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면의 북중 관계 - 이남주 성공회대 인문융합자율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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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여와 북중 정상회담, 최선희 외무상의 방중과 외교장관 회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방북과 노동당 창건 행사 참여 등이 이어지며 북중관계가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북중관계의 실상을 파악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북중관계를 보는 시각은 혈맹관계와 불신에 가득 찬 관계 사이를 오가고 있다.
혈맹관계라는 인식은 주로 한국전쟁 때 북한 지원을 위해 중국이 참전한 역사와 ‘전통적 친선관계’를 앞세우는 정치적 수사에서 비롯되었다. 북중관계는 ‘동지+형제’로 설명되기도 하는데, 현실은 이와 다소 거리가 있다. 냉전 시기에도 북중관계는 적지 않은 부침을 겪었고, 1992년 한중수교는 북중관계도 국가이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결정적으로 보여주었다. 한중수교 이후 북한과 중국은 각각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상충하기까지 하는 국가전략을 추구했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면서 한국과 미국에서는 중국을 통해 북한의 행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는 줄어들고 오히려 북중협력의 가능성을 평가절하하는 인식이 더 지배적으로 되었다. 최근 북중관계 변화에 대해서도 양자 사이의 균열 요인을 주목하는 보도가 많다.
북한과 중국의 국가이익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깝게 수렴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안이한 정세판단이다. 또 북중관계의 변화와 관련해 북중협력의 내용보다 경주 APEC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동 가능성 등 3자 요인을 더 주목하는 것도 문제이다.
지금까지 협력적 관계를 과시하는 정치적 수사가 안정적 양자관계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한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경제협력의 지체이었다. 중국에게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경제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었고 북한은 중국 경제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우려했기 때문에 경제협력의 진전이 어려웠다.
북한은 경제 분야에서 미국, 한국, 일본 등과의 관계에 더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으로 중국에게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증가하고, 북한도 점차 미국이나 한국과의 관계보다 북중관계 발전을 통해 새로운 발전 및 안보 공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북러관계에서 이미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중국측 발표에 따르면 9월 28일 북중 외무장관 회담에서 최선희는 “전략소통을 강화하고 우호왕래를 증진하고, ‘실질적인 협조’를 심화해 조중관계가 새롭고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도록 추동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10월 1일 최선희가 왕이에게 보낸 축전에서는 “이번 중국방문시 두 나라 최고령도자동지들께서 이룩하신 합의를 철저히 리행하며 조중사이의 친선적인 래왕과 실질적인 협조를 추동하기 위한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중요한 견해일치를 이룩한데 대하여 기쁘게 생각한다”고 외교장관 회담을 평가했다. 북중대화에서 실질적인 협조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북측이 이에 적극적 태도를 보인 사례는 흔치 않다. 북측이 이 회담에 11명이나 참여한 것도 이 주장이 수사만은 아니라는 점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외교부 대변인 때 전랑외교의 상징적 존재였다가 ‘변계와 해양 사무사’ 부사장으로 자리를 이동했던 자오리젠의 배석을 두만강 유역 개발 계획과 연관시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동해로의 출항권 확보가 숙원 과제라는 점에서 이 해석은 중국의 희망사항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두만강 유역 개발 계획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의 태도에 따라서는 관련 협력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이미 큰 진전을 보이고 있는 중러협력과 북러협력에 이어 북중협력이 실질적 진전을 이루게 되면, 북중러 삼각협력이 본격화될 수 있다.
지금 북중관계는 미국 등 3자의 영향을 많이 받던 상황에서 독자적 동력에 기초해 진전하는 국면으로 진입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할 수도 있지만 북방경제권은 한국에게도 새로운 발전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동북아 차원에서 새로운 협력 구도를 만들어갈 때 남북 대화와 협력이 재개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정세 변화를 반영한 동북아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협력적 관계를 과시하는 정치적 수사가 안정적 양자관계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한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경제협력의 지체이었다. 중국에게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경제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었고 북한은 중국 경제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우려했기 때문에 경제협력의 진전이 어려웠다.
북한은 경제 분야에서 미국, 한국, 일본 등과의 관계에 더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으로 중국에게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증가하고, 북한도 점차 미국이나 한국과의 관계보다 북중관계 발전을 통해 새로운 발전 및 안보 공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북러관계에서 이미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중국측 발표에 따르면 9월 28일 북중 외무장관 회담에서 최선희는 “전략소통을 강화하고 우호왕래를 증진하고, ‘실질적인 협조’를 심화해 조중관계가 새롭고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도록 추동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10월 1일 최선희가 왕이에게 보낸 축전에서는 “이번 중국방문시 두 나라 최고령도자동지들께서 이룩하신 합의를 철저히 리행하며 조중사이의 친선적인 래왕과 실질적인 협조를 추동하기 위한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중요한 견해일치를 이룩한데 대하여 기쁘게 생각한다”고 외교장관 회담을 평가했다. 북중대화에서 실질적인 협조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북측이 이에 적극적 태도를 보인 사례는 흔치 않다. 북측이 이 회담에 11명이나 참여한 것도 이 주장이 수사만은 아니라는 점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외교부 대변인 때 전랑외교의 상징적 존재였다가 ‘변계와 해양 사무사’ 부사장으로 자리를 이동했던 자오리젠의 배석을 두만강 유역 개발 계획과 연관시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동해로의 출항권 확보가 숙원 과제라는 점에서 이 해석은 중국의 희망사항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두만강 유역 개발 계획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의 태도에 따라서는 관련 협력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이미 큰 진전을 보이고 있는 중러협력과 북러협력에 이어 북중협력이 실질적 진전을 이루게 되면, 북중러 삼각협력이 본격화될 수 있다.
지금 북중관계는 미국 등 3자의 영향을 많이 받던 상황에서 독자적 동력에 기초해 진전하는 국면으로 진입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할 수도 있지만 북방경제권은 한국에게도 새로운 발전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동북아 차원에서 새로운 협력 구도를 만들어갈 때 남북 대화와 협력이 재개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정세 변화를 반영한 동북아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