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꿈꾸는 사람이다 - 임몽택 미네르바 코칭앤컨설팅 대표, 전 광주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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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꿈꾸는 사람이다 - 임몽택 미네르바 코칭앤컨설팅 대표, 전 광주대 경영학과 교수
2025년 08월 18일(월) 00:00
셰익스피어의 희곡 ‘아테네의 타이먼’에서 타이먼은 황금을 손에 들고 외친다. “오, 세상 군왕들도 죽음으로 몰아넣는 사랑스러운 살인자, 부모 자식 사이도 갈라놓는 다정한 패륜아, 신성한 결혼의 침상마저 더럽히는 달콤한 배신자야! 나라와 나라 사이를 피로 물들이는 용맹한 군신아! 살짝 붉힌 뺨과 뜨거운 입김으로 눈같이 차가운 처녀의 정절을 녹여버리고 무릎을 벌리게 하는 영원불멸한 젊음의 구혼자야! 너 눈에 보이는 신이여! 물신이여! 너는 결코 합쳐질 수 없는 것들도 서로 입 맞추게 하고 어떤 부당한 목적도 너의 화려한 능변으로 치장해 결국은 이루고 마는구나. 오, 만지기만 하면 인간의 마음을 갈대처럼 흔들어 놓는 너 영혼의 시금석아!”

시금석(試金石). 본뜻은 귀금속의 순도를 판정하는 데 쓰는 검은색의 현무암이나 규질의 암석을 말하지만 때로는 사물의 가치나 사람의 역량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만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시금석은 무엇일까? 단연 타이먼의 황금이다. 특히 사람을 평가할 때는 그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보다는 무슨 가방을 메고 다니는지, 어떤 차를 타는지, 어디에 사는지가 더 강력한 평가 기준이 된다. 따라서 한국인은 애, 어른 할 것 없이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더 많은 부를 향해 달리고 또 달린다.

달리면 모두 노력한 만큼 뜻을 이룰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현재의 경제체제 하에서는 부자들은 계속해서 부와 권력을 더 얻게 되고 가난한 사람은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존중과 성공 기회에서도 소외되는 사회적 불평등이 확대된다. 특히 젊은 세대는 지속적인 비교와 경쟁으로 불안, 우울, 열등감을 경험하면서 정신 건강과 정체성에 위기가 온다. 인간관계의 본질도 변한다. 사람들은 공감이나 진정성 대신 유용성이나 지위에 따라 서로 관계를 맺게 되며 우정이나 가족 관계조차 거래적 성격으로 변질될 수 있다.

문화적·도덕적 가치관도 무너진다. 경쟁 지향의 사회에서는 배려, 겸손, 진실성, 연대감 등이 약점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정(情)과 같은 전통적인 가치관이 사라지고 차가운 개인주의로 대체된다. 더 심각한 것은 소외와 사회적 불안이다. 주택이나 안정적 직업을 확보하지 못한 젊은 세대는 번영을 누렸던 기성세대를 원망할 수 있으며 사회시스템이 더 이상 자신의 이해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느끼면 정부에 대한 불신이나 정치적 저항을 하게 된다.

이것이 지금 혹은 가까운 미래에 한국인이 경험하게 될 사회의 모습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 사회는 도덕적 가치관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적 연대가 무너지면서 매우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회를 움직이는 가치관과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예컨대, 학교는 시험 성적과 순위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공감, 배려, 협력 등 공동체적 사고를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TV 방송도 유명 연예인의 사소한 일상을 소재로 한 한없이 가볍고 허접한 프로그램에 소중한 전파를 낭비하지 말고 민중의 고단한 삶과 그들의 희망에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또 문화를 경쟁에서 연결로 전환해 신뢰, 공감, 상호 지원에 뿌리를 둔 관계 중심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나아가 더 공정하고 포용적인 사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부(富)가 사회적 가치를 결정할 때 불평등은 단순히 재정적 문제를 넘어 도덕적 문제로 변모한다.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교육, 의료, 주택, 고용 기회 등에 대한 공정한 접근을 보장해야 하며 누구도 태어난 환경에 따라 판단되거나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성공의 재정의와 핵심 가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성공은 많은 부를 쌓거나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의미해 왔다. 하지만 진정한 성공은 에머슨의 시구처럼 “건강한 아이를 낳든, 작은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는 것”이다.

“한국인은 꿈꾸는 사람이다. … 산마루에 진달래꽃 불타는 봄이면 그들은 지칠 줄 모르고 진달래꽃을 응시할 줄 안다. … 그들은 꽃을 꺾지 않는다. 차라리 내일 다시 자연에 들어 그 모든 것을 보고 또 볼지언정, 나뭇가지 꺾어 어두운 방 안에 꽂아 두는 법이 없다.” 1911년 독일인 선교사 노르베르트 베버가 본 한국인이다.

한국인은 탐욕스럽지 않다. 물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고 성취하기 위해 변했을 뿐이다. 아직 한국인의 영혼 깊은 곳에는 옛 가치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 가치들과 다시 연결되고 사람들이 모두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는 것”을 꿈꾼다면 한국의 미래는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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