인데도 우리의 입맛에 꼭 맞는 음식을 만들어냈다.
스며든 것이 비단 미식뿐일까? 영화 내내 삼인동락의 연주가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로 들리는 대사는 환상적이었다. 바로 영화와 연주가 스민 씨네콘서트! 주변의 자연과 사물의 소리와 악기들의 조합인 즉흥잼! 역시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객석에서 제시된 주제를 즉석에서 연주하는데 물소리와 돌을 비비는 소리, 콘트라베이스의 활로 거문고를 켜고 콘트라베이스는 거문고처럼 현을 뜯어 소리를 빚어냈다. 그 사이를 흐르는 피아노 연주는, 노을 지는 어반브룩의 정원을 배경으로 동서양의 경계를 넘어선 감동적인 조화였다.
100억 원이 넘게 투입된 남도 국제미식산업박람회에는 수많은 인파가 다녀갔다. 규모로는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에게는 이 작은 축제 하나가 더 깊은 여운을 남겼다. 프랑스 팀은 자비로 입국해 매일 강도 높은 노동을 소화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우리 역시 재능기부로 함께하며, 그들의 진심을 느끼고 힘을 얻었다.
제대로 된 사례를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그들의 ‘사람다움’이 이 축제를 따뜻하게 완성했다. 그러고 보니 그 따듯한 이름들을 다시 한번 불러보고 싶다. 프랑스 ‘한국의 봄’ 축제 총감독 이정주. ‘한국의 봄’ 축제의 스테판. 따뜻한 미소의 샹딸. 즉흥잼을 완성시킨 스위스 방송국 제랄드 왕 감독. 완벽한 음향의 조나단. 분위기 메이커 로망 보네 셰프. 프랑스 파인다이닝 기자 케이틀린. 프랑스 미식 기획자 구영은. 그리고 남파고택의 김선경, 어반브룩의 신윤지, K컬처국제교류센터의 최진경, 미디어창 조찬천 감독, 옥과한우촌의 김해란, 마지막으로 안유성 명장님까지.
모두의 이름으로 이 축제가 완성되었다. 화려한 지원보다, 사람의 진심이 모든 것을 이끌었고 그렇게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프랑스의 가을 축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가 천천히 스미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일기장의 일부를 다시 여기에 옮긴다.
“‘스며들 곳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딱딱한 옹기 항아리에도 바람이 스미고 알게 모르게 그 장맛까지 배니 세상에 스미지 못한 곳은 없으며, 서로 스민 그것들은 또 새로운 무언가로 탈바꿈하니, 수학 용어로 말하자면 덧셈이 아니라 곱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교류는 서로에게 곱셈이 아닐까?
“낭트의 오미자 레스토랑 미슐랭 원스타 셰프 로맹 보네가 한국에서 며칠을 보냈다. 그는 프랑스 요리에 필수적인 한국적 감성을 더해 소개했다. 한국식 만두에 나주 남파고택의 장조림을 찢어 넣고 레드와인 소스를 곁들인 요리, 김치와 김칫국물을 곁들인 홍합 요리, 솔방울 향을 입힌 고등어 요리, 그리고 삶은 나주 배에 종갓집 된장을 넣은 초콜릿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중략) 이번 방문으로 그는 몇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몇 주 후면 그의 레스토랑 메뉴에 호박김치가 등장할 예정이다.”
예전 내 일기장의 글귀다. “관계란 맺는 게 아니라 스며드는 것이다.” 소금물이 딱딱한 메주에 스며 된장을 만들 듯, 사람과 문화도 서로에게 배어 새로운 향을 낸다. 이번 축제의 교류가 바로 그랬다. 행사 준비 초기에 우리는 남파 고택의 씨간장과 된장, 안유성 명장의 다시마 간장과 식초를 로맹 셰프에게 보냈다. 그는 그것으로 한식을 연구했고, 그 결과 프랑스 요리인데도 우리의 입맛에 꼭 맞는 음식을 만들어냈다.
스며든 것이 비단 미식뿐일까? 영화 내내 삼인동락의 연주가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로 들리는 대사는 환상적이었다. 바로 영화와 연주가 스민 씨네콘서트! 주변의 자연과 사물의 소리와 악기들의 조합인 즉흥잼! 역시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객석에서 제시된 주제를 즉석에서 연주하는데 물소리와 돌을 비비는 소리, 콘트라베이스의 활로 거문고를 켜고 콘트라베이스는 거문고처럼 현을 뜯어 소리를 빚어냈다. 그 사이를 흐르는 피아노 연주는, 노을 지는 어반브룩의 정원을 배경으로 동서양의 경계를 넘어선 감동적인 조화였다.
100억 원이 넘게 투입된 남도 국제미식산업박람회에는 수많은 인파가 다녀갔다. 규모로는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에게는 이 작은 축제 하나가 더 깊은 여운을 남겼다. 프랑스 팀은 자비로 입국해 매일 강도 높은 노동을 소화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우리 역시 재능기부로 함께하며, 그들의 진심을 느끼고 힘을 얻었다.
제대로 된 사례를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그들의 ‘사람다움’이 이 축제를 따뜻하게 완성했다. 그러고 보니 그 따듯한 이름들을 다시 한번 불러보고 싶다. 프랑스 ‘한국의 봄’ 축제 총감독 이정주. ‘한국의 봄’ 축제의 스테판. 따뜻한 미소의 샹딸. 즉흥잼을 완성시킨 스위스 방송국 제랄드 왕 감독. 완벽한 음향의 조나단. 분위기 메이커 로망 보네 셰프. 프랑스 파인다이닝 기자 케이틀린. 프랑스 미식 기획자 구영은. 그리고 남파고택의 김선경, 어반브룩의 신윤지, K컬처국제교류센터의 최진경, 미디어창 조찬천 감독, 옥과한우촌의 김해란, 마지막으로 안유성 명장님까지.
모두의 이름으로 이 축제가 완성되었다. 화려한 지원보다, 사람의 진심이 모든 것을 이끌었고 그렇게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프랑스의 가을 축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가 천천히 스미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일기장의 일부를 다시 여기에 옮긴다.
“‘스며들 곳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딱딱한 옹기 항아리에도 바람이 스미고 알게 모르게 그 장맛까지 배니 세상에 스미지 못한 곳은 없으며, 서로 스민 그것들은 또 새로운 무언가로 탈바꿈하니, 수학 용어로 말하자면 덧셈이 아니라 곱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교류는 서로에게 곱셈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