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에 사라지는 건 바다 속 생물만이 아니다
섬이 위험하다 <2> 사라지는 섬 문화
전남 277개 유인섬 인구감소에
고유의 풍습·역사도 사라질 위기
정부·지자체 함께 보전 방안 마련
전남 277개 유인섬 인구감소에
고유의 풍습·역사도 사라질 위기
정부·지자체 함께 보전 방안 마련
![]() 바다를 생계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은 만선과 뱃사람들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풍어제를 지낸다. 거문도에서는 마을마다 해온 풍어제, 고두리 영감제, 거북제, 용왕제 등을 매년 음력 4월 15일 한 날에 지내고 있다.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송기태 교수 제공> |
#흑산도에서는 주낙(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낚싯바늘을 달아 물속에 늘어뜨려 고기를 잡는 어구)으로 홍어를 잡는다. 홍어의 서식지와 조류의 방향을 잘 아는 지역 어업인들이 홍어가 잘 다니는 길목에 놓는 생태친화적 전통 어업이다. 그물로 고기를 잡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물고기까지 끌어가는 혼획도 없다. 미끼도 사용하지 않아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는다. 낚싯바늘도 미늘(낚시 끝의 안쪽에 있는 작은 갈고리)이 없다.
정부는 최소 2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흑산도 홍어잡이’를 고유의 어업자산을 보전·관리하기 위해 지난 2021년 국가중요어업유산(제 11호)으로 지정했다. 올해 흑산도 내 전체 홍어잡이선(20t급 이상)은 총 7척. 이들 배에서 일하는 선원 36명은 모두 외국인이다.
어민 이상수(61)씨는 “이제 나이가 들면 누구한테 물려줘야하나 고민을 하는 어민들이 적지 않은데, 후계자도 없고 바다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넓은 바다’를 앞마당 삼아 억척스럽게 살아온 섬 사람들이 비좁은 땅을 떠나 하나둘 뭍으로 밀려나면서 섬마다 일궈온 주민들의 독특한 섬 문화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정부와 전남도 등은 K-관광섬, 가고싶은 섬, 작은 섬 공도(空島) 방지, 섬 코디네이터 양성 등의 정책을 펼치며 지속가능한 섬 개발·보전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지만 힘이 부치는 모양새다. 이대로라면 저절로 섬이 비워져 무인도로 전락할 섬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김권식 흑산도 예리어촌계장은 “지금 흑산도에는 힘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외국인들이 아니면 바다 일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남 곳곳의 섬마다 고유한 문화와 생태, 환경을 개발·보전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가는 이유다.
◇밀려나는 주민들, 사라지는 섬 문화=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와 더딘 섬 활성화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섬 인구도 갈수록 감소세다.
신안군수협의 흑산홍어 위판량은 2023년만 해도 452t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419t에 불과했다. 기후변화로 바다 온도가 오르면서 이제 전북 군산 어청도 인근까지 올라가야 할 정도로 어획량이 줄었다.
신안군 흑산항에서 만난 홍어잡이 어민들은 “과거에 비해 바다 온도가 올라 흑산도 주변에서 홍어 잡기가 수월하지 않다”면서 “올해도 서해 수온이 워낙 높아 흑산도 인근에 홍어가 나오지 않아 멀리 나가야 한다”고 했다.
서해 바다 표층 온도는 25년 전인 2000년 서해 바다 표층 온도는 15.43도였다. 지구 온난화로 뜨거워지면서 2021년엔 16.12도까지 올랐고 지난해에는 17.12도를 기록했다.
남해바다도 뜨거워졌다. 25년 전 남해바다 표층 수온은 18.49도였는데, 지난해 20도(20.26도)를 넘어섰고 올해도 0.55도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연근해어업 생산량의 경우 1980년대(1980~1989년)151만t 수준에서 2000년대(2000~2009년) 116만t으로 급격히 줄었고 최근 2020년대(2020~2024년) 91만t으로 지속적 감소 추세라는 게 국립수산과학원 분석이다.
“홍어잡이가 섬의 생업인데, 이대로 가다간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바다에서 잡히는 게 없는데 전통 어업 방식을 배울 어민들이 남아있을 수 있을까. 여기에 살겠다고 들어오는 사람도 없고 고령화까지 심해지니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10년 전(2015년)만 해도 2075명이던 흑산도 인구는 3년 만에 1987명으로 떨어졌고 1898명(2020년), 1764명(2021년), 1691명(2024년) 등 해마다 100명씩 줄어드는 추세다.
흑산도 뿐 아니다. 여수 거문도 인구도 679명(2015년)에서 어느새 477명(2024년)으로 쪼그라들었다. 자연스럽게 거문도 6개 마을에서 했던 풍어제·고두리 영감제(덕촌마을)·거북제(변촌마을)·용왕제(죽촌마을)·풍어제(거문마을)는 한꺼번에 치러지고 있다. 그나마 거문도수협이 주도해서 치르면서 인구 감소에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진도 관매도 인구도 239명(2015년)에서 180명(2024년)으로 내려앉았다. 관매도 해변을 비롯, 방아섬(남근바위), 돌묘와 꽁돌, 할미중드랭이굴, 하늘다리, 서들바굴 폭포, 다리여, 하늘담(벼락바위) 등 관매 8경에 얽힌 전설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들을 수 있는 날도 머지 않았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전남 섬 인구도 지난 2005년 20만772명으로, 20만명을 간신히 유지했다가 지난해 말 15만 5929명으로 줄었다.
전국 섬 인구도 81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 ‘나의 섬을 기억해’=기후 위기 속 섬만이 가진 독특함과 아름다움을 보전·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이 없는 건 아니다.
전남문화재단이 지난 5월 전남 섬 문화다양성 행사로 마련한 ‘나의 섬을 기억해!’전은 섬의 위기 속에 섬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찾아 즐길 수 있도록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행사로 꼽힌다.
부족한 물과 식량에 쪼들리고 열악한 기반시설에 힘들어하면서 자식들을 뭍으로 내보내면서도 악착같이 바다를 생계의 터전으로 삼아 버텨온 섬 주민들이 만들어낸 고유한 풍습, 역사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였다.
사라져갈 지 모르는 277개 유인섬을 모두 그려 넣은 전시 패널과 티셔츠 뿐 아니라 뭍에서는 거의 사라졌던 당제(堂祭), 풍장(風葬)의 또다른 형식인 초빈(草殯), 돌담 문화 등에 대한 기록과 사진 등이 전시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진도 고유의 장래문화인 다시래기도 소개됐다. 국가무형문화재(제 81호)인 다시래기는 마을 상여꾼들이 상제를 위로하고 죽은 자의 극락왕생을 축원하기 위해 펼친 상여놀이다.
내년 열리는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도 육지와 단절된 섬에 대한 경제·환경·역사·문화적 가치를 조명하면서 다양한 섬의 특성을 담아 꿈과 희망이 담긴 섬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자리다.
여수세계섬박람회조직위원회 관계자는 “기후 위기 최전선에 놓인 섬의 지속가능한 보전·개발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전남 2165개의 의 섬과 바다를 무대 삼아 섬의 가치를 새롭게 제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이 기사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관한 지역신문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기사입니다. 이 사업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실시됩니다.
어민 이상수(61)씨는 “이제 나이가 들면 누구한테 물려줘야하나 고민을 하는 어민들이 적지 않은데, 후계자도 없고 바다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전남도 등은 K-관광섬, 가고싶은 섬, 작은 섬 공도(空島) 방지, 섬 코디네이터 양성 등의 정책을 펼치며 지속가능한 섬 개발·보전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지만 힘이 부치는 모양새다. 이대로라면 저절로 섬이 비워져 무인도로 전락할 섬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김권식 흑산도 예리어촌계장은 “지금 흑산도에는 힘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외국인들이 아니면 바다 일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남 곳곳의 섬마다 고유한 문화와 생태, 환경을 개발·보전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가는 이유다.
![]() 1964년 흑산도 예리에서 열린 유랑 해상시장 ‘파시’. <신안군 제공> |
신안군수협의 흑산홍어 위판량은 2023년만 해도 452t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419t에 불과했다. 기후변화로 바다 온도가 오르면서 이제 전북 군산 어청도 인근까지 올라가야 할 정도로 어획량이 줄었다.
신안군 흑산항에서 만난 홍어잡이 어민들은 “과거에 비해 바다 온도가 올라 흑산도 주변에서 홍어 잡기가 수월하지 않다”면서 “올해도 서해 수온이 워낙 높아 흑산도 인근에 홍어가 나오지 않아 멀리 나가야 한다”고 했다.
서해 바다 표층 온도는 25년 전인 2000년 서해 바다 표층 온도는 15.43도였다. 지구 온난화로 뜨거워지면서 2021년엔 16.12도까지 올랐고 지난해에는 17.12도를 기록했다.
남해바다도 뜨거워졌다. 25년 전 남해바다 표층 수온은 18.49도였는데, 지난해 20도(20.26도)를 넘어섰고 올해도 0.55도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연근해어업 생산량의 경우 1980년대(1980~1989년)151만t 수준에서 2000년대(2000~2009년) 116만t으로 급격히 줄었고 최근 2020년대(2020~2024년) 91만t으로 지속적 감소 추세라는 게 국립수산과학원 분석이다.
“홍어잡이가 섬의 생업인데, 이대로 가다간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바다에서 잡히는 게 없는데 전통 어업 방식을 배울 어민들이 남아있을 수 있을까. 여기에 살겠다고 들어오는 사람도 없고 고령화까지 심해지니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10년 전(2015년)만 해도 2075명이던 흑산도 인구는 3년 만에 1987명으로 떨어졌고 1898명(2020년), 1764명(2021년), 1691명(2024년) 등 해마다 100명씩 줄어드는 추세다.
흑산도 뿐 아니다. 여수 거문도 인구도 679명(2015년)에서 어느새 477명(2024년)으로 쪼그라들었다. 자연스럽게 거문도 6개 마을에서 했던 풍어제·고두리 영감제(덕촌마을)·거북제(변촌마을)·용왕제(죽촌마을)·풍어제(거문마을)는 한꺼번에 치러지고 있다. 그나마 거문도수협이 주도해서 치르면서 인구 감소에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진도 관매도 인구도 239명(2015년)에서 180명(2024년)으로 내려앉았다. 관매도 해변을 비롯, 방아섬(남근바위), 돌묘와 꽁돌, 할미중드랭이굴, 하늘다리, 서들바굴 폭포, 다리여, 하늘담(벼락바위) 등 관매 8경에 얽힌 전설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들을 수 있는 날도 머지 않았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전남 섬 인구도 지난 2005년 20만772명으로, 20만명을 간신히 유지했다가 지난해 말 15만 5929명으로 줄었다.
전국 섬 인구도 81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 진도 고유의 장래문화인 다시래기. 다시래기는 국가무형문화재(제 81호)로 마을 상여꾼들이 상제를 위로하고 죽은 자의 극락왕생을 축원하기 위해 펼친 상여놀이를 일컫는다.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송기태 교수 제공> |
전남문화재단이 지난 5월 전남 섬 문화다양성 행사로 마련한 ‘나의 섬을 기억해!’전은 섬의 위기 속에 섬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찾아 즐길 수 있도록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행사로 꼽힌다.
부족한 물과 식량에 쪼들리고 열악한 기반시설에 힘들어하면서 자식들을 뭍으로 내보내면서도 악착같이 바다를 생계의 터전으로 삼아 버텨온 섬 주민들이 만들어낸 고유한 풍습, 역사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였다.
사라져갈 지 모르는 277개 유인섬을 모두 그려 넣은 전시 패널과 티셔츠 뿐 아니라 뭍에서는 거의 사라졌던 당제(堂祭), 풍장(風葬)의 또다른 형식인 초빈(草殯), 돌담 문화 등에 대한 기록과 사진 등이 전시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진도 고유의 장래문화인 다시래기도 소개됐다. 국가무형문화재(제 81호)인 다시래기는 마을 상여꾼들이 상제를 위로하고 죽은 자의 극락왕생을 축원하기 위해 펼친 상여놀이다.
내년 열리는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도 육지와 단절된 섬에 대한 경제·환경·역사·문화적 가치를 조명하면서 다양한 섬의 특성을 담아 꿈과 희망이 담긴 섬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자리다.
여수세계섬박람회조직위원회 관계자는 “기후 위기 최전선에 놓인 섬의 지속가능한 보전·개발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전남 2165개의 의 섬과 바다를 무대 삼아 섬의 가치를 새롭게 제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이 기사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관한 지역신문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기사입니다. 이 사업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실시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