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량(安興梁) -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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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량(安興梁) -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2025년 11월 17일(월) 00:20
안흥량(安興梁)은 충청남도 태안군 근흥면 안흥항 일대로 신진도와 마도를 아우른 해역을 말한다. 현재 마도해역으로 불리는 곳으로 고려, 조선시대 조운 항로이자 군사적 요충지였다. 세곡과 공납물자를 실은 조운선이 이 곳을 지나야 개경과 한양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핵심 항로였으나 최대 유속이 대조(大潮) 때 시속 4노트에 달하고, 14m가 넘는 바위와 초맥(礁脈)이 뻗어 있는 험로였다. 안흥량 일대에서 태안선, 마도 1호선, 마도 2호선, 마도 3호선 등의 고려 선박이 발굴된 이유이기도 하다.

안흥량은 본래 이름이 난행량(難行梁)이었을 정도로 악명 높았다. 무사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안행량(安行梁), 안항량(安恒梁), 안행도(安行渡) 등 평안하다는 뜻의 ‘안’(安)자가 포함된 이름으로 바꿔 불렀다. 근흥면 정죽리 지령산 일대에 안파사(安波寺)라는 절을 세운 의미도 같다. 하지만 사고가 끊이지 않아 조선 태조 4년 5월 17일에는 경상도 조운선 16척이 침몰했다. 태종 3년(1402) 5월에는 경상도 조세를 싣고 한양으로 향하던 조운선 34척이 바다에 가라앉기도 했다. 태종은 급기야 경상도 조세를 해운하는 것을 금지하고 남한강 뱃길로 운송할 것을 명했다. 안흥량을 우회하기 위해 굴포(掘浦) 운하 건설을 추진하기도 했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최근 태안 마도 4호선 선체 인양작업을 마쳤다. 2015년 발굴한 후 보호를 위해 바다에 두었던 선체를 발굴 10주년을 맞아 뭍으로 끌어올렸다. 마도 4호선은 조선시대 세곡 운반선 가운데 최초로 발굴된 실물이다. 배에서는 ‘나주광흥창’(羅州廣興倉·관료의 녹봉을 관리하던 관청)이라 새긴 목간 60여 점을 비롯해 공납용 분청사기 150여점이 발견됐다. 연구 결과 나주에서 거둬들인 세곡과 공물을 싣고 한양 광흥창으로 향하던 중 1420년께 침몰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도 4호선 인양 과정에서 또 다른 고선박 흔적이 확인돼 기대를 품게하고 있다. 고려와 조선 조정의 골칫거리였고 수많은 백성이 목숨을 잃은 마도해역이 이제는 ‘바다의 경주’로 불린다. 역사의 반전이다.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penf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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