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 따라 흐르는 인생의 이치…수필·시조에 담다
  전체메뉴
순리 따라 흐르는 인생의 이치…수필·시조에 담다
낙엽은 져서 지는 게 아니다 - 유헌 지음
2025년 09월 18일(목) 21:00
장흥 회진포구 선학동에서 태어나 강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반세기 타지를 떠돌다 월출산 천왕봉 아래 강진달빛한옥마을에 정착했다.

유헌 시인의 이야기이다. 태어난 곳은 말 그대로 문기가 물씬 배어나오는 장흥 선학동이다. 이청준의 소설 무대이기도 한 공간이 유헌 시인의 탯자리였다는 것은 태생적으로 문인이 될 운명을 타고 났다는 얘기로 들린다. 유 시인은 ‘한국수필’ 신인상, ‘月刊文學’ 시조 신인상,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등을 계기로 창작활동을 이어왔다.

한국 문학사에서 장흥은 기라성 같은 문인을 배출한 고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 고장에서도 가장 문학적인 ‘선학동’에서 태어난 유 시인의 가슴에는 늘 문학에 대한 열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에 그가 펴낸 ‘낙엽은 져서 지는 게 아니다’는 사뭇 시적인 제목의 작품집이다. ‘시조에세이’라는 부제가 말해두듯, 수필에도 운율을 가미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그간 시조와 수필을 각각 발표해 왔지만 이번 수필집에 그들을 한데 모았다”며 “시조와 수필이 만났다”는 말에서 이번 작품집의 성격과 의미가 가늠된다.

책은 모두 6부로 구성돼 있다. ‘말 그리고 말’, ‘별을 읽는 밤’, ‘양말을 대하는 태도에 관하여’, ‘노을의 노래’, ‘무인기에는 귀가 없다’, ‘오래된 시간 속으로’ 등이다.

표제 작품 ‘낙엽은 져서 지는 게 아니다’는 순리에 따른 변화를 매개로 인생을 성찰하는 글이다. 이맘때면 느낄 수 있는 세상의 이치, 삶의 덧없음 등을 저자는 특유의 울림이 있는 문체로 풀어낸다. 계절의 순환이 나의 순환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식은 세상에 대한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한다.

작가는 말한다. 낙엽은 경쟁에서 지는 것이 아니라고. 다시 말해 한 철을 열심히 살다가 노을처럼 붉게 물들이다 무대 뒤편으로 사라져 간다는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세상 모든 만물이 다 정한 때가 있어 궁극에 도달하게 되는 것은 정한 이치다.

벌써부터 낙엽들이 한 잎, 두 잎 떨어지고 있다. 한 여름 절정을 향해 치닫던 나무들이 바야흐로 쉼의 계절에 들어서는 것이다. 나무는 바로 우리들의 삶이라는 것을, 저자는 나지막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시산맥·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