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공간, 도시의 미래가 되다] 뮤지엄 광장을 거실처럼… 미술관 그 이상의 ‘랜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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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 도시의 미래가 되다] 뮤지엄 광장을 거실처럼… 미술관 그 이상의 ‘랜드마크’
(8) 오스트리아 비엔나 MQ
9만여평에 미술관·예술기관·레지던시 등 유치
황실 마구간서 세계 최대 복합문화단지 변신
공공벤치 ‘엔지스’, 시민들 만남의 광장 역할
비엔나 대표 국립미술관 ‘레오폴드 미술관’
세계 최대 에곤 실레 컬렉션 소장 ‘MQ 얼굴’
무목 미술관, 유럽 최고 현대미술 걸작들 소장
2025년 11월 02일(일) 19:15
에곤 실레의 대표작인 ‘중국식 랜턴과 자화상’(Self-Portrait with Chinese Lantern Plant, 왼쪽)과 ‘발리 노이칠의 초상화’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비엔나는 로망의 도시다. 예술애호가에게는 클림트의 ‘키스’(벨베데레궁전 소장)를, 클래식 마니아에게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자들에게는 왈츠와 비엔나 커피를 즐길 수 있고,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는 휴식을 취할 공원이 많은 녹색도시이다.

지난 2001년 비엔나 도심에 들어선 ‘박물관지구’(Museum Quartier)는 문화도시로의 정점을 찍었다. 비엔나 시민들을 위해 9만 여 평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문화벨트를 탄생시킨 것이다. 비엔나 예술사박물관, 마리아 테레지아광장과 인접한 뮤지엄광장(Museumsplatz)에 10개의 미술관을 포함한 50여 개의 문화예술기관, 카페, 레지던시들을 유치해 1년 365일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하철을 타고 뮤지엄 광장역에 내리면 355m 길이의, 세계에서 가장 긴 파사드가 나온다. 빨간색 바탕에 흰색으로 ‘MQ’가 선명이 적힌 문패를 달고 있는 파사드 외벽은 바로크 양식의 우아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녹색으로 마감된 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면 바깥 세상과는 다른 모던한 분위기의 건축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깔끔하게 단장된 정원을 사이에 두고 레오폴드 미술관(Leopold Museum)과 무목 미술관(Mumok), 쿤스트할레((Kunsthalle), 어린이미술관(ZOOM kindermuseum), 건축박물관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현대적인 건축미를 자랑하는 미술관과 바로크 건축양식이 공존하는 이 곳은 원래 황실 마구간으로 쓰였던 자리로, 비엔나시는 장소가 지닌 상징성을 보존하기 위해 1998년부터 2001년 개관까지 1500만유로(한화 약 220억원)를 들여 리모델링했다. 수많은 문화시설 가운데 인상적인 건, 이들 건축물 앞에 듬성 듬성 놓인 수십 여 개의 공공벤치다. 일명 ‘엔지스’(Enzis)로 불리는 초록색 의자에는 앉아서 책을 읽거나 누운채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MQ의 아이콘이자 비엔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은 엔지스 의자.






엔지스는 지난 2002년 MQ의 제안을 받아 비엔나 건축 회사인 PPAG가 폴리에틸렌을 소재로 제작한 플라스틱 의자다. 매년 봄~가을 시즌에 야외 광장에 설치되는 엔지스는 가볍고 편안한 벤치라는 호평이 이어지면서 빨강색,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20여 년 동안 비엔나 시민들의 만남의 광장 역할을 했다. MQ가 ‘비엔나의 야외 거실’이라고 불리게 된 건 그 때문이다.

사실, MQ가 시민들의 문화놀이터로 변신하기까지에는 지난한 논의의 과정이 있었다. 1700년대의 바로크 시대의 유산인 마구간이 1차 세계대전이후 도심의 공터로 방치되자 활용방안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초기엔 쇼핑몰 등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소비지향적인 공간으로 꾸미자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하지만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등을 배출한 문화도시에 걸맞는 거점공간으로 키우자는 주장이 탄력을 받으면서 지금의 MQ가 들어서게 됐다.

MQ의 문화시설 가운데 대표적인 곳은 레오폴드 미술관과 무목미술관이다. 특히 레오폴드 미술관은 MQ의 ‘얼굴’로, 비엔나를 대표하는 국립미술관이자 세계 최대의 에곤 실레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다. 지난 2001년 오스트리아의 큰손 루돌프 레오폴트(Rudolf Leopold, 1925~2010)와 부인 엘리자베스 레오폴트(Elisabeth Leopold)가 50년 동안 수집한 컬렉션을 모태로 설립됐다. 6000여 점에 달하는 컬렉션 가운데 상당수가 오스트리아 작가들의 작품으로 오스트리아 정부가 일부 현대미술 작품을 구입한 후 레오폴드 미술관 재단으로 전환해 문을 열었다.

지난 2001년 문을 연 MQ는 9만 여평의 면적에 50여 개의 문화예술기관과 카페 등이 들어선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단지다. <MQ 제공>






건축가 로리드 오르트너(Laurids Ortner)와 만프레드 오르트너(Manfred Ortner)가 설계한 미술관은 다뉴브강의 대리석으로 지어진 정육면체형의 건축물이다. 에곤 실레, 구스타프 클림트, 오스카 코코슈카, 리하르트 게르스틀 등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오스트리아 빈 분리파, 아르누보·쥬겐스틸, 표현주의 작가들의 작품들이 소장돼 있다.

특히 220여 점에 달하는 천재 화가 에곤 실레의 컬렉션은 미술관의 품격을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다. 에곤 실레는 다른 작가들에 비해 본인의 욕망과 고뇌에 집중해 억압받지 않는 예술을 표방했다. 1900년대 누드화가 금기시되던 풍조에 반항하듯 독특한 필치의 누드화로 ‘에곤 실레’만의 에로티시즘을 구현했다.

MQ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미술관은 바로 무목(Mumok)이다. 세계적인 컬렉터인 루드비히 재단의 지원으로 지난 2001년 세상에 나온 무목미술관은 20~21세기 현대미술의 걸작들을 소장하고 있는 유럽 최고의 현대미술관이다.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에서부터 클래스 올덴버그, 파블로 피카소, 오노 요코, 게리하르트 리히터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레전드들이다. 소장작가만 1600여 명에 이르고 작품도 회화에서부터 조각, 설치, 드로잉, 그래픽, 포토, 비디어, 영화, 건축모형, 가구 등 1만 여점이나 된다.

비엔나 뮤지엄 콰르티에(MQ)의 대표적인 공간인 ‘무목(Mumok)’ 미술관.






특히 무목미술관은 멀리서도 독보적인 외관을 뽐내는 외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사각형의 지어진 건축물 역시 로리드 오르트너& 만프레드 오르트너가 설계한 것으로, 검회색 화산암과 둥근 지붕이 특징이다. 전시면적만 1302평에 달하는 미술관은 7개층에 걸쳐 역동적인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를 꾸민다. 지붕을 통해 실내로 들어오는 자연채광과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창문은 그 자체만으로 예술작품이다.

뭐니뭐니해도 MQ의 진가는 계절의 변화에 맞춰 펼쳐지는 다양한 시즌프로그램과 이벤트에서 나온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열리는 ‘MQ에서 겨울을’(Winter at MQ)이 대표적으로, 빙상에서 컬링을 타거나 엔지스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는 힐링의 시간이다. 또한 봄 시즌의 미니골프 놀이인 ‘MQ 아모레’, 여름 시즌의 ‘MQ 섬머 스테이지’ 등도 시민들에게 인기가 많다.

MQ의 홍보&이벤트 매니저인 소피 샤베츠베어거는 “MQ는 문도 없고 장애물도 없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면서 “MQ의 마스코트인 엔지스와 카페, 레스토랑 등은 비엔나 시민들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놀이터”라고 말했다.

/비엔나=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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